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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언론, 가짜뉴스 확산에 책임없나"

기자협회 '가짜뉴스 문제점과 대응 방안' 토론회

김달아 기자  2017.02.24 15: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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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불거진 가짜뉴스 논란이 조기대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 등을 거치면서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Fake News)'가 퍼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과정에서 가짜뉴스를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밝혀 국내 가짜뉴스 논의에 불을 지폈다. 언론계에선 가짜뉴스를 향한 우려와 함께 가짜뉴스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가짜뉴스 문제점과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페이크뉴스(가짜뉴스)는 우리언론이 존재 의미를 찾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직 학계에서도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 교수는 넓은 관점에서 '관심을 끌기 위해 만들어진 허위 정보', 좁은 의미에선 '목적이나 의도를 갖고 (기사형식으로) 완전히 조작된 정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뉴스의 요소로 조작성, 의도, 기사형식, 사실관계 포함, 흥미성, 상업성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가짜뉴스가 생겨난 배경을 △뉴스 생산보다 유통이 중요해진 언론환경 △뉴스 소비 방식·목적 변화 △뉴스 가치 기준 변화 등을 꼽았다. 그는 "누가 뉴스를 만드느냐가 중요했던 시기엔 생산자가 뉴스의 진실성, 공정성, 객관성과 유통과정까지 책임졌다"며 "현재 포털이나 SNS로 뉴스가 퍼지는 환경에선 진실한 것보다 많은 사람이 찾는 기사가 성공한 뉴스라는 인식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페이크뉴스 범람은 진실 자체가 무의미해지거나 진실이 상대적인 '포스트 투르스(Post-Truth) 시대'를 그대로 보여준다"며 "페이크뉴스는 저널리즘이 추구했던 '진실'이란 가치를 훼손해 언론 생태계를 황폐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포털, SNS 등 플랫폼 사업자 중심으로 가짜뉴스 규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언론도 팩트체크 강화 등 페이크뉴스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한규섭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가 대선을 앞두고 선거관련 뉴스의 유통범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교수는 "정치 양극화가 심한 우리나라의 선거국면에선 가짜라도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난다"며 "가짜뉴스가 후보자 당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선거 이후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전에 가짜뉴스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기준을 충족하는 여론조사만 공포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선거기간만이라도 여론조사 결과 보도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성 언론사가 오히려 가짜뉴스를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홍기 서울신문 수석논설위원은 "언론사가 신속성이나 클릭수만 강조하다 SNS에서 떠도는 가짜뉴스를 검증 없이 뉴스화하는 게 문제"라며 "다른 언론이 보도한 것이라도 재확인하고 그게 틀렸다면 반드시 지적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협회보 편집국장도 주류 언론이 가짜뉴스 기승에 책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국장은 "주류 언론의 보도에 신뢰할만한 정보가 없다고 느낀 이들이 가짜뉴스에 눈을 돌린 것"이라며 "언론이 저널리즘을 실현하면 독자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주류 언론 스스로 보도태도를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 자문을 맡고 있는 김태완 변호사는 법적 제재보다 언론의 팩트체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가짜뉴스는 표현·언론의 자유, 명예훼손, 혐오표현 등 법률적 쟁점을 가지고 있다”며 “가짜뉴스의 악의적 목적, 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형법, 민법, 정보통신망법 등을 적용해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법적 제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언론이 스스로 검증하고 비판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독자들도 가짜뉴스에 현혹되기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에 힘을 실어줘 가짜뉴스가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