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김장겸 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릴레이 기수 성명’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9일부터 35기와 40기를 시작으로 연일 기수별 성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측의 삭제 조치는 더욱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MBC의 한 기자는 “기수 성명이라는 건 기자들이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중 하나”라며 “MBC가 얼마나 반민주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는지 징계와 더불어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지적했다.


전자게시판 운영위원회는 지난 2일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점 ▲특정인 또는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한 점 등 게시판 운영지침 제 11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데 최종 의결했다. 이들은 “전 직원이 열람하는 회사의 게시판에 계속 공개하는 것은 부적합한 사안”이라며 “조직 내 건전한 의사소통과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도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MBC의 한 기자는 “심의대상에 올라온 글 23건 가운데 13건이 삭제 조치됐다. 게시자에 대해서도 한 달간 게시판 접속을 정지시킨 상태”라며 “이전에도 삭제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제재를 한 건 이례적이다. 사내 언로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MBC는 건전한 소통의 장을 만든다는 취지로 지난 2015년 12월 ‘자유발언대’를 현 ‘커뮤니케이션’ 게시판으로 명칭을 바꾸고, 전자게시판 운영위원회를 조직했다. 경영인프라국장을 중심으로 5명의 보직간부로 구성된 위원회는 게시판 글을 심사하고 제재를 가해오며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MBC의 한 기자는 “당시 자유발언대에 회사를 비판하는 기자들의 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다보니 사측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이름이 바뀐 이후에는 죽은 게시판이나 다름없었다. 모든 사원들에게 열린 공간이었는데 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는 “삭제된 글은 다른 조합원이 재등록하는 방식으로 계속 대응할 것이다. 또 내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릴레이 항의 글을 예고하고 있다”며 “노조 차원에서도 저항의 표시로 성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왕종명 MBC기자협회장은 “전자게시판 운영위원회의 운영지침 자체가 생소하다. 삭제 기준을 보면 제목에 ‘김장겸’ ‘고영주’라는 이름과 '물러나라'는 단어 등이 등장한 게 삭제 대상이 된 것 같다”며 “회사가 자의적으로 만든 기준으로 글을 삭제했다는 발상 자체가 독재 국가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왕 회장은 “어떤 목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는지, 이번 삭제의 기준은 무엇인지 면밀히 확인하고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