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 기자 2017.03.07 21:49:24
박영수 특별검사가 6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특검 수사는 절반에 그쳤다”는 소회를 드러냈다. ‘무용론’이 따르던 역대 특검 대부분과는 달랐다는 평가, 국민들의 성원을 받았던 특검. 수사기한 연장이 무산되며 지난달 28일 종료된 특검팀의 활동은 이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13명 구속, 30명 기소, 압수수색 46회, 검찰에 넘긴 수사기록만 6~7만 쪽.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간 상태다. 특검팀의 성과와 한계 모두 검찰의 과제가 됐다. 헌재 판결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준비기간 포함 90일을 지켜본 기자들은 박영수 특검팀을 어떻게 평가할까.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 보고 있을까.
특검 취지에 가장 부합한 특검
“놀랄만큼 잘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특검팀에 대한 기자들의 총평 중 일부다. 표현수위는 달라도 호평일색이었다. “지난 12번의 특검 중 질과 양에 있어 가장 좋은 결과를 낸 특검”, “과거에 비해 특검 출범 목적에 상당 부분 부합한 특검”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는 특검팀의 성과에 의견이 갈리는 정도였다.
김연희 시사IN 기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특검의 대표성과로 꼽았다. “삼성은 그간 위법행위를 두고 수차례 검찰·특검 수사를 받아도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권력보다 경제권력이 크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 삼성의 총수를 구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 일간지 A기자는 특검 사무실 엘리베이터에서 한 검사와 마주쳤던 일화를 전했다. “삼성은 유일하게 최순실을 알았고, 수백억원을 뒤에서 지원했다. 이게 뇌물이 아니면 뇌물죄가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검사의 말을 전하며 A기자는 “경제논리에 앞서 사실관계를 보고 법리를 적용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구교형 경향신문 기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구속이 뇌리에 남는다고 했다. 구 기자는 “한국사에서 공안검사, 국회의원, 검찰총장, 법무장관을 한 인물이 피의자로 성립됐다. 과거회귀적인 박근혜 정권을 상징하고 ‘법꾸라지’로 불리는 이의 구속이 굉장히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 외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작성자에 대한 기소 등도 성과로 거론됐다.
청와대 압수수색 무산에 수사 차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 등은 이번 특검의 한계로 언급된다. 사안의 방대함과 수사기한의 제한, 전·현직 검사 출신으로서의 부담 등이 배경으로 지적됐다.
장민성 TV조선 기자는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 기자는 “전략을 잘못 짰다는 분도 있지만 까다로운 우병우 건을 먼저 건드려 아무 것도 안 나오면 동력을 잃으니까 확실한 걸 먼저했다는 특검 입장은 이해가 된다”며 “문체부 전·현직 관계자의 얘길 들어보면 우 전 수석에 대한 감정이 매우 격하다. 개인적으로 수사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전병남 SBS기자는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못한 데 유감의 뜻을 표했다. 전 기자는 “특검이 삼성 수사에 매달리면서 세월호 수사에 미진해진 면이 있다. 청와대 압수수색을 못한 게 한 이유이겠지만 국민적 관심 대상이 규명이 안 돼 아쉽다”고 했다.
여러 기자들은 특검이 놓였던 상황과 특검법의 한계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종합일간지 A기자는 “70일 안에 수 년 간 이뤄진 국정농단을 모두 밝히라는 주문은 무리”라고 했다. 김동환 오마이뉴스 기자는 “적법한 영장을 가지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결국 못했다. 입법적인 뒷받침이 못 돼 안타까웠다. 공소유지와 관련해 남는 인원 역시 특검법에 명시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막바지 법무부나 검찰의 눈치를 보면서 수사를 세게 못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검찰, 대통령 수사 어떻게?
