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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누구든 엄격히 따져 묻고 검증하겠다"

기자들이 대선 후보에게 묻는다

이진우 기자  2017.01.04 14: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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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비판 인정·민생경제 회복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집중
해직 언론인 즉각 복직 필요



“대선후보에 ○○○이 궁금합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우여곡절 끝에 가결됐다. 이로써 올 12월로 예정돼 있던 대선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커졌다. 헌법재판소가 1~2월 안에 탄핵 결정을 내리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인 3~4월 안에 대선을 치르게 되고, 최장 180일 심리 기간을 채워 6월에 탄핵을 결정하면 8월에 대선이 실시된다.


이례적으로 봄이나 여름에 대선을 앞두고 대권 주자들의 행보도 바빠졌다. 현재 판세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이 선두권에 자리하고 있다.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 등도 거론된다.


언론계에서는 여론조사의 향방과 차기 대권 주자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자들이 대선 후보에 궁금한 점과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혼돈에 빠진 현 정국에서 언론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기자협회보는 ‘기자들이 대선 후보에 묻는다’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 기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재명, 수구세력 청산 의미는
“청산의 기준과 원칙, 이재명 후보가 그리는 청산의 로드맵이 궁금합니다.” MBC의 A 기자는 최근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에 질문을 던졌다. A 기자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보수를 가장한 수구세력을 청산하겠다’고 한 발언에 주목했다. 그는 “책임정치의 차원에서라도 청산은 분명 필요하다. 다만 청산과 정치보복의 경계는 모호하기 마련이고, 그 방식과 대상의 범위에 따라 국정은 또 다른 혼란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득권의 반발, 국회의 비협조, 수구 언론의 공격과 더불어 청산이 곧 또 다른 장악정치 혹은 패권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비판에 이 후보는 어떤 청사진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대기업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한 방송사의 기자는 “대선 때마다 나오는 공약이 아니었나. 실질적인 계획안을 실현할 용기가 없으면 말 뿐인 공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A 기자도 “방향은 이상적이나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도 첫삽도 떠보지 못하고 폐기되지 않았던가. 어떤 방안이 있는지 자세히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영자 일간지의 B 기자도 대선 경험은 없지만 급부상하고 있는 이 후보에 대해 “속내를 잘 모르겠다. 탐구대상”이라고 표현하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B 기자는 “오랜 기간 정치부 출입기자로 일했지만 이 후보에 대해서 가장 잘 모르겠다”면서도 “언행일치가 가장 기대되는 주자이기도 하다. 광의의 메니페스토 차원에서라도 그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잠재적 대선주자로서 이 후보의 강점과 약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거침없는 발언과 소신 있는 태도는 강점이되 그런 강성 때문에 정치적 확장성이 제한되는 것은 약점”이라며 “당선 후 더 큰 권력과 책임을 지는 경우에 이런 특성을 어떻게 승화해나갈 지 알고 싶다”고 했다.

반기문, 당신은 친박입니까
여권의 대표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질문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노무현 정권 때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 이번 정권에서 친박 행보를 보인 것과 관련해 질문이 쏟아졌다.


“당신에게 있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 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분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JTBC 기자)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도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방송사 기자)

“지난번 미 외교협회 간담회에서 현 정권은 올바른 통치가 완전히 결핍됐다고 평가했는데, 이번 게이트를 제외하고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고 싶다.”(YTN 기자)


최근 새누리당에서 분리된 가칭 ‘개혁보수신당’에 반 후보의 합류 여부를 궁금해 하는 기자들도 많았다. SBS의 한 기자는 “야권은 이미 문재인이라는 큰 덩어리가 형성된 만큼, 반 후보가 야권에 갈린 없다. 그렇다면 여권인데 새누리당보다는 빠져 나온 비박 신당이 되지 않겠나”고 예상했다. 또 다른 방송사 기자는 “역대 최악의 유엔 사무총장이란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으로서의 철학과 비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종북 논란’ 문재인, 깨뜨릴 수 있는가
정치 활동 내내 ‘종북 프레임’으로 발목을 잡힌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중앙일보의 C 기자는 “대북 문제에 대해선 유난히 관대하다. 종북이란 오명도 있는데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북한의 핵 보유는 우리에게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송사의 기자도 “친노종북 프레임을 깰 수 있는 비책이 있는가. 지난 정권에서 쌓은 부조리를 어떻게 척결할 것인지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탄핵과 관련해 명확한 노선을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C 기자는 “여론의 동향을 살폈다는 등의 해명은 궁색한 것 같다. 모든 일, 특히 이렇게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 또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있는 정치 맞수로서 단호함과 결단력을 보여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좌고우면했나”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간지 기자도 “문 후보의 저서, ‘운명’을 읽고 무릎을 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인간 문재인의 결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의 행보에선 그 강렬함을 느낄 수 없다. 지나친 유순함이 강조됐다”며 “결단력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 필요한 때라 생각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다”고 전했다.

기자들의 원하는 대통령
“대한민국 일상 곳곳에서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권력뿐만 아니라 거대 자본 앞에서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한 온라인 매체의 신입 기자가 대선 후보들에게 밝힌 새해 소망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공존하면서도 좋은 대안을 찾아나가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한국경제의 한 중견기자도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꿈꿨다.


기자들은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갈증이 강하다. 특히 차기 정권의 최우선 과제는 탄핵 정국 이후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민생경제 회복’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제규모,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근로자의 노동환경과 인권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대기업에 치우친 불균형한 경제 성장 구조이다.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내수시장까지 체질개선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기대한다.”(MBC 기자)


“자타 공인 ‘노빠’인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 개방에 속도를 냈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사람이 많다. 포퓰리즘적 복지에 매몰되지 않고 경제 성장 동력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으면 한다.”(중앙일보 기자)

차기 정권, 언론 자유 중시해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초반에 묵인·축소된 이후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기자들도 상당했다. YTN의 한 기자는 “언론에 대한 사찰이나 인사 개입, 보도 개입이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 언론의 비판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JTBC의 한 기자도 “허울 뿐인 객관성과 중립성 따위를 버려야 한다. 언론의 칼날이 무뎌지면 정부는 부패한다.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따져 묻고 검증해야 한다. 이미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지수는 세계 최하위권이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감시의 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질수록 비밀이 늘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언론을 가까이 두고, 정보와 피감시 대상자들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높여줬으면 한다.”(중앙일보 기자)


한 영자 일간지의 기자도 “언론은 정부의 ‘입’이 아니라 ‘필터’가 되어야 한다. 언론과 정부는 불가결하게 가까이 존재하면서 필요한 만큼 협력도 하지만, 정보를 생산하는 사고의 틀은 결국 언론의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기자들은 차기 정권에 그간 징계 받은 언론인들의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YTN의 한 기자는 “MBC과 YTN의 파업 사태는 언론이 정권의 부역자가 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언론이 독립성을 가지지 못할 경우 대한민국 저널리즘이 얼마나 퇴보할 수 있는지는 지난 10년 동안 충분히 증명됐다”고 전했다. 미디어지의 한 기자는 “대권 주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통과에 집중해 달라. YTN 해직기자 3명이 3000일이 넘도록 회사에 복귀를 못하고 있다. 언론인들이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 받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