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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KBS 사장선임·이사 성향 체크 정황 드러나

언론노조 '김영한 비망록' 공개

최승영 기자  2016.11.17 19: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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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공영방송 KBS를 통제한 정황이 또 다시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김영한 비망록'을 통해 청와대가 KBS의 사장 선임과 이사장 선출에 개입하고 정부에 불리한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 통제를 주문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 것. 이는 지난 8월 별세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기록물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1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 중 KBS와 관련된 내용들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2014년 6월16일부터 10월15일까지 넉 달 간 18차례에 걸쳐 청와대가 KBS의 인사, 보도 등에 개입한 정황이 기록돼 있다. 이 시기 KBS는 청와대 보도·인사 개입 파문으로 길환영 전 사장이 해임되면서 신임 사장을 선임해야하는 국면이었는데 당시 이 과정과 결과를 두고 청와대가 면밀하게 개입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들이 비망록에 들어있다.



우선 신임 사장 선임을 앞둔 지난 2014년 6월15일~6월19일 김 전 수석은 네 차례에 걸쳐 KBS와 관련된 사안을 기록했는데, 사장 선임 일정과 상황 파악, 대응 계획마련 등이 언급됐다. 6월16일자 메모에는 ‘홍보/미래, KBS 상황, 파악, plan작성’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언론노조는 “길환영 사퇴 이후 KBS사장 선임에 대한 계획을 작성하라고 홍보 및 미래전략수석에게 지시한 의혹이 든다”고 밝혔다.  

당시 KBS구성원들이 사장추천위원회 구성들을 제안했다가 여당 추천 KBS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됐는데 이 같은 결정이 이사회 전 이미 청와대에서 정해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6월30일 열린 KBS이사회에서 여당추천 이사들의 반대로 언론노조 KBS본부와 기자협회, PD협회 등 사내 16개 단체가 신임 사장선임과 관련해 요구한 사추위 구성이 부결됐는데, 2주 전인 6월17일 김 전 수석의 메모에는 ‘KBS 노조, 16개 직능단체/사장 선임절차 제의/공영방송 영, 독, 일/수용 곤란/*사추위(김인규 사장)-여야 안분/방통위원장과 상의'라고 적혀 있었다.


사추위는 여대야소의 이사회 구조 속에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장 선임이 불가능한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당시 KBS구성원들이 제안한 방안이었다. 언론노조는 “청와대가 외국 사례 등을 검토하고 수용곤란하다는 입장을 정한 뒤 의논토록 지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KBS사장을 추천하는 이사회 다수를 점한 여권 추천 이사들의 성향을 체크하고 관리에 나선 정황도 기록됐다. 7월9일 여당 추천 이사 2명이 이탈하면서 조대현 후보자가 사장으로 선임된 직후인 11일자 메모에는 ‘면종복배(앞에서는 복종하는 척하나 뒤에 칼을 품고 있다)’라는 단어가 쓰였다. ‘부처-정상화, 공공기관 개혁-면종복배/수집-점검 결과 보고->국정운영 뒷받침/정기적 검열은 X, 적극 동참 유도를 위한 점검 VIP보좌/지시사항 이행도 점검성과??기여/KBS이사, 길사장’이라는 메모를 두고 언론노조는 “공공기관 가운데 KBS이사들을 대표적인 면종복배하는 사람들로 꼽은 것으로 추정된다. 길사장(길환영)을 해임시키고 ‘조대현’까지 사장으로 임명제청한 것을 문제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같은 분위기가 돌았던 7월3일, 4일자에는 각각 ‘KBS 6명-조대현 7’, ‘KBS이사 우파 이사- 성향 확인 요’라는 내용이 담겼는데 KBS본부는 “KBS 사장 선정과 관련된 판세를 미리 읽고 우려하거나 대응책 마련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4일자 메모는) ‘조대현’으로 기우는 사람들이 누구누구인지 확인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비망록에는 사장선임 외에도 정부 비판적인 KBS의 보도나 프로그램에 대해 항소를 지시하는 등 통제나 압박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김 전 수석은 6월26일자 메모에 ‘KBS추적60분 천안함 관련 판결-항소’라고 기입했는데, 이는 당시 2010년 천안함 사건 최종 보고서의 의문점을 다룬 ‘추적60분’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고(중징계)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1심 판결(6월13일)이 나온 후였다. 방통위는 7월2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는데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에 대해 “KBS제작진이 승소한 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석들에게 얘길하고 방통위가 일주일쯤 뒤 항소장을 제출한 것”이라며 “방통위가 할 일이 비서실장이 지시하는 것을 따르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낙마한 문창극 총리후보에 대한 KBS의 보도(7월2일, 9월5일 메모), 세월호 당시 대통령 행적에 대한 보도(8월14일 메모)가 언급된 부분도 존재한다. ‘2012년 KBS파업사건-법원무죄선고-노조강성화 가속’ 등 노조에 대한 동향체크까지 유추할 수 있는 메모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조대현 사장 선임 후 이사회 장악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이길영 KBS이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번 비망록에서 방통위 관련된 게 3건”이라며 “청와대는 최성준 방통위원장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항소 처분한 걸 그대로 이행했다. 이길영 전 이사장에 따르면 최 위원장이 사표를 내라고 종용했다. 방송의 독립성을 수호해야 하는 방통위원장이 앞잡이가 돼서 일을 했다는 의미다.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길영 전 이사장은 8월 건강상의 이유로 갑작스레 사퇴하고, 방통위는 불과 이틀만인 29일 이인호 현 이사장을 내정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청와대가 정치적인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영방송 KBS를 상대로 부당한 인사 개입과 방송 통제를 조직적이고 집요하고 또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뚜렷한 증거가 나온 만큼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현 KBS이사장과 사장 등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면서 국회가 추진 중인 특검 대상에 공영방송 인사개입과 방송통제의혹 포함, 공영방송 사잔선임구조를 바꾸는 언론장악 방지법 논의 및 통과, 고대영 KBS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청와대의 자백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비망록은 TV조선이 입수한 자료 중 KBS와 관련된 내용만을 받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