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연이 많아지고, 시끌벅적한 코너를 줄이고, 형식으로 볼 때 JTBC뉴스룸과 유사해질 수는 있을 거다. 저희 나름대로 다른 관점이 있고, 지상파 뉴스의 맨파워와 노하우, 자원을 활용하면 출연 뉴스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사이 심층적이고 잘 만든 완제품 리포트도 선보일 수 있다고 본다. 그 외 지상파뉴스만이 할 수 있는 강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성준 SBS 보도본부장 겸 앵커는 15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19일 SBS ‘8뉴스’의 개편방향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SBS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을 거치며 지상파 보도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여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최근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쇄신 속도 내는 SBS…MBC·KBS ‘무덤덤’)한 바 있다. 이번 간담회는 메인뉴스 변화를 통해 SBS내부만의 자성이 아닌 외부에 그 쇄신의 내용과 방향을 드러내는 첫 공식석상이었다.

김 앵커는 이날 SBS ‘8뉴스’ 개편의 큰 틀 4가지를 밝혔다. △소상하게 알려주는 뉴스 △현장을 알려주는 뉴스 △충실한 ‘라이브쇼’로서의 뉴스 △시청자가 묻고 기자가 답하는 뉴스 등이 그것이다. 김 앵커는 이들 방향에 대해 각각 “저 이슈에 대해선 SBS뉴스를 봤으니 다른 걸 볼 필요가 없겠구나하는 포만감을 줄 수 있는 뉴스” “현장을 지키는 것으로 기자가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현장이라면 대단한 화면이 있거나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현장을 지키는 뉴스”, “녹화되고 준비된 기사와 영상을 편집해 전하던 뉴스에서 벗어나 뉴스진행 시간에 벌어지는 소식도 충실히 담을 수 있는 뉴스”, “기자가 취사선택해 내보내는 리포트 형식을 떠나 시청자를 대신해 궁금한 것들을 묻고 취재한 기자들이 대답하는 뉴스”라고 부연했다.
이는 현재 종합편성채널 JTBC의 메인뉴스인 ‘뉴스룸’이 고수하고 있는 형식과 유사하다. 언급된 내용에서 보면 개편된 SBS ‘8뉴스’는 약 51분의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리포트를 배열하는 ‘백화점 나열식’을 지양하고, 특정이슈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블록형’ 구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자가 직접 출연해 앵커와 대화를 하는 식으로 사안을 다루는 ‘대화형’뉴스로의 변화도 짐작된다. 생생한 보도를 전해 현장감을 살릴 수 있는 생중계 등도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평일과 주말 각 2명씩의 뉴스 진행자가 모두 바뀐 것 외에 보도실무를 담당하는 기자들의 업무패턴 역시 변화가 예고된다.
이런 변화에 대해 김 앵커는 “조금 싱거울 것”이라며 “일부러 간을 빼고 만들려고 하는 뉴스”라고 총평했다. 그는 “(개편된 뉴스를 보고나면) ‘앵커들이 바뀐 것 말고는 별 변화가 없네’ ‘심심하네’ 정도의 뉴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음향을 넣어 사람들을 정신없이 만든 다음에 리포트를 내보내는 코너는 상당 부분 없애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 앵커는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클로징 멘트’와 관련해서도 “앵커를 다시 맡으면 클로징을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설사 하게 되더라도 과거 클로징 멘트처럼 트위터 140자 내에 압축해서 쿡쿡 찌르듯 하는 그런 건 고통스러움을 겪고 싶지 않아서 바꿔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제 소신이나 사견이나 이런 게 아니고 ‘SBS뉴스’의 똑같은 기사 중의 하나가 될 거다. 사실을 갖고 SBS뉴스의 관점을 전달하는 기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앵커는 이날 지상파 뉴스들에 대한 불신과 관련해 앵커이자 지상파 방송사 보도본부장으로서 어떤 클로징멘트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사실은 좀 반성하는 클로징멘트를 해야되지 않겠나 생각은 든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저는 앵커이기도 했고 정치부장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떤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 본연의 의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어떤 이유였건 간에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이 났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SBS내부적으로 보더라도 저를 비롯해 SBS뉴스를 책임지고 만들어가야 할 간부들이 취재기자 후배들이 마음껏 열심히 거리낌 없이 현장을 뛰면서 권력을 감시하는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때문에 최근에 몇몇 선배들이 직을 떠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거꾸로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직을 새로 맡은 상황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 해서, 지금부터라도 저희가 할 수 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고 또 세상의 부정이나 부조리나 폭력이나 거짓에 대해서, 언론이 대응할 수 있는 역할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뉴스를 만들어보겠다’ 이런 반성과 각오가 담긴 클로징멘트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첨언했다.
김 앵커는 지난 14일 언론노조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이 기자회견에서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성우 전 홍보수석의 보도개입("청와대, SBS '그알' '세월호7시간' 방송 앞두고 경영진에 접촉시도") 등을 언급한 것과 관련 정치부장이나 뉴스제작국장 시절 그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저한테 외압이 와서 제가 외압으로 느끼고 그거 때문에 정치부에서 생산하는 뉴스가 성격이 달라지거나 내용이 달라진 건 없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외압이란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청와대 같은 곳이 보도국과 정치부장하는 자리하고 완전히 떨어질 순 없는 자리지 않나. 통화하거나 교류하거나 할 수 있는 자리”라고도 말했다.
또 ‘공정보도’를 만들기 위한 내부 제도 마련에 대해선 “제도 문제는 사실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는데 어떤 제도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뉴스를 만든다는 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런 특정한 절차를 거쳐 해결하는 방식이 있거나 이런 걸 본적이 없기 때문에 고민은 많이 하고 있지만 특정 제도를 도입할지에 대한 결론에 이른 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제가 보도본부장 맡으면서 편집회의에 처음 참석해 저희 뉴스가 앞으로 지향해야 될 방향에 대해 얘기했고…보도본부장으로.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방패막이가 되는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 약속까지는 했다”고 덧붙였다. “노조나 공정방송위원회 쪽에서 아이디어를 갖고 오면 얼마든지 충실히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공언했다.
한편 언론노조 SBS본부 등 구성원들은 이번 쇄신 과정이 말잔치에 그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 윤세영 SBS미디어그룹 회장과 박정훈 SBS대표이사 사장 등은 각각 내부 담화와 취임사 등을 통해 ‘공정방송’을 강조한 바 있지만 아직 '보도품질 유지'를 위한 추가 시스템 마련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내부에서는 보도책임자에 대한 임면동의제 도입과 비서실 등 경영 관련 부서 근무자들의 보도책임자 선임 금지 등을 ‘공정방송’ 시스템 안착 방안으로 거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