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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게이트' 부역 시스템 면밀히 조사해야"

언론연대 '박근혜, 비선, 재벌 이제는 언론게이트다' 토론회

최승영 기자  2016.11.24 0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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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을 찍어내고, 최순실씨나 이재용 부회장을 처벌하면 해결된다고 하는 건 환상이다. 시스템은 그렇지 않다.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내는 시스템, 그 시스템의 시스템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기록하고 토론과 평가를 해야 한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근혜-비선-재벌, 이제는 언론 게이트다’ 긴급 토론회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유착 등에 대한 잇따른 의혹과 함께 국가기관의 언론통제 정황 역시 불거진 가운데 일부 정권 부역 언론인 청산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현 언론 상황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기자협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등 4개 언론단체는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어둠의 거래를 은폐하기 위해 청와대는 또 하나의 높은 성문을 세웠다. 바로 ‘언론 게이트’”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언론 게이트는 추악한 거래가 드러나지 않도록 여론을 통제하고 저널리스트를 해고하며 표현의 자유를 말살했던 진실 은폐의 문고리 권력”이라며 “낙하산으로 내려와 공영방송 사장이 되고 이사회를 장악하며 방통위와 방심위 등의 언론기관을 지배한 게이트를 지키는 최전방의 게이트”라고 못박았다.



전 교수는 이날 ‘도둑과 똥개들:언론게이트 문기지들에 관한 소설’이란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현 정권 하에서 언론을 통제하는 방식과 구조 등 시스템의 큰 그림을 해석, 설명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언론 게이트’를 “언론통제의 주체와 구조, 여론선전의 기관원과 기구, 훈육처벌의 프로그래밍과 엔지니어링 등이 복잡하게 얽힌 것”으로 규정하며, “언론탄압과 여론검열을 총괄·총지휘하는 컨트롤타워(머리)에서 시작해, 그것을 집행·관리하는 다양한 기관·조직들(가슴)을 거쳐, 구체적인 검열조치·프로그래밍(복부)을 통과하면, 마지막으로 기사 쓰고 선전물 배포하는 기레기들과 권력의 입맛에 맞춰 정책·제도담론을 생산하는 어용학자들(수족)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대통령-비선-재벌이 머리라면,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문고리3인방 급 관료가 심장(가슴)이 되고, 공영방송사 사장·이사장, 방송통신위원장·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기관(복부)이 돼 언론사 내외에서 당근과 채찍으로 관리·통제하는 게 현 ‘언론 게이트’가 돌아가는 시스템의 모양새라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정현 녹취록’, ‘김영한 비망록’을 통해 드러난 인사·보도 개입과 방통위, 방심위의 행보 등 세월호 참사 이후 극심해진 국가기관의 통제 사례를 거론하며 “우리가 게이트 이런 말을 쓰는데, 이 글의 요지는 게이트 하나를 자꾸 상정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전방위적이고 근본적인 진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현 국정농단 국면과 국가기관의 언론통제 문제를 중심으로 해직기자 복직, 언론사들의 과제, 정치현실 등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됐다.

김지방 한국기자협회 부회장(국민일보)은 발제와 관련해 해직기자들의 복직문제를 거론했다. 김 부회장은 “권력에 부역한 언론인들을 처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권력이 꼼꼼하게 쳐놓은 그물 안에서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게 아닌가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면서 “살아있는 생선이 그물에 걸리면 튀어나가려고 하는데 해직 언론인들이야 말로 그 ‘게이트의 게이트’를 벗어나려고 했고, 민감하게 느꼈고 그물을 찢으려고 했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단체들이 기자협회와 함께 법원에서 1심 판결만으로 이들이 복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기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추가 장치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또 이번 사태를 최근 거론된 개헌과 맞물려 “87년 체제가 유효기간이 다된 게 아니라 87년 체제의 추락”이라며 “그 체제의 추락에 언론이 기여한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민주주의는 헌법 시스템이 중요하지만 권력의 최종 담지자인 국민의 뜻이 제대로 개진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87년이 허용한 자유를 언론은 국민의 목소리를 왜곡하고 색깔을 입히면서 체제 추락에 기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들 속에 내면화된 왜곡된 가치관, 시각들을 반성하고 그것을 우리가 벗겨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공영언론과 SBS의 사례를 들어 박근혜-비선-재벌의 커넥션 하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신랄히 비판하며 남은 과제들을 거론했다.

윤 본부장은 “도둑이 도둑질을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게 개를 잡는 일이다. 두들겨 잡든지 고기를 줘서 입을 막든지 두 가지 방법이 다 동원된다”면서 “공영방송사와 YTN에는 직접 하수인들을 내려보내 두들겨 잡았다. 야성에 가득찬 개는 다 쫓아냈다. 이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의 입노릇을 하겠다고 SBS출신 인사는 최근 홍보수석과 정무수석으로 들어갔다”고 꼬집었다.

