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 기자 2017.05.31 14:09:31
KBS 내부에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노조와 직능단체, 소속 부서는 물론 평기자, 간부 등이 개인·집단별로 잇따라 성명을 내놓고, 고대영 사장 퇴진과 부역자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2일 이후 KBS 사내 여론은 뜨겁다. 앞서 공영언론 YTN의 조준희 사장이 정권 교체 후 열흘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국민의 방송’ KBS 내부에서도 고대영 사장, 이인호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본격화됐다. 30일까지 KBS 사내 게시판에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게시된 글은 스무 개에 달한다. 노조와 직능단체, 소속 부서는 물론 평기자, 간부 할 것 없이 개인·집단별로 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KBS 20년차 이상 기자 72명은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고 사장의 사퇴와 구성원의 퇴진 투쟁 동참 등을 제안했다. 선배급인 20년차 이상 기자들은 “‘언론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상 숭고한 가치를 정권에 헌납하는 대가로 승승장구한 인물 중 하나가 바로 고대영 현 사장”이라며 “본인과 정권의 안위를 위해 공공재인 방송을 무력화하고 보도를 유린한 ‘반 헌법적’ 행위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역 언론인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언론의 독립을 오히려 훼손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사퇴촉구 이유를 밝힌 뒤 기자협회의 뉴스정상화 비상기구 구성, KBS 모든 구성원들의 퇴진 투쟁 동참 등을 촉구했다.
26일엔 KBS 허리급 기자들이 목소리를 이어갔다. KBS 10년차 이상 20년차 미만 기자 215명이 성명을 내고 고 사장과 간부들의 결단을 요구한 것. 이들은 고대영 사장, 이선재 보도본부장, 정지환 통합뉴스룸 국장 등을 거론하며 “당신들은 왜 그 자리에 남아 있는가? 당장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밝혔다. 215명의 기자들은 그간 KBS의 국정농단 사태 정권비호, 과도한 북한 보도 등을 비판하며 “적폐가 쌓이는 데 일조한, 아니 주도적으로 나섰던 KBS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지금 당장 모든 걸 내려놓는 게 유일한 정답이다. 그게 당신들이 사랑했다던 KBS를 위한 마지막 행동”이라고 했다.
10년차 미만 기자 143명도 30일 고 사장과 간부 퇴진요구라는 선배들 뜻에 동참했다. 이들은 “전례 없는 보도참사로 ‘영향력 1위, 신뢰도 1위’라는 KBS의 권위는 무참히 붕괴됐다”며 “그 과정에서 고 사장과 정 국장은 소통을 거부했고, 이견을 묵살했으며, 평기자들의 비판을 폭력적으로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10년차 미만 기자들은 그간 보도참사 사례와 기자들에 대한 징계를 거론하며 “임기가 보장된 사장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격이라는 지적이 있고, 정권교체 이후의 시류에 편승한 편 가르기라는 반론도 나온다”면서 “이는 고 사장 취임 이후 보도본부가 겪은 풍파를 외면한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22일 전직기자협회장들이 성명을 게시하며 물꼬가 열렸다. 전직 기자협회장 11인은 국정농단 사태에서 언론의 역할을 언급, “그러나 그 영광의 기록 어디에도 KBS자리는 없을 것이다.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게 없기 때문”이라며 “무너진 저널리즘을 바로 세우자”고 천명했다.
이후 김시곤 전 보도국장, 라디오제작부 김영근 기자, PD협회, 경인방송센터 이진성 기자, 방송문화연구부 김진수 기자, 언론노조 KBS본부 스포츠·기술구역 및 부산울산·제주·충북지부, KBS제작본부 TV프로덕션3·4 소속 PD, 문화부 김명섭 기자, TV프로덕션5 김은곤 PD 등도 성명을 내고 직·간접적으로 사장과 간부들의 결단을 요구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