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 기자 2016.12.14 13:37:29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발발 후 ‘보도참사’라는 국민적 지탄을 받아온 지상파 3사는 어떤 쇄신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 초유의 국면에서 지상파의 역할은 미미했고, ‘공범’이란 비판까지 나오는 게 현 주소다. 이에 SBS는 최근 ‘공정방송’을 전사적인 기치로 내걸고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반면 KBS와 MBC 등 공영방송사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구성원들은 총파업과 피케팅 시위를 통해 ‘보도책임자 처벌’ 등 인적쇄신을 사측에 요구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되고 있을 뿐이다.
SBS는 지난 7일 신임 대표이사 선임과 보도책임자 교체를 포함한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8월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를 감행한 지 불과 100여 일만에 이뤄진 급작스런 변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SBS의 ‘보도경쟁력’에 대한 안팎의 평가가 고려된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JTBC 등 종편에 타깃 시청자를 빼앗겨 직격탄을 맞고 그 결과가 숫자(시청률 등)로까지 드러나자 취해진 조치”라는 것이다. 실제 당시 조직개편은 SBS 혁신을 위한 S-TF가 상당 기간 고심해 만든 결과물인데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뒤엎어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 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SBS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고려됐다는 얘기다.
인사 면면을 보면 대내·외적으로 ‘보도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SBS의 의도가 엿보인다. 촌철살인의 ‘클로징 멘트’로 인지도가 높은 김성준 뉴스제작국장을 보도본부장으로 승진시키고 SBS ‘뉴스8’의 앵커를 맡겼다. 김성준 보도본부장에게 보도방향과 논조의 전권을 준 것이라고 SBS 부장급 기자는 밝혔다.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양윤석 보도국장은 최순실 게이트 보도의 책임을 물어 정책팀장으로 인사했고 후임 보도국장엔 정승민 정책팀장이 임명됐다. 보도본부는 뉴스제작국이 보도국 산하 부서로 재편되면서 3국에서 2국(보도국, 뉴미디어국) 체제로 변화됐다.
특히 SBS는 ‘보도경쟁력 강화’의 방법론으로 ‘공정방송’을 선택했다. 박정훈 SBS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12일 취임사 상당 부분을 ‘공정방송’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제1번 과제로 “이 땅의 언론사 중에서 SBS를 가장 공정한 언론사로 우뚝 세울 것”이라며 “취재와 보도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세영 SBS미디어그룹 회장이 관련 담화에서 ‘내외부 간섭을 배제하고 보도공정성과 독립성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터였다.
내부에서는 “창사 이래 가장 강한 뉘앙스와 어조로 ‘공정방송’을 얘기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사측이 공정방송에 의지를 보이는 건 의미있는 변화고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말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려면 우리끼리의 선언이 아니라 시청자에게 선언해야 한다.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던 과거에 대한 사과가 우선돼야 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보도를 통해 해야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파 민영방송사인 SBS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동안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공영방송사 구성원들만 총파업과 피케팅을 통해 보도책임자 처벌 등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KBS노동조합과 언론노조 KBS본부 등 양대 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8일 2년7개월 만에 총파업에 나서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KBS 구성원 중 3782명이 총파업에 들어가며 요구한 사항은 공영방송 위상추락에 따른 사장의 대국민 사과와 보도 및 방송책임자 문책,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진상규명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 쟁취, 일방적 임금삭감 등 독선경영 철회였다. MBC 기자들 역시 지난 7일부터 릴레이 피케팅을 이어가며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보도가 묵인·축소되고 촛불집회 현장에서 취재진이 시민들의 반발로 쫓겨나거나 방송사 로고를 가리고 리포트를 하던 중 지난 8일 ‘뉴스데스크’ 시청률(tnms자료)은 2%대까지 떨어졌다.
파격적 인사로 쇄신을 모색하는 SBS와 달리 KBS와 MBC 경영진은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도참사’를 새로운 방송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는 게 아니라 구체제 유지에 빠져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KBS 한 기자는 지난 8일 총파업과 관련해 “예년 파업과 비교하면 제지하는 간부들의 액션도 크게 없는 상태”라며 “국정이 공백상태다보니 그런 것”이라고 했다.
민영방송 SBS 경영진이 지상파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갑작스런 ‘대오각성’이 아니라 ‘그것이 알고 싶다’ 광고완판(지난 4주간 96~100% 광고판매율) 같은 ‘비판의 상업성’에 충실한 것이라면 공영방송사 경영진에겐 ‘자리보전’이라는 더 강력한 억제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MBC기자협회는 지난 7일 성명에서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 MBC 뉴스가 썩은 고기가 되어 시궁창에 처박혀 있는데, 모두 더럽다 추악하다 말하고 있는데 오직 MBC 보도 책임자만이 조금만 버티면 된다, 곧 끝날거다 말하며 그 냄새를 신문지로 싸 가리려 하고 있다”고 했다.
9일 탄핵안 가결과 함께 총파업 잠정 중단, 향후 파업 재돌입을 예고한 가운데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반드시 언론부역자를 청산하고 낙하산을 막을 수 있는 방송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