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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파헤친 언론, 내부 적폐도 드러내

2016 언론계 10대 뉴스

한국기자협회  2016.12.21 14: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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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비선이 공모해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언론 보도로 실체적 진실을 드러냈고,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의 힘은 저널리즘의 본령을 각인시켰다. 국가 권력의 언론개입과 이에 동조한 보도책임자들의 민낯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언론사 간부의 부패 혐의는 언론계 내부의 적폐가 극명함을 보여줬다. 지진 등 재난 보도에 취약한 언론, 여성 차별적 사고가 여전한 언론에 대해 경고등이 깜빡거렸다. 기자협회보가 선정한 ‘2016년 언론계 10대 뉴스’의 주요 내용이다. ‘10대 뉴스’는 기자협회보 기자들의 개별 추천과 토론, 편집위원들의 투표를 거쳐 선정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헤친 언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판도라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언론사 간 취재경쟁 때문이었다.

TV조선은 지난 7월26일 미르재단이 설립 두 달 만에 대기업 자금 486억원을 끌어 모았고, 여기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어 한겨레가 9월22일 최순실을 비롯해 미르·K스포츠재단과 전경련의 비정상적인 커넥션, 최씨 딸 정유라씨의 대학생활 특혜 등을 제기하면서 또다시 주목받았다.

특히 JTBC가 10월24일 최순실씨의 태블릿PC를 입수해 실체적 증거를 제시했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선언 등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 수정한 정황을 파악해 보도하면서 전 언론이 이번 의혹을 파헤치는데 뛰어든 계기가 됐다. (사진=뉴시스)




언론인 포함된 김영란법 시행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28일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민간영역인 언론인 등을 포함한 조항이 위헌이라고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합헌(7대2)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지난 9월28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에 따라 공직자뿐 아니라 언론인, 사립교원 등은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100만원 이상(연간 300만원)의 금품·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분이 가능하게 됐다. 또 식사 접대 한도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제한됐다.
법 시행 초기 법의 모호성 탓에 적잖은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점차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법 시행에 따른 광고·협찬 축소에 대한 언론계 우려는 여전하다. (사진=뉴시스)




종편 뜨고 지상파 지고
종합편성채널은 뜨고 지상파는 진 한 해였다. 경영은 물론 보도 등을 둘러싼 ‘신뢰’의 측면에서도 그랬다. 개국 5주년을 맞은 종편은 적자폭을 줄이며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반면 지상파는 방송광고매출 대폭 감소를 겪으며 내부에서 위기감이 높았다.
JTBC 등 일부 종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의 선전으로 ‘시청자의 신뢰’라는 소중한 자산을 얻었다. 호평이 잇따르며 상을 휩쓸었고, 시청률에서도 10%의 벽을 넘었다. 지상파는 ‘보도참사’라는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KBS양대 노조의 ‘총파업’과 MBC구성원들의 반성 움직임과는 달리 공영방송 경영진의 쇄신은 미약했다. 지상파3사 중 SBS만이 조직개편과 인사를 감행하며 변화에 나섰다.




이정현·백종문 녹취록 파문
공영방송의 현실을 보여주는 녹취록 두 개가 공개되며 큰 파장이 일었다. 지난 1월 공개된 ‘백종문 녹취록’에는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2012년 파업 후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아무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발언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불어 ‘사원선발 시 지역검증’, ‘MBC프로그램 다 통제한다’는 발언이 포함돼 부당거래·개입·채용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7월에는 ‘이정현 녹취록’이 공개되며 파문이 일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았던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연락해 해경 비판 자제 등을 지시한 것이었다. 이 전 새누리당 대표는 ‘홍보수석의 통상적 업무’라고 해명했다. (사진=오마이뉴스)




포털 목매다 페이스북에 지배된 언론
포털에 의존해오던 언론사들이 이제는 페이스북에 목매는 모습이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뉴스피드를 화려하게 장식하는가 하면, ‘좋아요’를 늘리기 위해 돈까지 지불하는 언론사도 나왔다.
처음 페북이 등장할 때만해도 언론계에서는 ‘탈포털을 위한 대항마’ ‘구세주’ 등으로 추켜세웠다. 하지만 몇 년 만에 페북은 양날의 검이 돼버렸다. 더 이상 PV도 수익도 담보해주지 못하고, 언론사의 영향력마저 축소시킬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론사들이 이용당하는 것에서 벗어나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페이스북 코리아와 언론사가 정기적인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알파고 열풍 및 로봇저널리즘
국내 언론에 ‘로봇기자’가 첫선을 보였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월 로봇이 쓴 증권 시황 기사를 송고했다. 기사 말미엔 ‘IamFNBOT’이라는 바이라인을 달고 로봇 기사임을 명시했다. 각종 증시 수치에 이준환·서봉원 서울대 교수팀이 개발한 기사 작성 알고리즘을 적용한 것이다. 파이낸셜 외에 다른 경제지도 ‘로봇기자’ 도입에 적극적이다. 증권이나 기업분석 등 복잡한 수치를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경제지에서 로봇 활용도가 더 높아서다.
알파고 열풍과 더불어 로봇저널리즘의 등장은 기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란 긍정적인 의견과 함께 기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뉴시스)




국정원 등 기자들 통신자료 조회
올해 초 경찰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이 기자들과 야당 당직자, 민주노총 실무자 등의 통신자료를 멋대로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특히 취재원 정보가 담겨 있는 기자의 통신자료가 수사·정보기관에 제공돼 언론자유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당시 전국언론노조의 ‘통신자료 제공내역’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간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은 194회에 걸쳐 언론인 97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언론사 내부에서는 통신자료 사실확인서를 집단적으로 신청해보자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사기관과 통신사는 개인정보를 수집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경주지진과 엉망 재난방송
지난 9월 경북 경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정설이 깨진 것으로, 이후 수차례 여진이 발생해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그러나 정보 전달체계는 엉망이었고 언론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특히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지진이 났는데도 정규 프로그램을 틀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진 발생 속보도 늦었지만 대피요령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보도가 없어 국민들을 더욱 불안케 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난 보도가 지나치게 서울과 수도권 중심이라는 점, 수화통역 등이 서비스되지 않은 점, 턱없이 낮은 지상파DMB와 FM라디오 수신율에 대한 지적이 일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송희영 주필 호화 외유 논란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의 ‘호화 외유’ 논란은 국민뿐 아니라 언론계에도 충격이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8월 송 전 주필이 2011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해외 요트, 전세기 등 2억원대 호화 접대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후 송 전 주필은 사의를 표명했다. 조선일보는 곧바로 사표를 수리하면서 “조선일보를 대표하는 언론인의 일탈 행위로 독자에게 실망감을 준 것에 사과한다”며 “언론 및 기자 윤리를 엄격히 실천하고 언론 본연의 기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명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윤리위원회 신설 등을 촉구했다. 사측이 이 제안을 받아 들여 현재 노사,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윤리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사진=뉴시스)




언론 젠더 감수성 도마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보도에서 드러난 언론의 젠더 감수성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5월 30대 남성 김모씨는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한 여성을 흉기로 살해했다. 일부 언론은 사건을 보도하면서 피해 여성에게 ‘강남역 화장실녀’라는 수식어를 붙이는가 하면, 남성 가해자를 변호하는 듯한 내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언론의 태도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추모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 수 천장이 붙었고, 여성혐오·남성혐오 논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후 언론계에선 남성 중심, 여성 차별적 사고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