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알고리즘 자체가 투명해야한다는 공론장을 만드는 거다. 트래픽을 추종하는 알고리즘은 많다. 하나쯤은 공익을 추구하는 알고리즘이 있어서 뉴스 환경을 다변화하는 게 이용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
최수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뉴스 트러스트 위원)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시대 뉴스 유통과 알고리즘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주도로 지난 5월 출범한 ‘뉴스트러스트위원회’가 그간의 성과를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첫 자리였다. 최 교수는 발제문에서 “많은 정보들이 우리의 관심과 주목을 끌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환경에서 우리가 어떤 정보에 우리의 유한한 인지적 자원을 배분하는가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정보가 생산되느냐’가 아니라 ‘어떤 정보가 주목을 끄느냐’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뉴스 알고리즘”이라고 첨언했다.

뉴스트러스트위원회의 문제의식은 “뉴스 알고리즘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뉴스와 정보가 알고리즘에 의해 취사선택 되고, 우리의 현실 인식이 알고리즘이 골라준 정보를 토대로 형성되고, 이러한 현실 인식이 민주주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때, 알고리즘이 단순히 기계적인 장치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담론과 시민의식을 좌우하는 하나의 ‘프레임’이 된다"는 의견이다. ”알고리즘은 기계의 영역이므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일 것이라는 맹신이 있었지만“ 최근 미국 대선에선 페이스북과 구글에서 ‘허위 뉴스(fake news)’가 유통돼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포털의 편집과 배열 원칙의 공정성 문제는 반복되는 논란 중 하나다.
국내 언론들은 포털이 국내 디지털뉴스 유통의 자리잡은 상황에서 ‘어뷰징’으로 트래픽을 올리는 데만 급급했던 것이 우리 미디어시장의 현실이었다. 이는 뉴스와 언론에 대한 신뢰, 공공성 저하로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뉴스트러스트위원회는 저널리즘적 가치 실현을 위한 뉴스 알고리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다양한 뉴스 알고리즘이 포털, 언론사 사이트 등에서 작동되며 일상적으로 운용되고 있지만 공공영역에서 ‘저널리즘 가치’ 구현을 기치로 뉴스 알고리즘 개발에 나선 시도는 처음이다.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뉴스트러스트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두 번째 발제에서 이 알고리즘과 관련해 “저널리즘 가치에 기반한 ‘신뢰도 높은 뉴스’를 중시하는 알고리즘”이라고 설명했다. 구 소장은 이에 대해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밝히면서 “한번에 완성되는 작업일 수 없고 디지털세상에서의 뉴스 생산구조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의 첫발의 일환”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시대 뉴스 이용환경은 바뀌었고 뉴스 생산량과 소비량은 늘어났지만 저널리즘은 위기상황을 맞았다. 이를 시장에만 맡겨만 두면 (회복이) 가능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를 위한 뉴스 알고리즘 개발과정은 ‘신뢰성 있는 뉴스’를 계량화하는 과정이다. 뉴스 알고리즘의 기능은 여러 뉴스들을 특정 요인에 따라 재배열, 자동적으로 우선순위를 메기는 것이기 때문에 수치화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신뢰성’이라는 가치 아래 '진실성', '유익성', '윤리성'의 하위구성요소를 두고 또 이 아래 총 11개의 개념(사실성, 투명성, 다양성, 균형성, 독창성, 중요성, 심층성, 독이성, 유영성, 선정성, 반복성)을 정의해 계량화의 수단을 설정했다. 여기에 58개 요인 185개 변인을 선택해 시뮬레이션을 통한 보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날 제공된 자료에서 저널리즘의 가치를 측정하는 매트릭스를 보면 ‘익명 정보원의 수’ ‘실명 정보원의 수’ ‘수치인용 여부’ ‘기명기사여부’ 등이 기입됐다. ‘사실성’이란 개념과 관련해 실명이 등장한 정보원의 수가 많을수록, 기사에 등장한 개체명(인물, 기관, 장소)이 많을수록 가중치를 받고, 익명 인용이 많거나 주관적 술어 사용이 많을 경우 감정하는 식이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는 언론계, 학계, 포털 관계자 등 각계 패널들이 참석해 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저널리즘 가치에 기반한 뉴스알고리즘 개발에 대해 ‘의도와 취지는 훌륭하고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도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 활용방안 등에 대해선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최진주 한국일보 디지털팀장은 “국내외 모두에서 뉴스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공익성을 중요한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방법이 새로운 뉴스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면서 “그 알고리즘을 누가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 때문”이라고 했다. 뉴스트러스트위원회는 개발 후 ‘빅카인즈’ 등에 활용할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일반 접근이 어려운 제한적인 플랫폼이고 포털이나 언론사 등에 사용을 강요할 수도 없는 만큼 활용방안이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최 팀장은 “언론사에는 자체 편집기자 인력이 있고 이들의 판단에 의해 배치를 하는데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익적이고 정확하고 사실성이 뛰어나고 신뢰도가 높은 뉴스가 유통돼 보여져야 한다는 전제는 매우 동의하지만 효용성에 어려움이 있어보인다”고 강조했다.
