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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대선 결과 예측 왜 실패했나

[특별기고] 이소영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소영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2016.11.16 13: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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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 주요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전망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미국 언론이 대선 예측에 실패한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텍사스대 방문교수로 있는 이소영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를 통해 듣는다.

예상치 못한 대선 결과에 미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선거 결과가 언론 예측과는 정반대로 나타나면서 언론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2년 대선, 영국의 브렉시트에 이은 이번 대선의 예측 실패는 투표 예측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대선 후 미국 언론은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조명하면서 반성문을 쓰고 있는 중이다. 미국 언론이 분석하고 있는 이번 대선 예측의 문제점은 대체로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여론조사 표본의 문제이다. 많은 여론조사에서 핵심 트럼프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들의 대표성은 과소평가 되었던 반면, 클린턴 지지층인 이민자 및 흑인들은 과대평가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숨은 트럼프 지지자’는 여론조사 오류의 핵심적인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낮아 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여론조사에 답을 하는 경우에도 트럼프에 투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해 트럼프 지지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샘플링 과정에서 이전 대선을 기준으로 각 인구 집단에 대표성을 부여했기 때문에 저학력 백인층이나 트럼프로 돌아선 백인들 및 농촌 유권자들의 표심이 반영되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주로 휴대폰 사용자들 중심으로 전화조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화번호부 기반 무작위 샘플링이 어렵다는 점 또한 대표성 훼손의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진 LA Times와 남가주대학(USC) 조사에서는 지속적으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주 단위 여론조사의 신뢰성 문제이다. 주 단위의 표본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충분하지 않아서 많은 경우 비정통적인 방법으로 가중치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 단위에서 신뢰도가 높은 예측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조차도 펜실베니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표본에 펜실베니아주 인구 대신 전국 인구를 기반으로 가중치를 둬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 단위에서는 대규모 여론조사 회사가 없어 충분하고도 적절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신뢰성 높은 결과가 나오기가 어렵다.


다음으로, 선거를 약 열흘 앞두고 FBI가 발표한 클린턴 이메일 재수사 효과를 여론조사와 언론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조기투표율이 낮았던 펜실베니아, 버지니아, 뉴햄프셔 등에서는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 간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많은 여론조사가 FBI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마감해 이 효과를 반영할 수가 없었다.


미국 언론은 선거일 직전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 소홀했다는 데 동의한다. FBI 발표 이후 선거일이 다가옴에 따라 트럼프와 클린턴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지만 언론은 이 변화의 종착점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선거 결과 예상보다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투표장으로 나왔고, 클린턴 지지자들의 투표율은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혹자는 클린턴 승리에 대한 언론의 지나친 믿음과 기대가 이러한 변화와 캠페인에 대한 무관심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 예측 실패는 무엇보다도 미국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과소평가한 채 여론조사 결과에만 기댄 언론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였다. 여론조사가 지속적으로 심각한 오류를 보여 왔음에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없이 여론조사 기반 예측에만 치중함으로써 미국 유권자들에게 팽배했던 반기득권주의 및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을 언론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소셜미디어에서는 뚜렷이 나타난 인종차별이나 트럼프 지지 분위기를 언론이 간과한 것 또한 문제였다. “정치는 단순히 숫자로 설명될 수 없다. 언론은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대한 집착 때문에 정작 중요한 요인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 언론의 자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