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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론 앞세워 노골적으로 삼성 두둔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관련 사설 분석]
불구속 수사 촉구한 서울신문
중앙 "삼성 특검 변질" 부각
이재용 수사 그만둬라 주장도

김달아 기자  2017.01.25 14: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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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 조사와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경제지와 일부 종합지가 노골적으로 삼성을 두둔했다. 글로벌 기업 총수의 구속은 경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와 특검이 여론을 등에 업고 무리한 정치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앞세우면서다.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 혐의로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12일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16일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던 19일을 기준으로 9개 종합일간지와 3개 경제지 사설을 분석한 결과 언론은 ‘경제 위기론’과 ‘특검의 정치화’를 내세워 이 부회장의 구속 수사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 부회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한 다음 날인 13일 서울신문은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이 부회장을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총수가 구속되면 삼성이란 브랜드 가치뿐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용도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이 부회장 구속 수사는 능사가 아니다”며 “여론을 의식한 특검의 과속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제지 대부분은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를 거세게 비판했다. 한국경제는 삼성의 억울함을 대신 호소했다. 한국경제는 “기업들은 모든 정권에서 그랬듯 사업에 협조해 달라는 청와대 관련 부처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뿐”이라며 “공권력은 이미 정치의 시녀요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기업인들에 대한 (특검의) 체포와 구속, 소환 남발을 보고 있자면 억지결부와 강압 수사, 공포정치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나흘 뒤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반발 목소리는 더 커졌다. ‘논란 많은 이재용 구속영장, 법원에 떠넘긴 특검’(동아일보), ‘이재용 구속으로 승부 보려는 박영수 특검의 집착’(매일경제), ‘여론몰이식 수사 경계해야’(서울신문), ‘특검의 정당성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한국경제) 등 특검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사설들이 17일자 신문에 잇따랐다.


서울신문은 17일 “특검이 대통령 뇌물죄 처벌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기업인을 제물로 사용하는 ‘기업 특검’에 몰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라며 “삼성이 최순실씨 모녀에게 돈을 지원한 시점이 합병 이후라는 점에서 먼저 뇌물을 주고 나중에 대가를 얻어내는 통상적인 뇌물 사건과는 다르다”고 삼성 입장에서 해명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처음부터 ‘뇌물 공여’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그에 맞춰 수사를 밀어붙여 왔다는 느낌을 준다”고 했고, 중앙일보는 “(특검이 사흘간 고민 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최순실 특검’이 ‘삼성 특검’으로 변질되고 주범인 박근혜 대통령은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채 ‘종범(從犯)’ 격인 이 부회장부터 처벌하는 데 따른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매일경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을 섣부르게 부패기업으로 낙인찍게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제 발등을 찍는 일”이라며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를 통해 무엇을 노리는가. 국민에게 한 건 보여주려는 게 목적이라면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법원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한 다음날(20일), 일간지 사설 제목은 크게 세 가지 반응으로 나뉘었다. ‘특검 수사 위축돼선 안 된다’, ‘특검은 국정농단 본류에 집중하라’, ‘법원이 법치주의를 지켜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서울경제 등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특검의 설치 목적에서 빗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목적이 정해진 한시적인 특검 수사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파헤치는 데서 벗어나 광범위한 부패 혐의 수사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수사 방향과 속도를 재점검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 농단’이라는 특검법이 정한 수사 본류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경제과 매일경제 등은 법원의 판단을 지지하는 동시에 특검의 수사방식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제는 ‘특검은 ‘법치’ 아닌 ‘정치’한다는 의구심 불식시켜야’라는 사설에서 “(특검이) 과도한 압수수색과 체포를 되풀이하는 외에도 수사범위를 거칠게 확대해가는 것 등은 심각한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고 했고, 매일경제는 “(법원의 영장 기각은) 특검의 수사권 과잉 행사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특검을 때리면서 삼성을 두둔하는 자사의 논조와 다른 입장을 가진 기자들도 많다. 한 경제지 기자는 “삼성이 기자들 월급을 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삼성 광고 의존도가 높지만, 노골적으로 삼성 편을 드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수많은 근거를 가지고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을 결정했을 특검·법원과 달리 언론은 빈약한 팩트만으로 거창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종합일간지의 한 기자는 “종합지인데도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하고 사실상 재판부를 압박하는 사설을 두고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다”며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언론의 ‘최대 광고주 삼성 살리기’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