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십성 정치기사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언론의 관심이 대선 후보 검증이나 정책 검증보다 대선 잠룡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과도하게 쏠린 데다 이마저도 오보 등의 문제가 뒤따르고 있어서다.
주요 이슈가 터지면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게 언론의 책무지만, 팩트 확인을 위해 손 쓸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한 확산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언론사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실 확인을 하는 언론사는 매번 뒷북만 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4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충북 음성군에 있는 선친 묘소를 참배한 뒤 퇴주잔을 묘소에 뿌리지 않고 마셔 버린 것처럼 편집된 영상이 공개되면서 불거진 ‘퇴주잔’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언론이 특정 대선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사실만을 전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가짜 뉴스’가 언론을 타고 확산됐다.
문제는 이런 반복된 실수가 언론 신뢰를 갉아먹을 뿐 아니라 정치 불신이나 무관심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전체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언론이 가십성 정치기사에 목매는 이유는 언론과 정치인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측면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후보자 검증이나 정책 검증은 일손이 많이 들어가는 데다 기사의 폭발력도 들어가는 공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대선 후보자들을 쫓아다니면서 발생한 이슈를 기사화하는 것은 ‘그림’이 될 뿐더러 독자들의 이목을 잡기에도 수월하다.
여기에 진영논리까지 덧씌울 경우 그 휘발성이 더욱 커진다는 점도 언론이 가십성 정치기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정치부장 출신의 한 방송사 고위 간부는 “대선 후보자들이 정책 등을 제대로 내놓지 않는 한계가 있지만 정책이나 공약 등을 내놓도록 촉구하는 역시 언론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정치인 역시 언론의 이런 속성을 이용하기 위해 골치 아픈 정책보다는 민생행보 등을 통해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공 들인 정책 검증 기사보다 흥미 위주의 기사를 편식하는 독자들 역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대선 후보자에 대한 검증 기사의 경우 진위 여부를 떠나 ‘소송부터 걸고 보자’는 식의 태도 역시 정책 기사가 자리 잡는데 장애 요인 중 하나다.
후보 검증은 위험 부담이 큰 반면 이를 통해 얻어진 효과는 미미하다보니 ‘가성비’ 높은 가십성 기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반기문 전 총장은 지난 4일 ‘박연차, 반기문에 23만달러 줬다’(지난달 24일자)고 보도한 시사저널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신청과 함께 10억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4일 TV조선이 보도한 ‘서민 시장 이재명…알고 보니 철거민·시의원에 막말’이란 제하의 기사(지난 1일)에 대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TV조선을 고소했다.
잘못된 보도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바로잡는 게 맞지만, 대선 후보자들이 불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봉쇄적 소송’이 남발되어선 안 된다는 게 언론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심석태 SBS 뉴미디어국장(법학박사)은 “대선 후보자들이 잘못된 보도에 대해 소송으로 맞대응할 수는 있지만 엄청난 손해배상액을 가지고 논란을 봉쇄하기 위해 소송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논란 있는 이슈를 팩트 체크를 한 뒤 기사를 쓴다고 해 얻어지는 이득보다 가십성 이슈를 제 때 대응하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이 훨씬 크다는 점도 잘못된 관행이 근절되지 못한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한 경제지 온라인 담당 고위간부는 “특종 경쟁이나 트래픽 경쟁 탓에 일단 이슈가 되면 그 보다 더 진일보한 기사를 내야 하는 편집국의 강박증에다 베껴 쓰기가 난무하다 보니 ‘혼자 틀리는 게 아니다’라는 동질감 때문에 최소한의 취재윤리 기준마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