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KBS 보도개입 정황에 침묵하는 자사 간부들을 비판하는 기고를 냈다가 돌연 제주 전보발령을 받았던 정연욱 기자에 대한 인사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3부는 31일 정 기자가 지난해 10월 KBS를 상대로 제기한 인사명령효력정지 1심 선고공판에서 해당 전보발령이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법원이 정 기자의 제주방송총국 발령에 대한 인사명령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정 기자의 손을 들어준 뒤 이어진 본안소송의 결과다. 법원이 해당인사의 부당함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KBS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측은 본안소송에서 가처분 소송 당시 밝힌 인사발령 사유 등 외에 특별히 추가 쟁점 등을 제기하지 않았다. 가처분 소송 당시와 큰 틀에서 쌍방의 주장이나 논리구조에 달라진 점이 없었다는 뜻이다.
당시 재판부는 정 기자에 대한 인사발령이 “(KBS의 주장과는 달리) 업무상의 필요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기고문 게재를 이유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면서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일탈한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했다. KBS는 ‘업무상 필요에 따른 인사’, ‘인사규정·단체협약에 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기자는 지난해 7월 ‘이정현 녹취록’에 대한 KBS의 보도태도를 비판하는 기고를 기자협회보(침묵에 휩싸인 KBS...보도국엔 '정상화' 망령 - 기자협회보 지난해 7월13일자)에 실은 후 3일만에 돌연 제주로 전보 처리됐다. 지역 순환근무도 마친 상황에서 갑작스레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발령이 나며 보복성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보도본부 국·부장들은 ‘그런 비판적인 기고문을 내놓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는 내용이 담긴 집단 성명을 낸 바 있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부당인사를 입증해주는 결정적인 반증자료로 이 성명을 주되게 거론했다. 법원이 지난해 10월 가처분 소송에서 인사명령 효력을 임시 정지한다고 밝히면서 정 기자는 원직 복귀해 경인방송센터에서 근무 중인 상태다.
정 기자는 31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모든 소송이 힘들지만 속한 조직과 법적인 다툼을 한다는 게 간단치가 않았다.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힘든 과정이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 다행”이라며 “제주 발령 이후 도와준 많은 기자 선·후배들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지 않게 돼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취재만 열심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