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제 기능을 못하고 편파적으로 가고 특히나 권력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국가적인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마치 ‘눈 뜬 장님’처럼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방조한 거 아닌가. 그래서 국민들은 촛불광장에서 언론도 공범이라고 했고, 방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하는 요구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외친 거지 않나.”
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송법 개정안(언론장악 방지법) 통과를 위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야당위원 14명의 릴레이 농성이 지난 23일 마무리됐다. ‘언론장악 방지법 처리’, ‘안건조정위원 즉각 선임’, ‘신상진 미방위원장 사퇴’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국회 로텐더홀에 자리 잡은 미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박홍근 의원을 농성 4일차 마지막 날 인터뷰했다.
박 의원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권력을 잡은 세력이 자신의 홍보나 확장을 위한 도구로 언론이나 방송을 장악하려는, 그런 낡은 질서,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말 그대로 방송을 권력의 품이 아닌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 여도 야도 아닌 중립적이고 공정한 방송이 될 수 있게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언론장악 방지법'의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미방위 소속 야당 위원들이 농성에 돌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의원은 “그동안 심사조차 막아온 자유한국당의 박대출 간사, 이것을 묵인, 방조 또는 동의한 자유한국당 소속의 신상진 미방위원장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농성은 자유한국당의 심사거부로 법안 통과는커녕 논의 자체가 막힌 데서 비롯됐다. 박대출 간사는 언론장악 방지법의 법안심사소위 회부를 막아왔고, 신상진 위원장은 야당의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요구에 위원선임을 하지 않고 있다. 법안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쟁점법안의 적극적인 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위원회 구성도 한 달이 넘도록 응하지 않으면서 법안 통과 절차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연설에서 '언론장악방지법' 등에 대해 “기존의 방송계를 흔들어 야당과 노조의 방송장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보다 분명해졌다. 박 의원은 “지난해 한창 논쟁을 벌일 때만 해도 (법안 반대가) 당론은 아니라고 얘기해왔는데 이런 말이 나왔다”면서 “그동안 박대출 간사가 쓰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거다. 박 간사의 입장과 논리가 결국 원내대표의 입장, 당의 입장까지 영향을 미친 거 아닌가 추측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박 의원 등 국회의원 162명이 지난해 7월 공동발의한 '언론장악 방지법'은 ▲공영방송 이사 정수 여야 7대6 구성 ▲사장 선임 시 3분의 2이상 득표가 필요한 특별다수제 도입 ▲사업자와 종사자(제작·보도·편성)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 명문화 등을 골자로 한다. 여야 7대4, 6대3 등으로 이사수부터 제각각이고 지나치게 편중된 이사회 구성을 바꾸겠다는 것. 또 이 다수결 구조에서 임명되는 사장선임 방식을 바꿔 정부여당 입김에서 자유로운, 공정한 보도가 가능한 공영방송으로 개선보자는 것 정도가 뼈대란 의미다. 공영방송의 현실은 탄핵국면 당시 잘 드러났다. KBS와 MBC 등 내부에서는 ‘보도참사’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촛불광장에서는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쏟아졌다.
박 의원은 현 공영방송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MBC를 들었다. 그는 언론관계법, MBC청문회와 관련한 MBC의 잇따른 보도와 ‘전파사유화 논란’에 대해 “국민의 자산,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완전 사적으로, 특히 경영진의 입장을 옹호하고 대변하기 위해 쓰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며 “MBC는 단순히 시스템이나 사람 몇을 바꾼 정도가 아니라 ‘피를 바꿨다’는 말까지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60명의 경력직을 사장이 바뀌는 시점에 채용하는 걸 보면 국민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자기들만의 아성을 쌓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정농단’ 국면을 지나며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현재 여론지형 등을 통해 보면 정권이 야당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더 큰 상황에서도 자유한국당은 법안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실제 정권이 바뀐다면 자유한국당 등은 야당이 되는데도 말이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법안을 최대한 끌고 가자는 거다. KBS사장은 내년 12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MBC사장은 선출되면 3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그러면 현 집권세력과 이분들이 임기를 같이 하며 자기들 뜻대로 방송사를 운영하고 보도나 편성에 개입을 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라며 “‘알박기’를 하려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일 정권이 야당으로 옮겨간다 해도 법안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현 공영방송사 사장의 임기는 보장이 된다. KBS는 1년 반, MBC의 경우 3년은 ‘현 여당의 공영방송’으로 둘 수 있다는 의미다. 만일 언론장악 방지법이 통과된다면 3개월 내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이 다시 이뤄져야 하는 만큼 현 체제를 최대한 오래 끌겠다는 의도로 보는 분석이다.

현재 미방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농성 이외에 마땅치 않다. 여야 원내지도부 간 정치적 협상 정도가 얘기된다. 특히 자유한국당과는 다른 참보수를 칭하며 창당한 바른정당 역시 이 법안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며 가능성은 더 닫혔다. 박 의원은 “명시적으로 반대라고 하진 않지만 언론 등을 통해 확인된 건 부정적으로 나온다”면서 “자유한국당이 적극적 부정 반대라면 바른정당은 소극적 부정 정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만 협조해도 상임위원 3분의 2, 본회의 전체의원 3분의 2 동의로 할 수 있는 제도, 즉 국회법상 안건의 신속처리에 대한 조항(패스트 트랙)을 적용해볼 수도 있다. 최대 330일이라는 기간은 걸리지만 활용할 여지가 있는데 비협조적이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 개입은 여당 혹은 야당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만일 야당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한 움직임은 계속될 수 있을까. 박 의원은 “그 부분은 야당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뿐 아니라 민주정부에서도 공영방송은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이제 우리가 끊어내자는 취지로 이 법안을 냈다. 그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지만 그런 유혹을 이젠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 뿐 아니라, 우상호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의 입장도 분명하다”면서 “그 입장은 확고하다고 믿어도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