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지난달 27일 마무리됐다. 81일 동안 이어진 이번 탄핵심판 사건은 준비절차까지 합쳐 총 20회의 변론으로 진행됐다. 기자들은 이 기간 국민들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변론을 기록하며 취재 열기를 불태웠다. 그렇다면 기자들이 바라본 탄핵심판 변론은 어땠을까. 기자들은 변론을 통해 탄핵 사유가 제대로 입증됐다고 봤을까.
“수준 떨어지는 변론”
탄핵심판 변론을 지켜봤던 기자들은 “한 마디로 수준 떨어지는 변론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지 A기자는 “치열하게 법적 공방을 벌여야 하는데 핵심 증거는 빠진 채 양측의 구두변론과 여론전으로만 끝났다”며 “특히 대통령 대리인단 측에선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재판을 지연시켰다. 그 긴 얘기 중에서 법적 공방을 벌인 비중은 반도 안 된 것 같고 탄핵을 기각시키기 위해 헌재를 압박하는 발언만 넘쳤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B기자는 “대통령 탄핵심판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치열한 대결이 벌어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막말 논란이나 일부 대리인들의 불필요한 행동 때문에 의미가 퇴색됐다”고 우려했다. 김지훈 한겨레 기자도 “마치 침대 축구를 보는 것 같았다”고 촌평했다.
실제 대통령 대리인단은 심판이 시작되자 90명에 달하는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고, 신청이 기각돼도 다시 신청하기를 거듭했다. 또 변론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달 22일 제16차 변론에선 김평우 변호사가 국회 소추위원과 재판부를 향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또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해주면 시가전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종합일간지 C기자는 “반면 헌재 재판관들은 그만큼 빛나지 않았나 싶다”며 “재판을 끌고 갈 수도 있었는데 중심을 잘 잡았고, 증인 신청도 최대한 받아들여 공정성 논란이 없게끔 잘 처신했다. 변론 마무리도 신속하게 잘 끝낸 것 같다”고 말했다.
탄핵 인용 가능성 높게 봐
기자들은 유형별로 정리한 다섯 가지 탄핵 사유와 관련해선 몇 가지 쟁점이 뚜렷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분류한 탄핵 사유는 △최순실 등 비선조직의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의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등 5가지다.
방송사 D기자는 “세월호 내용이 들어있는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같은 경우엔 그 날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결국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며 “언론 자유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득균 아주경제 기자는 반면 “세월호 7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쟁점에선 명확한 증거가 많아 어느 정도 혐의는 드러났다고 본다”며 “국정농단이나 뇌물수수 등에선 이미 조사가 많이 진행된 것 같다. 대통령이 출석을 하지 않거나 증거 제출 요구에 발뺌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도 그런 맥락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선 쉽게 예측을 내놓지 못했다. 종합일간지 E기자는 “탄핵심판 자체가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고 국민적 여론이 공고해 재판부가 쉽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도 “국회가 제시한 탄핵 사유가 대통령 파면 사유가 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이어야 하는데 다툴 여지가 있는 것 같아 섣불리 재단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다만 조심스레 기각보다는 인용 가능성을 높게 봤다. 노현섭 서울경제 기자는 “대통령 측보다 국회 측이 내놓은 자료들이 좀 더 객관화돼 있는 것 같다”며 “인용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도 “걱정을 많이들 하시는데 계속 지켜본 저로선 재판부가 대통령 측 편을 들어주는 게 어려워 보인다”며 “그것보다 대통령이 하야를 결정하면 그때가 더 어려울 것 같다. 전문가들도 그만둔 사람을 탄핵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헌재 결정 승복” 한목소리
기자들은 촛불집회, 태극기집회 등으로 고조되는 갈등 양상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탄핵심판 불복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경제지 F기자는 “승복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정말 말이 안 된다. 재심 사유도 없고 불복 수단도 없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승복하는 것만이 남은 일”이라고 했다. 종합일간지 G기자는 “심판결과가 나오면 사회적으로 갈등이 격화되겠지만 차기 대선주자들이 건강한 토론문화를 정착시키고 갈등 봉합에 힘써야 한다”며 “한편으론 공석인 재판관을 재빨리 충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