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 받는 것 같네요.”
지난달 23일 일요일, 대선후보를 전담 취재하는 ‘마크맨’들을 전화 취재하고 있는데 한 기자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때 난 그가 아침부터 밤까지 어떤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지, 기사는 몇 건이나 쓰는지, 밥은 제대로 먹는지 등을 간단하게 묻고 있었다. 그런 사소한 질문이 그에겐 위로처럼 들렸나보다.
쉬는 날도 일하고 있던 그는 덤덤하게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정이 이어지지만 지방 출장이 있을 때면 새벽 4~5시에 일어나야 하고, 기사는 하루 10~15건 정도 쓰며, 밥은 운 좋을 때를 제외하곤 15분 내외로 먹는다고 답했다. 전화를 받았던 대부분의 기자들 역시 사소한 차이를 제외하곤 그와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공통점은 어조에서 우러나오는 ‘해탈’이었다. 누구도 그런 상황을 억울해하지 않았다.
사실 그런 주제로 전화를 걸 때마다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촛불집회와 검찰·특검의 수사, 대통령 탄핵정국의 고비마다 기자들은 몸을 갈아 기사를 썼고 현장에서 뛰었으며 나와 기자협회보 기자들은 전화를 걸어 그들의 수고와 고생을 지면에 담았다. 그런데 전화를 걸 때 기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힘들지 않느냐” “업무 강도가 셀 것 같다”는 우려를 들으며 그저 “허허” 웃거나 “익숙하다”거나 “어쩔 수 없다”고 답하는 식이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조차 그게 기자라는 직업 상 감수해야 할 ‘운명’이라거나 ‘소명’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오마이TV 사태를 보면서다. 오마이TV는 지난달 24일 방송이 중단됐다가 6일 재개됐다. 선·후배 기자 사이의 욕설과 폭언이 문제가 됐지만 살인적인 초과노동도 한 몫을 했다. 기자들은 촛불집회 때 22주간 토요일을 반납하며 일했고, 여러 프로그램을 소화하느라 몇 시간 못 자고 출근하는 삶을 반복했다. 오마이TV국 기자들은 그 업무강도에 용기 있게 문제를 제기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오마이TV뿐만 아니라 대다수 언론사 기자들 역시 지난해부터 이어진 다양한 국면들을 취재하며 초과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오마이TV에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원인을 진보 언론의 특성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초과노동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 기자의 희생을 당연시하거나 강압적인 분위기의 언론사에선 문제가 제기되지도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고 말한다. 기자들이 눈치를 보며 제대로 쉴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이번 사태는 과연 남의 일일까. 아니다. 자신의 일이다. 오마이TV는 앞으로 과도한 노동 금지와 비인격적 노동 문화 근절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다른 언론사들 역시 지금부터라도 자사 기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실태를 꼼꼼히 조사해야 한다.
기자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연차를 사용하는 기자들에게 눈치 주지 말고, 번 아웃된 기자들에겐 업무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안식월 등을 줘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너도나도 꺼내든 노동 개혁 공약이 유독 기자들에게만 먼 나라 일이 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