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7일 근무가 허다하다. 평일과 휴일 개념이 사라졌다. 일에 치여 요일 구분이 안 된다. 매일 밤 11시가 넘어야 퇴근한다. 가족이나 친구는 물론이고 취재원 만날 시간도 없다. 하루 쉬는 날엔 잠만 잔다. 그래야 다음 한 주를 버틸 수 있으니까.” 종합일간지 법조팀 A기자의 하소연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검찰 수사, 특별검사, 대통령 탄핵, 헌법재판소 심판 등으로 숨 가쁘게 이어지면서 해당 이슈를 취재하는 사회부 법조팀과 정치부 기자들이 육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는 쏟아지는데 인력 충원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취재 영역은 늘어나고, 기사 생산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기자들은 게이트가 수면 위로 오른 10월 말부터 현재까지 “주 5일 근무는 꿈도 못 꾼다”고 입을 모았다. 종합일간지 정치부 야당 담당 B기자는 “일주일 내내 근무한 적도 많고 보통 별 보고 출근해 별 보고 퇴근한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특히 탄핵을 앞두고 매일 오전, 오후 1면 톱이 바뀔 정도로 혼란스런 상황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도 육체적 고통 못지않게 심했다”고 전했다.
통신사 법조 담당 C기자는 “주 6일 근무가 기본이 됐고 중요한 일이 있으면 7일이다. 13일 연속으로 일 한 적도 있다”며 “검찰 수사는 끝났지만 특검과 헌재 심리, 게이트 관련자 재판까지 동시에 진행된다. 모두 커버하다보면 더 지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들어 검찰 수사 본격화, 대통령 퇴진 혹은 탄핵이 가시화되자 언론사 대부분은 이들 부서에 인력을 추가 배치했다. 하지만 방대한 취재 범위, 연일 쏟아지는 굵직한 사안들 탓에 기자들은 여전히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법조팀 중견 D기자는 “여름 휴가도 못가고 8월부터 지금까지 쉬지 못했다. 다들 너무 지쳐있고 실제로 몸이 아픈 동료들도 많다”며 “일간지 법조팀은 10명 안팎인데,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 인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은 나라를 뒤흔든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면서 체력적 부담과 함께 자괴감, 답답함, 아쉬움도 느꼈다고 했다.
방송사 정치부 E기자는 “이 정권이 들어섰을 때부터 언론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사명을 다 하지 못했다”며 “언론이 국정농단을 방조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E기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에 관한 우호적인 기사만 쓰기 바빴다”며 “이제 와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를 한다고 해서 이전의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도 부역자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종합일간지 정치부 여당 담당 F기자는 “탄핵 정국 초기 촛불집회에서 느낀 민심과 여의도의 괴리에 혀를 내둘렀다”며 “탄핵 여론이 압도적인 데도 여당 의원들은 지지층을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야당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습을 직접 보며 답답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F기자는 대한민국 역사를 바꾼 촛불을 보며 “기자로서 정확하게 기록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했다. B기자도 “게이트가 더는 정략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감시하는 게 기자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E기자는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졌다. 기자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며 “자극적인 정쟁보다 조금 지루하더라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알맹이를 다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