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남 기자 2017.05.31 13:59:57
연합뉴스 막내 기수인 35기(2015년 입사)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박노황 사장 등 현 경영진들이 내부 구성원과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복성 징계 탓에 복지부동하고 있던 내부 분위기가 밑으로부터 올라온 경고음에 화답했다. 지난 25일 30기를 시작으로 31,32기가 잇달아 막내 기수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성명을 냈다.
이런 분위기는 연합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곪아터지기 직전의 내부병폐가 막내 기자들의 ‘사이다 발언’ 등을 통해 공론화되고 있다.
실제로 MBC의 경우 지난 1월초 ‘MBC 막내기자들의 반성문’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MBC 공채 막내 기수인 45기(2013년 입사)인 곽동건·이덕영·전예지 기자가 징계를 무릅쓰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묵인·축소로 일관하는 MBC 뉴스를 비판하고 보도본부 수뇌부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뉴시스도 지난 1월초 사내 폭행사태에 침묵하는 경영진 등에 대한 문제를 막내 기수인 15기(2015년 입사) 성명을 통해 공론화했다.
경인일보 노조와 기자협회 지회가 지난 2월 조세포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경영진에 대한 퇴진 운동을 전개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했던 것도 막내 기수(35기·2015년 입사)의 몫이었다.
이처럼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가장 밑에서 올라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동시에 선배들의 역할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올해 성명을 낸 A언론사 막내기수 기자는 “막내라서 회사 사정을 잘 모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봤을 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며 “선배들이 회사 경영 상황을 체감하면서 순수성 등을 잃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먼저 나서면 선배들도 자성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먼저 성명을 냈다”고 말했다.
대개 20대 후반~30대 중반인 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사회 적폐를 두 눈으로 목도한 세대다.
위기론을 앞세운 회사 측의 생존논리에 ‘때’ 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내 정치’로부터도 자유롭다. 자리보전을 위해 현 상황에 대한 유불리를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 막내 기수들이 경영진을 향해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동력이다.
반면 언론을 둘러싼 환경은 선배 세대보다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언론진흥재단이 4년마다 조사·발표하는 <한국의 언론인 2013>에 따르면 2013년 언론인 만족도(5점 만점 기준·2.69점→2.53점), 역할과 기능수행(2.83점→2.69점), 공정성(2.62점→2.51점), 자유도(3.06점→2.88점) 는 2009년 조사 당시보다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배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할 수 없다. 현 상황에 이르기까지 책임의 경중을 따졌을 때 선배들의 몫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선봉에는 막내 기자들이 서 있기 때문이다.
B사 중견기자는 “막내 기수가 문제제기를 하면 ‘선배들은 뭐 하냐’라는 각성효과가 클 뿐 아니라 사측에 주는 상징성도 크다”면서 “반면 연차가 쌓일수록 앞뒤를 재다보면 쉽게 앞에 나서질 못한다”고 자성했다.
C사 중견기자는 “2012년 파업 이후 그 후유증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며 “경영진의 보복성 인사가 지난 2년 간 지속되면서 가장이란 무게감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계질서 문화가 강한 언론계에서도 이런 막내 기자들의 목소리에 대해 조직의 건전성 등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관건은 사내 소통이 경쟁력이 된 시대인 만큼 이들의 목소리가 회사 발전을 위해 어떻게 수렴되느냐다. 공은 고스란히 회사와 선배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올해 성명을 낸 D사 막내기수 기자는 “스스로 자정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성명을 통해 공론화시킨 것”이라며 “적극 도와주지 않았던 선배들의 입장을 나름 이해할 수 있지만, 적극 나서지도 않으면서 그 결과만 놓고 비판하는 선배에 대해선 무책임한 선배로 밖에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A사 기자는 “전방위적으로 성명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파편화됐던 조직문화가 우리 기수의 성명을 통해 연대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