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는 민심을 가늠하는 척도다. 언론은 여론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도할 의무가 있다. 특히 민심, 판세, 후보자와 정당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야하는 선거 국면에선 여론조사와 언론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
이런 기대와 달리 언론은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간 여론조사는 민심과 동떨어진 결과를 내놓으면서 신뢰를 잃었다. 올해 4월 치러진 제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판세를 읽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다. 언론도 조사방법과 표본의 정확성, 공정성 대신 수치에만 치중해 보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총선과정에서 여론조사·보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데 공감한 언론 5개 단체는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을 제정했다. 지난 6월부터 선거여론조사보도포럼을 구성해 논의를 진행한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준칙 선포식을 열고 공정하고 정확한 여론조사 보도를 다짐했다.
언론 유관 기관이 함께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제정된 재난보도준칙 이후 두 번째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가 준칙 제정을 후원했고 포털이 속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실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준칙은 △목적과 적용 범위 △여론조사 보도의 일반 원칙 △여론조사의 기획 △취재와 보도 △언론사의 역할 등 1~5항, 28조문으로 구성돼 있다.
준칙은 “여론조사를 통해 얻은 수치가 곧 여론 그 자체는 아니므로 미디어는 여론조사 결과를 여론과 동일시하거나 수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며 “정확성, 객관성, 신뢰성을 충족한 과학적 해석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하며, 여론조사 결과를 속보 경쟁의 대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 특정 정당·후보자나 산하·연계 조직이 의뢰하거나 제공한 것, 과학적 표집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응답자로 참여하는 인터넷·ARS 여론조사는 기획과 인용보도를 금지하도록 했다.
오차범위 내 결과를 보도할 때는 △후보 간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하지 않고 ‘경합’ 또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보도 △‘오차범위 내에서 1, 2위를 차지했다’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섰다’ 등의 표현 금지 △수치만을 나열해 제목을 선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의외의’, ‘예상을 뛰어 넘는’, ‘기대에 못 미치는’ 등 주관적 표현은 가급적 하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보도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정했다.
선거여론조사보도포럼에 참여한 최진주 한국기자협회 부회장(한국일보 디지털뉴스부 뉴스기획팀 팀장)은 “신문·방송뿐 아니라 인터넷 언론이 동참했고 네이버, 다음 등 포털도 준칙을 기준으로 뉴스를 배치하겠다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포럼 위원인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팀 팀장은 “대표성이 떨어지는 ARS, 특정 후보와 언론사에 유리하도록 기획된 것 등은 여론조사와 미디어의 발전을 위해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기자들이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성했다. 준칙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