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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처 뛰어넘으니 기획이 확 달라졌네

경향·한국·서경 편집국에
심층취재 전담팀 속속 등장
긴호흡 기획에 독자들 호평

김달아 기자  2017.03.01 14: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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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 기획취재 바람이 분다. 사안에 따라 일시적으로 꾸려졌던 취재팀을 넘어 기획물만 전담하는 상설팀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경제 지난달 27일자 지면에는 ‘S-리포트’가 첫선을 보였다. 이달 초 신설된 탐사기획팀이 처음 내놓은 결과물이다. 팀은 ‘官治(관치) 단물에 취한 벤처’를 주제로 벤처·창업기업에 과도한 지원금을 준 정부, 정부에 의존해 혁신하지 못한 벤처시장을 심층 취재했다. 1면 사이트톱과 4~5면 전면에 현장, 분석, 대안 등을 다뤘다.


앞서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도 깊이 있는 취재로 긴 호흡의 기획을 다루는 팀을 조직했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11월 구성한 토요판팀은 매주 새로운 기획으로 커버스토리를 채우고 있다. 토요일자 지면 중 11개면에 기획기사나 외부원고, 연재물을 배치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경향신문 탐사보도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맡았다. 한국일보도 지난달부터 기획취재부를 가동 중이다.


인력은 대부분 네댓명 안팎이다. 경향신문 토요판팀은 팀장, 선임기자 1명, 18·15·9·8년차 기자 4명 등 총 6명이다. 한국일보 기획취재부는 부장과 16·15·8·1년차 기자 등 5명이고 서울경제 탐사기획팀은 팀장, 선임기자, 11·10년차 기자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의 등장은 편집국의 새 리더십과 맞물려 있다. 김민아 경향신문 편집국장, 이성철 한국일보 편집국장, 김영기 서울경제 편집국장(취임순) 모두 자리에 오르면서 탐사·기획팀을 신설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기자들 스스로 ‘파고드는 보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이에 대한 독자들의 수요를 확인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출입처를 벗어나거나 여러 영역을 가로질러 바라봐야 할 이슈가 늘어난 것은 또 다른 이유다. 가볍고 짧은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디지털 환경에서 기성언론의 경쟁력은 오히려 깊고 긴 것이어야 한다는 인식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김영기 서울경제 편집국장은 탐사기획팀 신설 이유로 “온라인 속보경쟁에 묻혀 독자가 찾는 깊이 있는 기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철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지금 우리 사회 현상은 부서별로 구분해 다룰 수 없는 게 많다”며 “부서를 넘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기 위해 출입처 개념이 없는 기획취재부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기획취재부가 지난 1월22일부터 매주 다룬 주제는 경계가 없다. 덴마크 현지에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를 경찰에 신고한 기자를 사례로 언론윤리를 돌아봤고, 무례하고 막말하는 정치인을 분석한 ‘싸가지의 정치학’편을 선보였다. 신변을 위협받는 내부제보자들이나 ‘양날의 검’이라는 정치인 팬덤, 비혼(非婚) 등을 주제로 삼았다. 관련 내용은 2~3개면에 걸쳐 보도됐다.


김희원 한국일보 기획취재부장은 “소재 제한은 없다. 출입처 있는 부서에서 할 수 없는 기획을 하는 것”이라며 “읽힐 수 있는 주제를 다루되 깊이 있는 내용, 신선하고 품격 있는 형식을 시도하자는 게 큰 틀이다. 장기 기획연재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토요판팀도 지난해 12월17일부터 사회문화 트렌드와 시사를 포함한 긴 호흡의 기획을 커버스토리로 내걸고 있다. ‘중압감 주는 대통령 집무실’ 등 청와대 구조를 분석한 기사와 정치덕후가 된 사람들, 달걀 품귀에 텅 빈 집하장, 편의점을 오가는 이들을 CCTV 시점에서 소설형식으로 풀어낸 기획들이다.


정유진 경향신문 토요판팀장은 “이들 기획은 온라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무거운 시사현안과 사소하지만 따뜻한 생활밀착형 콘텐츠의 접점을 찾아가겠다. 다른 부서와도 협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서울경제도 경제신문이란 정체성을 갖고 정책, 경제현장을 폭넓고 깊게 다룰 계획이다. 이학인 서울경제 탐사기획팀장은 “독자들은 겉핥기식보다 한발 더 나아간 뉴스를 원한다”며 “매일 마감에 쫓겨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심층취재로 경쟁력을 키워 서울경제만의 탐사보도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