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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새 사장 시한부 임기 불 보듯

방문진, 23일 선임 일정 강행
방송법 개정되면 다시 뽑아야
"방문진 사장 선임 자격 없어"

이진우 기자  2017.02.08 12: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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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지난 5년간 정권 비판 보도를 묵인하고 말 안 듣는 기자는 보도국 밖으로 쫓아냈어요. 이럴 지경이 될 때까지 관리감독 역할을 해야하는 방송문화진흥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제재도 취하지 않은 공범이라는 거죠. 그런 방문진이 사장을 선임할 권리가 있을까요?”


지난 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 안에 200여명의 기자, PD, 아나운서 등 MBC 직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청와대방송’에 반발하며 보도책임자 사퇴와 방송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기자들은 이 자리에서 전날 방송문화진흥회가 밝힌 사장 선임 강행 계획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MBC의 한 기자는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는 기존의 방송법이 개선되지 않으면 MBC의 보도정상화는 영영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인데, 방문진이 이달 내 신임 사장을 선임하겠다고 나선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방문진은 이달 23일 이사회에서 MBC 차기사장을 선임하기로 하고 후보 공모에 들어갔다. “임시국회에서 방송법이 통과될 수 있으니 3월로 사장 선임일정을 미루자”는 야당 추천 이사들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 달 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이냐”며 연기를 반대했다.


사장 선임 일정은 현재 임시국회에서 방송법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임명 기준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한 사항이다. 법안이 처리되면 방문진 이사진과 MBC 경영진은 3개월 이내에 전원 교체된다. 노조가 “새로운 사장이 임명된다 해도 방송법 처리 시 곧바로 교체될 수 있어 ‘시한부 경영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더욱이 그간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행보에 대해 불신이 퍼져있는 상황인 만큼 방문진의 사장 선임 자격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고 이사장은 지난 2013년 이후 ‘문재인 공산주의자’ ‘야당의원 친북활동’ 등 정치적 발언을 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대규모 촛불시위에 시민은 거의 없었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으며, 이후에도 “여러 매체가 왜곡, 조작 방송을 하면서 애국시민들은 미흡하지만 MBC만 보고 있다. 조만간 시청률이 확 높아질 것”이라고 밝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권 비판 보도에 묵인,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MBC는 지난해 말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2%대까지 하락했다.


MBC의 한 기자는 “정권에 우호적인 이사진이 새로운 사장을 선임하면 또 똑같은 인사가 오지 않겠나. MBC는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최근 박근혜 정부 때문에 나라가 휘청이고 언론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1차적인 책임은 MBC에 있고 2차적인 책임은 방문진에 있다. 방문진이 이 시점에서 권한 행사보다는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현 방문진은 MBC의 관리 감독 기구로서 주어진 사명을 스스로 내던졌다”며 “총사퇴가 마땅한 방문진이 시한부 경영진 선임을 강행한다면 MBC 구성원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7월 야당 의원 162명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7대6으로 구성하고, 사장 임명 시 이사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현재 새누리당이 “야당과 노조의 방송장악용”이라고 반발하며 국회 미방위에 묶여 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