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대통령 탄핵 관련 다큐멘터리를 불방시키고 담당 PD를 비제작부서로 발령낸 것과 관련해 “절차상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김도인 MBC 편성제작본부장은 6일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의 편성제작본부 업무보고에서 “전임 김현종 본부장이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보고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촛불집회 당시 ‘탄핵이 되면 그때 보고 하자’고 구두로는 언급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식 구성안을 받고 승인한 건 아니다”며 “구성안이 올라오는 인트라넷도 (내가) 직접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승인 절차는 대개 담당 PD가 부장에게 전달하고 부장이 국장, 국장이 본부장에 보고하는 형식을 거친다. 이번 프로그램도 국장까지는 기획안이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 본부장은 “짐작인데 국장은 프로그램 제작을 하고 싶어하고 본부장을 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국장이 고민만 하다가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이완기 이사는 “본부장이 못마땅해했는데 국장이 계속 끌고 갔겠나”라며 의문을 제기하며 “국장은 구두로 (본부장에) 보고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를 받지 않아 승인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본부장의 주장대로라면 국장이 직무유기를 한거고 감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제작비가 이미 4000여만원이 들어갔고 이미 제작도 완성단계였는데 갑자기 2월말에 취소됐다”며 “본부장이 해당 제작물을 보지도 않고 ‘(구성안을)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방시킨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유기철 이사도 “타사는 다 나갔는데 MBC만 탄핵 특집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된 것이었다. 왜 그 아이템이 방송에 나가면 안됐는지 판단의 근거가 뭔지 궁금하다”고 묻자 김 본부장은 “구성안을 정상적으로 밟은 건 다 나갔다. ‘본부장에게 구성안을 못 보여줄 정도면 어떤 내용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내보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프로그램 승인 과정을 두고 공방이 오가자 고영주 이사장은 김 본부장에 “왜 국장이 본부장에게 구성안을 보고하지 않았는지 상세한 내용을 알아보고, 다음 이사회 때 다시 논의하도록 하자”고 마무리했다.
이날 거론된 다큐 불방 소식은 담당 PD였던 이정식 PD가 지난달 11일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발령, ‘보복 인사’로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이 PD는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해당 부서의 국장과 부장에 관련 아이템을 보고하고 제작에 착수했다.
당시 간부들은 “편성제작본부장의 승인을 받았다”며 제작 진행을 지시했고, 이후 3개월 가까이 취재와 촬영에 돌입했다. MBC 내부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왜 비극적인 탄핵 사태에 몰리게 됐는지 성찰하는 의미가 담긴 제작물이었다”며 “이미 취재를 비롯해 제작을 거의 마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 2월 28일 김현종 편성제작본부장이 “방송 기획에 대해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며 방송 편성을 중단시켰다. 이후 김 본부장은 3월 인사에서 목포MBC 사장으로 승진했고 편성제작부를 떠났다.
내부의 한 기자는 “오랜 기간 진행돼온 일을 어떻게 담당 간부가 모를 리 있겠느냐”며 “무책임하게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얘기하고 목포로 떠나버렸으니 답답하고 황당할 따름”이라고 했다. 후임인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도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받은 게 없으며, (나 또한) 이 아이템의 방송을 승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달 13일 방송 예정이었던 ‘대통령 탄핵(가제)’편은 ‘탈북자의 귀농’ 아이템으로 대체됐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MBC 방송강령과 편성규약 위반”이라며 “극우파 경영진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모든 법적, 정치적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