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전방위 언론 통제 실상이 온 국민 앞에 생중계됐다.
지난 15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선 정윤회 문건을 둘러싼 언론 통제와 공영방송 인사개입이 다뤄졌다.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할 당시 재직했던 조한규 전 사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의 보도 자제·회유 압력이 있었다”며 “청와대의 요구로 (자신이) 해임됐다”고 진술했다. 세계일보는 정윤회 전 박근혜 의원 비서실장이 비선에서 고위공직자 인사 등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입수, 2014년 11월28일 보도했다.
조 전 사장의 발언처럼 청와대는 문건 보도 직후 세계일보를 저격했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비롯한 문고리 3인방 등 청와대 비서진 8명이 조 전 사장과 황정미 편집국장, 한용걸 사회부장, 특별취재팀 기자 3명을 고소했다. 검찰의 세계일보 압수수색설도 나돌았다. 한국기자협회와 세계일보지회는 “언론 탄압”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조 전 사장은 “비서진들의 고소에 이어 취재팀 기자들이 30시간 이상 검찰 조사를 받던 상황에서 문건을 더 보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세계일보 압박 정황은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비망록)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청문회에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밝힌 비망록 내용을 보면 세계일보 보도가 나간 날 김기춘 전 실장 주재로 대책회의가 열려 관계자 고소가 결정됐다. 또 세계일보 세무조사, 공격방안, 비선실세 보도 자체가 문제, 세계일보 사장 교체 움직임, 현 사장 지지 세력 등의 내용도 적혀 있다.
이날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이 “비망록에 나온 ‘세계일보 세무조사, 정정보도 검토, 명예훼손 고발, 압수수색…’ 이 시나리오대로 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전 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실제로 문건 보도 후 통일교 계열사는 세무조사를 받았다.
박근혜 정권의 언론 통제 시도는 세계일보에서 그치지 않았다. 정부 비판 기사를 쓴 언론사 모두 타깃이었다.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실장이 ‘일방적 지적, 비판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고 말한 내용과 박 대통령이 직접 ‘시사저널, 일요신문 끝까지 밝혀야. 피할 수 없다는 본때를 보여야. 선제적으로 열성과 근성으로 발본색원하라’고 주문한 것까지 담겼다.
JTBC도 수차례 언급됐다. JTBC는 지난달 30일 뉴스룸에서 “2014년 9월15일 김기춘 실장이 말한 내용이라고 김영한 전 수석이 적은 내용을 보면 ‘22일부터 8시 뉴스 개시. 보수분위기 기조에 악영향 우려. 적극적 오보대응 및 법적 대응 요구. 방심위 제소 활용”이라고 돼 있다”고 전했다. 또 이보다 3개월 앞서 ‘JTBC 뉴스가치 왜곡사례-list up’이라고 쓰여 있다면서 “이런 사례가 있는지 정리해보라는 지시로 이해된다”고 했다.
공영방송에 대한 인사개입은 더 노골적이었다. 2014년 6월15일부터 8달간 작성된 비망록에는 KBS 관련 대목이 18차례 등장한다. KBS 사장 선임 절차를 홍보수석 등과 논의한다거나 KBS 이사들 성향 파악 지시, 이사장 선출 과정을 상의한 흔적 등이 포함됐다.
청와대의 보도 통제 움직임은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 게이트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뒤에도 계속됐다. 지난달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담은 ‘대통령의 시크릿’편 방영을 예고한 뒤,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이 보도를 막기 위해 SBS 고위 경영진과 접촉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윤창현 SBS 노조위원장은 “‘세월호 7시간 보도’를 무마하거나 통제해보려는 시도를 한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언론 탄압 정황이 잇따르자 전국언론노조 등으로 구성된 언론단체시국회의는 20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에 ‘청와대의 언론 장악’ 수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 김기춘 전 실장, 김성우 전 홍보수석,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며 “이들은 권력에 편승해 사기업인 통일교와 세계일보, 공공기관인 KBS의 인사권 및 사장 추천권 행사 과정 등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관련자들을 엄벌하라”고 촉구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