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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에 있고 싶었다"

[촛불집회 참가한 기자들]
시민들 외침 똑똑히 지켜봐
직업 못 버리고 취재 지원도

최승영·강아영 기자  2016.11.16 12: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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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100만 인파의 물결 속에는 기자들도 있었다. 취재 목적이 아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촛불을 들기 위해서였다.


“시민으로서 참여해보고 싶었다”며 집회에 참가한 김주성 한국일보 기자는 “느낌이 전혀 새로웠다”고 말했다. 김주성 기자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 3달 동안 취재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온전히 전달자, 기록자적인 입장으로 큰 정경만을 담았다”며 “이번에는 직접 그 안에 들어가 구호를 외치니 느낌이 달랐다.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는지, 얼마만큼 분노하고 있는지 더 잘 보였다”고 말했다.


“집회에 자주 나가는 편”이라는 유연석 CBS노컷뉴스 기자도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문제에 대해선 기회가 되면 참여하고 있고, 이번에도 그랬기 때문에 나갔다”고 말했다. 유연석 기자는 “선배는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지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지만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까지 내 직업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기사로 쓸 일은 쓰고 참여할 일은 참여하고 싶었다. 덕분에 역사의 현장에 있을 수 있었다”고 했다.


조승호 YTN 해직기자도 “지난 두 번의 집회는 시간이 안 돼 못 나갔는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아내, 아이들과 함께 다 같이 참여했다”고 했고, 김범수 세계일보 기자도 “일단 사회부 전원이 동원돼 취재를 했는데 시민들과 함께 행진하면서 반 취재, 반 참여라는 느낌으로 집회에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인지라 취재 본성을 버리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변상욱 CBS 대기자는 “기자뿐만 아니라 PD, 아나운서, 행정직원까지 CBS 구성원 상당수가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나갔는데 단체 카톡방을 열어 자기가 위치한 지역에서 발견한 것들을 실시간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취재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황방열 오마이뉴스 기자도 “취재팀 소속은 아니었지만 취재에 도움이 되는 게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현장에 나갔다”며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 시민보다는 관찰 밀도가 높았던 것 같다. 특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얼굴로, 무엇을 외치는지 유심히 봤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공영방송 노조 조합원들도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 집회에 참여했다. KBS 한 기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어마어마한 군중과 섞여 한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 보람과 기쁨, 감동을 느꼈다”면서 “하지만 엉터리 보도를 못 막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집회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언론도 공범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할 때는 서글펐다”고 말했다.


MBC 한 기자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100만분의 1로 참여했다는 것이 가슴 벅찼다”면서도 “우연찮게도 그 많은 취재차량 중 MBC를 보지 못 했다. 우리 회사가 처한 상황과 대비돼 마음이 아팠고 특히 그날 뉴스데스크에서 현장에 나간 기자가 MBC 로고 없는 마이크로 중계를 하는 것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