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한국경제지회와 한경 바른언론실천위원회(이하 바실위)가 자사 보도의 정파성을 비판하며 주필·편집국장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한경지회와 바실위는 1일 '바실회보'를 내고 자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특정 정파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깼다고 비판했다.
기자들은 한경이 △태블릿PC 조작 의혹을 제기한 일부 단체의 주장을 1면에 여과 없이 싣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수가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 넘어섰다는 보도를 1면에 비중 있게 다룬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TV의 박 대통령 인터뷰 관련 논란도 지적했다.
바실회보에 따르면 김기웅 한경 사장은 2012년 사내 인터뷰에서 "어떤 정파에 휘둘리지 않는다"며 "지지하는 정당도 없다"고 말했다. 유근석 편집국장도 최근 데스크회의에서 "최순실 사태 관련 스탠스는 정치적 중립"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자들은 사장과 편집국장의 발언은 현재 한경 보도와 동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한경지회와 바실위는 최근 보도된 기사들을 제시하며 정파성 문제를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2016년 12월30일자 사설 '광장의 촛불은 결국 좌경화 이념의 교두보였던가'
△2017년 1월9일자 1면 '3.7만명>2.4만명, 서울 태극기 집회 참가자 '촛불' 첫 추월'
△2017년 1월11일자 1면 '제2의 '최순실 태블릿' 장시호가 특검에 제출' - 한국자유총연맹과 애국연합 등 단체가 태블릿PC 조작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 내용 실림.
△2017년 1월13일자 1면 '"대통령 말 따른 罪" 칼날 위에 선 삼성 '- 특검 조사 내용보다 이 부회장이 외신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는 내용 강조.
△2017년 1월17일자 1면 '경제파장보다 '광장 정서' 선택한 특검' -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다음 날 보도.
기자들은 바실회보에서 "전무후무한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한경 지면을 보면 어떤 이유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다"며 "'대기업들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도 누가 어떻게 피해를 입혔는지 파고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기웅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팩트 위주로 균형감 있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왔다"고 자평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특검의 정당성을 누구보다 강하게 의심하고 있고, 국정농단 관련 의혹은 법원 판결 전 여론재판이 이뤄지고 있다며 도외시했다. '팩트 위주의 객관적 보도'가 '당파적인 보도'와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경지회와 바실위는 편집국 노조원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지면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77.2%(98명)에 달한다는 결과도 공개했다. 설문은 대상자 183명 중 127명이 참여했다.
지면에 불만족을 표한 98명 가운데 75명(복수응답 가능)은 '특정 정파에 치우친 편향된 보도'가 문제라고 지적했고, '기업에 대한 감싸기 보도'(56명), '사시에 맞지 않는 오락가락 보도'(50명)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지난달 25일 정규재 한경 주필이 정규재TV를 통해 박 대통령을 인터뷰한 것, 인터뷰·보도 방식, 질문 내용 등에 대한 내부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정규재TV라는 개인 플랫폼과 한경 간의 관계가 모호하다는 점이 뚜렷하게 부각됐다"며 "정규재TV가 주필 개인의 채널이라면 회사로부터 지원 없이 독립된 형태로 운영돼야 하고, 회사의 일부라면 개인이 아닌 한경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채널로 활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자들은 보도를 둘러싼 내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편집국장, 주필, 데스크, 일선 기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은 "최순실 사태를 우리가 어떻게 접근 해야 할지,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치는 게 우리의 역할인지 아닌지, 기업에 대한 검찰 혹은 특검의 수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한경 관계자는 "회보가 발간된 후 정규재 주필과 유근석 편집국장이 기자들과 대화하기로 확정했다"며 "오는 8일 오후 7시 한경 사옥 18층 다산홀에서 기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