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의 잘못을 비판하는 기자가 회사의 잘못에 침묵한다면 기자라고 할 수 있는지, 또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기자가 과연 ‘경인일보 기자’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경인일보 막내기수인 35기 성명 중 내용 일부)
송광석 경인일보 사장이 10일 열린 경인일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퇴했다.
앞서 송 사장은 지난달 3일 수원지검으로부터 290억원대 허위 매출·매입 계산서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처분을 받았다.
지난 2006년부터 11년 간 사장직에 있던 송 사장이 언론사를 개인회사처럼 ‘사유화’하면서 이번 문제가 촉발됐다는 게 경인일보 기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허위 세금 계산서 발행을 놓고 경영진과 회사는 광고 단가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했지만 기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사장 연임을 위한 수단으로 회계부정을 지시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가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경인일보 주요 주주구성은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13.83%), 우방건설산업(11.76%), 유니스건설(11.76%), 영안모자(10.02%) 등이고 송 전 사장의 지분은 0.17%에 불과하다.
이처럼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송 전 사장은 1980년 경인일보 수습기자를 시작으로 편집국장 등을 거쳐 11년 간 사장을 역임했다.
한 간부 기자는 “본인이 추진한 것에 대해 반론을 펴는 사람들은 멀리하고 충성파만 곁에 뒀다”며 “내부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이사회, 감사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측면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체 신문산업이 쪼그라든 가운데 경인일보만 고속성장을 했는데 감사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한 중간급 기자는 “회사나 사장은 광고매출이 많아야 광고 단가를 높일 수 있다는 식으로 주장했지만 사장 연임을 위해 실적 부풀리기를 한 것뿐”이라며 “그동안 지역신문 매출 2위인 매일신문을 앞질렀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인일보 매출은 2009년 202억원(영업이익-9억원), 2010년 219억원(-29억원), 2011년 263억원(1억원), 2012년 305억원(7억원), 2013년 373억원(-31억원), 2014년 409억원(15억원), 2015년 404억원(4억원) 등 6년 만에 매출이 2배 이상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매일신문 매출은 2008년 340억원(영업이익 -46억원)에서 2015년 314억원(15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경영시스템이 투명하지 않는데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기자는 “사장 등 몇몇 간부가 공모를 할 경우 편집국에서 인지하지 힘들다”며 “사장의 독단이 심해 경인일보를 개인회사처럼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은 이제부터 ‘경인일보를 바로 세우기’ 위한 첫 발을 뗄 때라고 입을 모았다. 내부에 산적한 문제를 청산하는 한편 내부통합에 힘써야 한다는 것.
김명래 기자협회 경인일보지회장은 “사장의 독선경영, 불통과 함께 노조 등을 포함해 내부 견제기능이 약했기 때문에 이번 문제가 발생했다”며 “노사, 기협 등이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위기 극복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제찬 전 경인일보 사장(현 경인일보 이사)이 새로운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대표이사 사장 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