백재현 아시아경제 미래전략실장은 현 미디어환경에서 ‘신뢰’외의 가치들, 즉 재미, 감동, 속보 등이 부상하면서 “알고리즘만으로 저널리즘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근원적인 지적을 했다. 이미 현 미디어생태계가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구축된 만큼 알고리즘을 통한 신뢰회복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백 실장은 “현 미디어 환경에서 ‘신뢰회복’이 언론사들에게 우선순위 1위일까. 독자들에겐 그럴까. 신뢰회복은 필수적이지만 현실은 이 말이 한가해보일 정도로 어려워진 상황이란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이나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는 ‘좋은 기사를 선정하는 거보다 나쁜 기사를 걸러내는 것이 신뢰회복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전통적 뉴스의 가치 내에서 상위 5%내 옥석을 가리려는 건지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기사라고 하기도 어려운 기사들을 걸러내려는 작업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면서 “하위 95%를 가려내는 알고리즘이 더 의미있을 거다. 신뢰도 하락을 야기한 것은 낮은 수준의 기사들이 예전과 달리 너무나 쉽게 일반 독자들에게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 역시 “알고리즘 설계에 있어 바람직한 저널리즘을 정의하는 건 어렵지만 바람직하지 않을 걸 정의하긴 쉽다. ‘옵트-인(opt-in)’보다 ‘옵트-아웃(opt-out)’이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법령에서도 바람직한 것에 대한 정의는 규범적이고 선언적이며, 실제 규제 조항은 반규범적인 것을 적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원 카카오 정책지원팀 박사와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 소장은 현재 알고리즘 개발의 목표가 너무 방대해 구현 가능성이 미지수로 다가온다는 견해를 냈다. 이 소장은 “아직 뭘 하겠다는 것인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알고리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구현 방식에선 문제가 있을 수 있을 거 같다. 최소 3~4년은 걸려야 의미 있는 작업물이 나올 거 같다”고 말했다. 김 박사 역시 “좋은 취지를 갖고 연구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목표에 대해선 아주 미시적으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위재천 KBS통합뉴스룸 기자는 현업인으로서 알고리즘에 제시된 요인들이 기사 작성에 작위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위 기자는 “현업에서 뛰고 있다면 인물, 기관, 장소에 대한 적시 등 가점요인에 따라 기사를 쓰게 될 거 같다. 디지털 담당이라면 선·후배, 동료들에게 그런 요인들을 더 넣어 길게 해달라 할 수도 있을 거 같다”면서 “작위적으로 ‘좋은 기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중요 사안일수록 익명성이 빈번한데 현행 알고리즘 요인에선 공공성이 낮다고 평가될 수 있는 부분들, 이 알고리즘이 포털, 언론인, 일반 이용자 중 누구를 타깃으로 하는 것인지 분명해야한다는 지적했다.
뉴스트러스트위원회는 이날 내년 3월 뉴스 알고리즘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트러스트위원회에는 학계, 언론계 등에서 총 15인의 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포털 네이버에서는 관계자가 참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