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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3000일, 이제는 마지막 행사다

영화 '7년' 제작 발표회 및 해직 3000일 복직 기원 토크 콘서트

강아영 기자  2016.12.22 09: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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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일, 참 깁니다. 3100일도 가지 않았으면, 아니 3005일도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 복직했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10월6일,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사장에 맞서 투쟁했던 YTN 기자 6명이 해고된 지 3000일이 흘렀다. 6명 중 3명은 2014년 11월 대법원의 해고 '무효'판결 덕에 YTN으로 복귀했지만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해직기자는 동료들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 지난한 싸움이 어느덧 3000일이 됐다.


21일 서울 상암 롯데시네마에서는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제작 발표회와 해직 3000일 ‘복직 기원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영화 ‘7년’은 YTN과 MBC 등 해직언론인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다음달 12일 정식 상영된다. 전주국제영화제, DMZ영화제에서 가편집본이 상영되기도 했다. 


YTN 기자들은 이 영화를 두 번째 봤다. 해직 7년을 맞은 지난해 10월6일, 그들의 해고와 투쟁 과정을 기록한 가편집본 영상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탄식은 끊이지 않았다. 눈물을 훔치느라 손이 분주한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어느 누가 이렇게 긴 싸움이 되리라고 예상했을까.


영화 속 조승호 기자는 말했다. “당시 크게 걱정은 안 했다”, “아마 한두 달 안에 해결이 될 거라고, 그땐 동료들도 사측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7년 후 정유신 기자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1년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7년이 됐다”고. “매년 마지막이라고 얘기하는 게, 안에서 이런 얘기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YTN딱지가 붙은 옷을 입을 만큼 YTN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모든 걸 다 바친 이 귀한 보석들을 왜 아직도 밖에다 두고 쓰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울지만은 않았다. 모인 이들은 3000일이 마지막 행사가 될 거라며 희망을 얘기했다. 영화를 만든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110분 러닝타임이 결코 짧지 않지만 엔딩이 애매한 건 해직언론인들이 복직되고 공정방송을 정상화한 이후에 다시 편집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YTN 해직사태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었던 최상재 전 위원장도 “생각했던 것보다 3~4배 더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터널 끝이 보이는 것 같다. 해직 조합원들은 복직을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토크 콘서트에선 3000일을 버텨준 3명의 기자에게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잇따랐다. 시민들은 “언론을 지키는 일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끝까지 싸우라” “굴복하지 말고 더 나은, 더 공정한 언론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끝까지 참고 인내하면 꼭 복직되는 기쁜 날이 올거라 확신한다”며 기자들을 응원했다.



노종면 기자의 딸 해민 씨도 직접 아빠에게 보내는 응원의 편지를 낭독했다. 해민 씨는 “아빠가 해직됐을 때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아빠 직업에 뭐라고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지금은 멋있고 자랑스러운 아빤데 그땐 원망이 더 컸던 것 같다”며 “하지만 멋진 선후배 아저씨들, 엄마 덕분에 아빠가 좋은 사람인 걸 알 수 있었다. 항상 존경하고 감사하고 사랑한다. 조금 더 힘내서 세상에 보여주자”고 했다. 

 

3명의 해직기자들은 화답했다. 노종면 기자는 “다른 말은 생각 안 나고 그냥 다 고맙다”면서 “씩씩하고 건강하게 복직하겠다”고 했고, 조승호 기자도 “여러분들 앞에서 해직자로서 인사하는 게 오늘로서 정말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덕수 기자도 “3000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동요하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건 여기 계신 동료들과 우리를 성원해준 많은 시민들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토크 콘서트에선 지난 3000일간 투쟁했던 기록을 더듬어나가기도 했다. 암울한 시대에 낯부끄러운 뉴스들이 YTN의 이름으로 방송될 때 어디서 어떻게 투쟁했는지, 어떻게 싸우고 버텼는지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특별영상에선 이젠 9년차, 11년차가 된 당시 수습기자와 3년차 기자들이 공정방송 사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담겼다.


3000일을 맞아 기념 책도 제작됐다. 박진수 YTN 노조위원장은 “2008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정방송 요구를 하고 부당해고 징계를 받았던 것이 헛된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상기시켜야 했다”며 “이제 더 오래 갈 수는 없다. 이번이 아니면 이 기록을 다시 정리할 수 없을 것 같아 포토에세이 형식의 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