박 특검팀은 여느 특검보다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특검으로 꽃배달이 되고, 특검보의 옷차림이 이슈가 될 정도였다. 검찰은 이 같은 상황에서 무거운 짐을 넘겨받았다. 기자들은 검찰이 자기 조직에 칼을 들이대는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장민성 TV조선 기자는 ‘반반’으로 내다봤다. 장 기자는 “정치상황에 따라 돌변하는 검찰이란 조직에서 검찰총장이 (특검의 결과발표 전) 지시를 바로 내렸다. 정신 못차리면 공수처든 검찰개혁이든, 차기 정권이 조직을 가만히 안 둘 거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면서도 “검찰은 자기 조직이 다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여전히 우병우 사단은 건재한데 그 수뇌부를 조직 내에서 건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탄핵결과에 따른 정국변화를 보며 판단할 거라는 분석이다. 송은화 BBS 기자는 “최근 우 전 수석과 검찰 수뇌부 간 통화기록으로 수사를 뭉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검팀이 내용을 다 알고 있고, 수사 백서까지 내겠다고 한 상황이지 않나”라고 했다.
구교형 경향신문 기자는 “검찰이 판단 자체가 매우 어려울 상황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탄핵 인용 시 검찰은 피의자 대통령에 대한 예우, 구속 여부 등을 두고 부담을 안게 된다. 야권 주자가 득세하고 있는 60일 대선시계가 돌아가는 중에 말이다. 구 기자는 “특검은 탄핵 선고 이전, 즉 형사소추가 안 되는 시점에 수사기한이 끝나 부담을 덜게 됐다”며 “검찰은 대통령 사법처리라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정치권에서의 해소를 바랄 것”이라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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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양반도 답답했구나 싶었다”
기자들이 전한 박영수 특검 에피소드
박영수 특검팀은 70일의 수사기한 내내 기자들과 마주했다. 달라진 특검법에 언론 브리핑 등 수사과정을 보고하는 조항이 포함돼서다. 대면은 이야기를 만든다. 잦은 대면은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든다.
이규철 특검보는 특검팀의 입이자 얼굴로 국민들 입에 오르내렸다. 기자들도 좋게 평가했다. 인터넷매체 A기자는 “청와대가 압수수색 영장을 거부했을 때도 그랬는데 특검이 정치적인 논란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피의사실도 얘기하지 못하고 반발도 못하고 그런 상황이었다”며 “이 특검보의 질의응답을 가만히 들어보면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얘기를 할 때 ‘중요한 질문인 거 같습니다’라고 하고 답을 하더라. ‘저 양반도 답답했구나’ 싶었다”고 했다.
종합일간지 B기자는 “밥을 먹으면서도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전화를 받을 정도로 대변인 업무에 최선을 다 했다”며 “그런 점이 기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방송사 C기자는 “공보 검사들을 만나보면 정말 뱀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특검보는 순수한 느낌이 있었다. 소통도 많이 하고 마지막에 소회를 밝히는 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인간적인 면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이 특검보의 물방울 무늬 분홍색 도시락에 대해 “‘가정적인 이미지는 좋은데 가방이 너무 튀지 않냐’고 했더니 ‘좀 그런가? 알겠어’라고 답하고 다음 날부터 서류가방 안에 도시락이랑 보온병이랑 싸서 다니더라”는 얘기도 전했다.
C기자는 윤석열 검사와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후배가 초기부터 한 마디라도 듣겠다고 윤 검사 집 앞으로 찾아갔다. 몇날며칠을 찾아갔더니 윤 검사가 아파트 단지가 쩌렁쩌렁 울리게 ‘할 말 없다’고 소리를 쳤다”며 “강골이고 센 캐릭터”라고 했다.
특검팀의 브리핑에 대해 기자들은 대체적으로 ‘훈훈하고 호의적인 분위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특검의 기자실 운영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하는 기자들이 있다. 비출입사 D기자는 “마지막 오찬자리에도 비출입사 기자들은 못 들어갔다. 법조기자단에 속하지 않으면 풀자료조차 받기 어려워 비출입사들끼리 카톡방 같은 걸 만들기도 했다”며 “출범 시엔 비출입사와 따로 연락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오찬자리에 비출입사 언론사가 들어가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는 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