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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박근혜 게이트' 자화자찬 앞서 성찰 필요"

한국언론학회, 긴급좌담회

강아영 기자  2016.11.23 20: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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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에서 장미가 핀 것 같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압력에 내몰려 어두웠던 언론환경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을까. 지난 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발표한 중간수사결과를 보면, 그동안 언론이 취재·보도한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수의 언론사가 경쟁하며 이룬 성과였다.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해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최순실 사태, 언론보도를 논하다’ 긴급좌담회에서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언론이 이룬 성과가 한국 언론사에 자랑스러운 신화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까워오는 등 환경적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언론이 이룬 성과는 과소평가하고 싶지 않다”면서 “이번 사태가 언론 변화에 긍정적 동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계·언론계 전문가들은 언론의 성과를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한계가 뚜렷하다고 봤다.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다음은 무엇인지 그림을 그리는 단계라 일시적으로 평평해보일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언론 지형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모습을 띄고 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다수의 언론들이 유력한 야당 후보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고, 죽어가는 정치권력에 세우는 칼날에 비해 자본권력에 세우는 칼날은 무디다”면서 “국정의 중요 이슈도 매체마다 다르게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환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책임프로듀서도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40년의 시공간적 맥락에서 이 사안을 살펴보고 있는데 이미 과거 몇몇 시기에 이 사안이 공공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서 “과연 언론이 제 역할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동안 검증의 기회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것에 대해 현업에 있는 분들과 학계 분들이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도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영방송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정수영 KBS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KBS의 보도는 ‘묵살, 뒷북, 물타기’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면서 “사태 초반 관련한 주요 보도를 묵살한 것은 물론이고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도 양적으로 턱없이 적고 질적으로도 매우 부실한 보도로 일관해 왔다. 현재는 자의적, 주관적으로 대통령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찬 MBC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도 “사태 이후 관련 TF팀이 꾸려졌지만 다른 언론사들이 모두 훑고 지나간 후에 무슨 취재가 이뤄졌겠나. 그마저도 오늘 TF가 해체됐다”면서 “10년 전 MBC의 모습을 떠올리면 착잡함을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학계·언론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어두웠던 과거 언론환경을 바꿀 분수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층위의 해결책들이 제시됐다. 먼저 기자 본연의 성질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권력의 비리를 쓸 때마다 이념적 틀 안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정파성이나 당파성들이 기자들을 억누르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면서 “보수, 진보 언론이 정파성을 띄는 것은 인정하지만 좀 더 기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기자는 파편화된, 역할이 없는 존재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분석해봤는데 사건이 잘 마무리 지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각자 자기 자리를 잘 지켰기 때문”이라면서 “언론은 언론다워야 하고 교수는 교수다워야 하고, 공무원은 공무원다워야 한다. ‘다움’을 회복해야 재생 불능 상태의 질서가 회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들과 좀 더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채영길 교수는 “언론이 정치사회의 한 플레이어로 활약하지 말고 주류 언론의 공론장에서 벗어나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했고, 이호찬 간사는 “국민들의 재산인 만큼 국민들이 공영방송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실천이나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론은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을 보도하고, 학계는 백서를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성해 교수는 “지금의 분노는 시대정신의 표출이다. 언론은 우리가 왜 분노하고 있는지 그 부분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학계도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 권언유착 사례를 짚어보고 공공성이 훼손되는 과정과 저널리즘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를 꼼꼼하게 기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