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강아영 기자 2016.11.16 12:58:32
“내려놓고, 내려오라…오늘 다시 촛불을 들었다”(경향신문 특별판 1면)
“이것이 국가인가”(한겨레21 호외 특별판 표지)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기자들도 덩달아 뛰쳐나왔다. 100만 명이 운집한 곳에 기자가 없을 리가 없다. 이만큼이 한 자리에 모인 건 그 자체로 뉴스다. 아니 역사다. 특보가 편성되고, 특별판이 배포됐다. 모바일 생중계도 쏟아졌다. 국민들이 외치고 걸으며 촛불을 켜는 동안 기자들은 찍고 쓰고 전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2016년 11월12일을 기록했다.
시사인은 이날 오전 청계광장에 편집국을 따로 마련했다. 집회 소식을 현장에서 기록하기 위해 천막을 치고 ‘거리편집국’을 꾸린 것이다. 세 팀으로 나뉜 기자들이 시위대 선두, 후미 등에서 소식을 전해오면 이 컨트롤타워에서 취재지시를 내리고 취합 후 속보로 내는 식이다. 특히 사전에 모집된 명예통신원들의 공이 컸다. 집회당일까지 총 11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 카카오톡 3개·텔레그램 2개 채팅방을 통해 현장 구석구석의 소식을 알려왔다. 기자와 시민들이 전한 소식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진·텍스트 기사나 라이브방송 형태로 알뜰히 전해졌다.
고제규 시사인 편집국장은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많은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시사인 파이팅’을 외쳐주시는 분, 잡지나 책을 구매하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으려는 분도 있었다”며 “이렇게 국민들이 모인 건 주의·주장보다도 팩트 하나가 가진 폭발력 때문인 것 같다. 후배들에게도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다수 신문·방송·주간지, 인터넷매체 등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분주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21, 오마이뉴스 등은 특별판을 제작, 광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SBS와 JTBC 등 방송사는 온·오프라인 모든 채널을 동원해 현장의 모습을 전했다. 이들은 정규뉴스 시간을 늘리는 등의 특별편성을 통해 집회소식을 무게감 있게 다뤘다. KBS 역시 뉴스 시간과 전후 특별토론회와 특보 편성을 통해 촛불민심을 전했다. 한겨레21과 한겨레TV는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장장 10시간에 이르는 ‘마라톤 라이브 중계’를 했으며, 팩트TV와 국민TV 역시 현장을 끝까지 중계했다.
김민아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3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많은 시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 만큼 우리가 보도한 내용을 알리고 시민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특별판을 냈다”면서 “시청과 광화문 일대에서 4만부를 배포했는데 줄을 서서 받아갈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지역에서도 집회를 했는데 배포가 되지 않아 아쉽다는 전화도 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집회를 찾은 시민들의 열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당초 언론사들이 현장에서 선보이고자 했던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은 인파로 어그러질 정도였다. 촛불물결에 동참하지 못한 시민들도 SNS 등을 통해 중계되는 광화문과 서울시청, 청와대 인근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마음을 같이 했다. 이날 16시간을 생중계한 오마이TV의 경우 생중계 조회수만 430만 건(유튜브 220여 만, 페이스북라이브 80만3000여 건, 다음라이브 130여 건 합산)을 돌파했다. 생중계 중 공감, 댓글 및 공유만 해도 14만5260건으로, 중계 직후 오마이TV 페이지의 ‘좋아요’만 5000여 건이 증가할 정도였다. 한겨레21은 총 18쪽 분량의 특별판 3만 부를 찍었는데 일찌감치 동이 나기도 했다.
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는 “시민들의 촛불을 보며 방송 중 몇 번이나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모른다. 광장에 나온 시민들도 끝까지 봐준 시청자들도 모두 대단하단 생각을 했다.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시민, 시청자와 함께 역사의 현장을 지킨 데 감사한다”고 했다.
기자들과 시민들이 한 데 뒤섞인 현장에서 일부 매체의 기자들은 수모를 겪기도 했다. KBS 기자가 “정권 나팔수” “당장 여기서 물러가라”는 소릴 들으며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 SNS에 퍼졌고, MBC 기자는 ‘MBC News’라고 적힌 로고가 빠진 마이크를 들고 현장 소식을 전해야만 했다.
김완 한겨레21 디지털팀장은 “당일 KBS 차량이나 카메라, MBC 기자가 야단맞는 걸 여러 차례 봤다. 광우병 사태 당시 촛불이 기존의 카르텔 자체에 대한 진영적인 공격이었다면 지금 국면은 언론인에 대한 회의감이 깊이 있는 것 같다”면서 “모든 매체를 신뢰하지 않고 스스로 미디어화해 중계하는 걸 믿으려는 모습이다. 기존 미디어에 대한 강한 불신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