윤 본부장은 “이 문제를 시스템의 일환으로 보면 통제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은 부분들이 있다. 박근혜 정권들어 (SBS출신) 김성우 전 홍보수석이 청와대로 들어가고 보도 공정성과 중립성이 심대하게 훼손돼 왔다”며 노동개악 관련 보도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SBS는 이해당사자가 있으니 기계적 균형을 취하는 듯한 보도를 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박 대통령의 (정책 필요이유 등의) 발언을 반복적으로 내보낸다. 하루치 보도만 보면 안 그럴 수 있는데 결국 총 보도량을 보면 70~80%가 정부를 옹호하는 보도가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개인의 죽음 등이 우리사회 시스템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철저히 유리시켜 보도하는 것도 문제”라며 19살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크린도어에 끼어 목숨을 잃은 리포트에 연이어 노동개혁을 해야한다는 메시지를 함께 내보낸 사례를 들었다.

윤 본부장은 시스템과 더불어 기자의 의지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아픈 얘기기도 하지만 우리는 부역했던 자를 단죄했던 역사가 없다. 지금은 잠잠하게 숨죽이고 있지만 이 국면이 마무리되면 또 준동할 거다. 언론부역자 문제를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며 “현 시스템 실패도 결국 사람의 문제다. 인간의 의지문제가 대단히 중요하다. 시스템을 고쳐나가는 과정은 소송, 반발이 잇따르는 지난한 과정이 될 거다. 언론 시스템 안에 들어와 있는 이들이 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완 한겨레21 기자(전 미디어스 편집장)는 이번 국면에서 기존 전통 미디어들의 ‘경로의존성’이 무너진 데 주목했다. 김 기자는 “전통적, 레거시 미디어들이 힘을 발휘하는 건 각각의 네트워크 체계 안에 포섭돼 있어서다. 또 한국사회의 기자 생존양식 역시 여기 최적화돼 있다. 이른 바 평시일 때 상당 부분 보도들을 주도하지 못했는데, 기존 네트워크 체계 안에서 포섭돼 있던 언론들이 문제를 제기하니 이렇게 무너져 내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진보, 보수 언론의 의제는 완전히 달랐고, 그 안에서 각자가 가져온 경로의존성에 충실히 의존하면 되는 거였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이 무너졌다. 그걸 목격한 거 자체가 스펙터클하다”고 덧붙였다.

김 기자는 “사실 (통제라고 하는 게) 굉장히 심플한 기조가 전부다. 보복하거나 문 닫게 하든가 소송을 걸고, 잘하면 광고를 주는 식이다. 사적인 이익관계로 똘똘 뭉쳐 자기가 믿는 전통적인 믿음 몇 개에 사회 전체를 구겨 넣고 운영한 거다. 여기에 MB정부 이후 우리의 ‘그러려니’ 정서가 맞물려 있다가 그게 정말 다 사실로 드러나 지금 놀라는 거 같다”며 “굉장히 치밀하고 꼼꼼하게 통제해왔다는 건 어찌보면 이 상황을 결과론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김 기자는 최근 취재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근무했던 사람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본 경험담을 밝히면서 “개인적으로 참 슬펐다. 아무도 잘못했다는 얘기를 안한다. ‘나는 보고도 올렸고 어디 있었고 큰 틀에서 보면 작동했고 가동이 됐다 결과적으로 그리 됐을 뿐이다’라는 식”이라며 “2년이 지나고 여전히 바다에 아이들이 있는데 이 정부의 죄의식 윤리관 도덕성이 이렇다. 전체가 다 그러고 있다는 게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김영미 PD(전 독립피디협회장)는 현 국내 언론현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언론인에 대한 정부의 고소고발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김 PD는 “취재 다닌 곳이 제3지대가 많다보니 가면 독재정권들의 간을 좀 보게 된다. 독재정권의 특징 1번이 언론이 개라는 거다. 우리는 과연 바른지를 물어야 한다”면서 “박정희 전두환 시절보다 낫지 않냐는 게 아니라 언론의 절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옛날보다 나아졌다고 하지 말고 언론의 기본임무가 뭘까 그걸 고민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PD는 또 “대통령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 것처럼 생각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때 고소고발을 10건 넘게 당했다. 그게 꽃피운 게 광우병 사태 당시 PD와 작가를 고소한 것”이라며 “명예훼손 소송이 특히 많다. 언론에 명예훼손을 갖다 댄다는 게 헌법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인들이 정부기관 등으로 이동하는 데 대해 “언론계 종사경력이 있으면 정치권, 청와대로 갈 수 없다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서 “불평등하다고 생각할 순 있지만 부역자가 된 마당에 그런 식으로라도 국민들에게 어떤 자세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광장에 있는 촛불들이 언론을 겨냥하면 어떡할 거냐”라고 전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정치·언론 분야의 시스템 개선과 학계의 행태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김 정책국장은 “권력의 공백기가 왔는데 관료 중 사퇴하는 사람도, 자기고백하는 사람도 없다”면서 “이건 87년 체제의 몰락이 아니라 끝”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대통령에 지나치게 집중된 현 정치 권력 구조에 대해 비판하면서 “폐쇄적인 현 관료 시스템이 사람만 바뀌어 굴러간다면 그게 현재로선 제일 무서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정책국장은 “현재 언론 게이트에선 학계가 빠져있다. '비판 역할을 못했다 가르침을 못줬다' 이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언론학자들이 문화융성사업, 방송문화연구소 등에서 연구용역을 받았나. 규범적이고 고고한 얘길하면서도 공영언론의 현실 등에 대해선 문제제기를 한적이 없다”면서 "이 모든 게 학계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됐다.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