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하는 일과 여자가 하는 일은 하늘이 정해 놨다.” 지난 4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설거지를 하느냐”는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YTN이 보도했는데 방송에 나온 내용이 아니었다. YTN플러스가 모바일용으로 따로 제작한 ‘대선 안드로메다’ 콘텐츠였다. 해당 기사는 타 언론사들의 받아쓰기뿐만 아니라 네티즌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유를 통해 퍼져나갔다. 모바일콘텐츠가 대선 판도를 뒤흔들 만큼의 위력을 과시한 셈이다.
19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며 언론사들의 대선 보도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2030 세대의 표심이 당락을 결정하는 데 주요한 지표가 된 만큼 이들을 위한 ‘맞춤형 모바일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언론사들은 포털과 SNS를 통해 대선토론 생중계를 소비하고 실시간으로 댓글을 다는 젊은 층에 주목한다. 실제로 지난 25일 열린 JTBC-정치학회 토론회의 경우 수천 명의 유저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를 시청하고, 네이버를 통해 9만여 개가 넘는 댓글을 다는 등 모바일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서정호 YTN플러스 모바일프로젝트팀 팀장은 “이전 대선 때만 해도 신문·방송 위주의 인터뷰를 선호하던 대선 후보들이 이제는 모바일로만 서비스되는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모바일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대권 주자들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의 뉴스래빗도 ‘래빗트렌드’와 ‘마인드맵’, ‘래빗고’ 등 대선 아이템을 잇달아 내놨다. 래빗트렌드는 이슈 동향과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구글트렌드’를 본 따 만든 콘텐츠로, 네이버 정치뉴스를 바탕으로 대선 후보의 점유율을 분석하는 서비스다. 언론이 주목하는 후보자가 여론으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래빗트렌드의 수치는 선거판에서 의미 있는 자료로 쓰일 수 있다.
김민성 한경닷컴 뉴스래빗 팀장은 “후보자뿐만 아니라 일별로 어떤 키워드가 가장 주목을 받았는지 ‘라이징 이슈’를 통해 정리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변곡점이 생길 때마다 여론의 흐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며 “대선 끝나고 적중률도 따져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후보들의 공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마인드맵’도 대표적인 대선 콘텐츠다. 뉴스래빗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활용해 지난 130일간의 후보자들의 발언을 안보와 경제, 환경 등 각 정책별로 분석했다. 경향신문도 지난달 25일부터 ‘후보자 공약 한눈에 보기’ 마인드맵 서비스를 선보였다. 외교안보, 검찰사법, 조세, 재벌개혁, 일자리노동, 복지, 환경 등 주요 현안을 11개 카테고리로 나누고, 각 후보자들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는지 보도자료나 기사, 블로그 등을 토대로 한눈에 보여준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에 궁금해할만한 점을 대신 취재해주는 시스템도 나왔다. 국민일보의 ‘취재대행소 왱’은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5일까지 ‘대선취재집중의뢰기간’을 만들고 페이스북 메시지와 댓글, 오프라인 카페 등을 통해 의뢰를 받고 있다. 2일 기준 70여건의 의뢰가 온 가운데 “큰 소리로 선거유세하면 지지율에 역효과 아닐까요?” “토론회에서 인정받았는데 왜 지지율은 그대로인가요?” 등이 대표 아이템으로 꼽혔다. 그간 타 언론사들이 후보자 공약 위주로 일방적인 기사를 내놓았다면, 왱은 유권자가 의뢰한 내용을 직접 취재한 쌍방향 기사라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이용상 국민일보 뉴미디어팀 기자는 “개인적이거나 상업적인 의뢰는 배제하고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할만한 아이템을 선정하고 있다”며 “유권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측면에서 ‘신선하다’고 보는 반응이 많다”고 소개했다.
재기발랄한 대선 모바일콘텐츠를 ‘언론 자유의 회복’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많다. 한 방송사의 기자는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데 직접적인 압력은 없었지만 은근슬쩍 눈치를 보고 회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며 “정치풍자적인 아이템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다는 건 변화의 조짐이 아니겠나”고 했다.
김민성 한경닷컴 뉴스래빗 팀장도 “언론이 정치 이슈에 경직돼있었는데 조롱이나 해악 등으로 정치인을 희화화한다는 건 시대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고차원적인 창작 행위에 대한 갈망이자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목마름을 표출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 팀장은 “아직 대다수 모바일콘텐츠는 ‘팩트체크’나 ‘인터랙티브’라는 간판만 내걸었지 미숙한 단계”라며 “특정 발언을 단순히 찬반으로 나눠버리면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 여론을 왜곡, 호도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언론의 본래 역할인 만큼 표현 기법보다는 정책 분석과 같이 본질에 집중해야 더 좋은 콘텐츠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