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역국의 보도기능을 축소시키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이 지역 시청자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KBS는 올해 들어 토요일 아침 방송되던 ‘뉴스광장’의 로컬뉴스 방송분을 없앴다. 전국 9개 지역총국에서 각각 담당, 전체뉴스 중 약 10분 내외를 할애하던 주말 아침 지역뉴스를 폐지한 것이다. 전국 9개 을지국의 주말 당직근무 역시 지난 4일부로 없어졌다. 을지국은 지역총국 산하에서 총국만으로 커버하기 힘든 지역을 맡는 방송사다. 을지국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당직자는 TV또는 라디오뉴스를 담당하고 사건사고 대기 업무를 맡는다. 당장 지역뉴스를 전하던 보도 프로그램 일부가 사라졌고, 인력운용에도 제약이 가해진 상황이다.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진 이유로 ‘인건비 감축’이 거론된다. 주말 ‘뉴스광장’ 방송에 필요한 인력, 을지국 주말 당직자들에 대한 시간외실비 지출 등 비용감축 말이다. KBS 지역총국 A기자는 “결국 인건비 문제와 연관된다. 기자들 인건비도 있지만 방송이 되려면 기술직종도 함께 필요하다. 보통 4조3교대로 돌아가는데 아침 ‘뉴스광장’했던 사람을 ‘9시뉴스’까지 남길 순 없지 않나. 교대 없이 그냥 ‘9시뉴스’팀만 남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근무하는 KBS 기자들은 사측의 결정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A기자는 “부끄럽다. 민영도 아니고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사다. 비수도권의 수신료 납부비율만 봐도 60%에 가까운데 지역 시청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효율적인 운영은 필요하다. 하지만 시청자의 알권리를 위해 방송한다는 목표는 명확해야 한다. 지역의 가치를 살리고 지역분권에 이바지하는 등 역할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지난해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이 KBS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KBS의 수신료 6257억원 중 비수도권 시청자가 낸 비율은 53.2%로 수도권보다 높았다.
이는 KBS의 고질적인, 높은 인건비성 경비비율 문제와 연관이 있다. 전체 사업비 중 40%에 가까운 KBS의 인건비성 경비비용은 지난 5년 간 국회 등에서 꾸준한 지적 대상이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5 회계연도 한국방송공사 결산승인안’에서도 이 비율은 34.1%(2015년 사업비 1조5673억원 중 5337억원)였다. MBC와 SBS 등의 해당 비율은 각각 20%대, 1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지상파 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KBS는 지역 보도기능을 축소하는 조치부터 우선적으로 취한 셈이다.
이와 관련 최근 KBS전국기자협회 비대위원장과 일부 지회장들이 보도본부장과 면담했지만 본사의 지침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KBS 사측은 주말 로컬뉴스가 사라진 데 대해 “시청행태 분석을 통해 로컬뉴스 필요성에 대한 9개 총국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며 “주요 지역뉴스는 아침 전국뉴스에 포함되는 만큼 따로 제작할 필요가 없다는 의향을 밝혀와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을지국 주말 당직 폐지에 대해선 “총국 주말 당직은 유지되기 때문에 을지국을 커버하게 된다. 을지국과 총국의 협의를 통해 돌발상황 등에 대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KBS 을지국 B기자는 “물리적 거리 때문에 총국관할이 어렵지 않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역마다 특성이 다른데 고려치 않고 너무 획일적으로 했다. 우리끼리 주말 주간에 지역국 예산으로 근무를 해보자는 정도로 합의했다”며 “시쳇말로 한번 시원하게 물 먹으면 원상복귀 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이미 KBS 지역국들은 대규모 인력유출이 예상되는 잡포스팅 시행을 앞두면서 큰 혼란을 예상하고 있다. 3~4년차 본사 기자가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일하는 ‘순환근무제’는 폐지된 상태다. KBS는 현재 근무신청을 토대로 매칭작업을 진행, 오는 15일 인사발령을 예고하고 있다.
KBS C기자는 “지역기자들로선 본사로 갈 수 있는 제도 하나가 생긴 셈이다. 지역 인력유출은 명확하지만 회사가 어떤 뾰족한 대안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KBS 지역총국 D기자는 “지역에 인력을 채워주겠다고는 하는데 어떤 기수일지, 본사에게 튕겨져 나간 이들이 올지 전혀 모른다”며 “지역국 보도축소를 비롯해 모든 게 ‘시행을 해라, 그런데 운영은 알아서 해라’라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이를 장기적인 계획에 포함된 인력감축의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KBS 지역총국 E기자는 “KBS 전체의 볼륨을 줄여가는 데 지역이 1차적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일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