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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리 취준생' '티슈 인턴' '비계인'…1324km 달리며 청년실업 사연 담아

동아일보 '청년이라 죄송합니다' 취재팀

이진우 기자  2017.07.05 15: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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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자님, 사람들이 제가 모자라서 그런 거라고 이야기하면 어떡하죠.” 신촌과 건대 입구, 대학로, 신림동 고시촌 등에서 만난 청년들은 취재팀에게 줄곧 물었다. 취업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청년들에게는 ‘공감’이 필요했다.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그 마음을 이해하니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이해 말이다.


140여명의 인터뷰를 담아 청년실업의 실태를 보도한 동아일보의 ‘청년이라 죄송합니다’ 기획이 지난달 27일 막을 내렸다. 1324km. 취재팀이 지난 2월부터 전국의 47개 대학과 고시촌에서 일자리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 달린 거리다. 대부분이 20~30대 초반의 젊은 기자들인 취재팀은 또래의 시선으로 일자리 문제에 다가가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최대한 기존에 나온 틀을 버리고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대부분 언론은 청년 실업하면 통계와 전문가 인터뷰로 접근하는데, 청년 눈높이에 맞지도 않고 본질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죠. 우리는 1면에 얼굴과 실명을 싣고 이들의 목소리를 하나씩 유형화하기 시작했어요. 실험적인 형식으로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을 담아내고, 완전히 다른 각도의 대안을 찾고자 했던 것이죠.”


김윤종 취재팀장은 “신원 공개에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이 많아 섭외가 무척 힘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인터뷰해야 청년 일자리 문제가 조금씩 개선될 수 있다’는 대의명분 속에서 용기를 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터뷰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 복면을 쓰게 해서 블라인드 대담을 하게 한다든지, 대선주자들의 학점을 비교해 취업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새로운 취재기법도 시도했다. 또 직접 대학교 안에 ‘청년 앵그리보드’라는 이름의 화이트보드를 설치해 청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날것 그대로의 심정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취업에 자포자기한 상태지만 부모의 기대와 주변인들의 시선 때문에 “나 지금 취업 중이야” “00그룹 원서 냈어” 등 거짓말을 하는 ‘아가리 취준생’, 스펙 쌓기에 목숨을 거는 ‘호모 스펙타쿠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티슈 인턴’, 비정규직·계약직·인턴을 뜻하는 ‘비계인’ 등의 신조어가 쏟아져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시리즈가 페이스북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제보가 200~300건에 달하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사 하단에 댓글을 보면 ‘속 시원하다’는 반응과 함께 공감이 간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대부분 청년들은 취업을 원하지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때 길을 알려주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죠.” 취재팀의 김수연 기자는 “성찰이 빠진 상태에서 기술만 알려주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취재팀은 이번 시리즈 취재에 참여한 청년 140여 명 가운데 일부를 선발해 ‘노오력 원정대’를 만들고 하반기 해외 탐방에 나설 예정이다. 일자리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를 방문해 청년 일자리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김 팀장은 “가을에 10여명의 청년을 선발해 독일이나 스위스, 일본 등을 방문, 한국형 잡셰어링 모델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입체적, 다층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