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시민들은 말했다, 있는 그대로 보도해 달라고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말하는 언론]
1% 아닌 99% 대변하는 언론 기대

최승영·강아영 기자  2016.11.15 21:18:31

기사프린트

100만명이 광장을 찾았다. “분하다”는 말이 나왔다. “기가 막히다”고 했다. “이번만큼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제 각각의 성난 목소리가 요구하는 바는 하나로 모였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라.” 그 광장에서 시민들은 말했다. 있는 그대로 전달해달라고, 기자정신을 가져달라고. 이번 사태로 언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하면서도 공영방송사로 대변되는 기성 언론을 못 믿겠다고 했다. 세월호 이후에도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제대로 보도를 해달라는 것, 기자로서의 소명의식을 되새겨달라는 것, 지켜보고 있으니 안에서 계속 싸워달라는 것. 국민들의 간명한 당부다.


<촛불집회에 나온 이유는>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
나부터 행동할 수밖에 없어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너무 반하고 있다. 나열하면 끝도 없겠지만 이번엔 도저히 넘길 수 없었다.”
지난 12일 서울 세종대로를 찾아 기꺼이 100만 촛불 물결이 된 시민 김형식(남·48)씨는 “실망했다”고 밝혔다. “집에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거리로 나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의 인파가 모인 광장, 이들이 나온 이유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였다. 남녀노소, 장애유무는 중요치 않았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멀리 해외에서도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이 모(남·52)씨는 이번 일을 “대통령이란 사람이 국민을 배신한 것”으로 봤다. 그는 “나 하나라도 자격 없는 대통령이 물러나는 데 힘을 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이렇게 분노하는데 도대체 왜 물러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포 열 헤르촉(58·스위스)씨는 “타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우리나라가 잘 돼야 기를 펼 수 있다. 내가 나라를 사랑하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되니까 기가 막혀 눈물이 났다”면서 “외국 친구들이 물어볼 때마다 창피하고 무안하다. 나라도 행동을 해보자 해서 오후 2시부터 나온 것”이라고 했다.


대학생 김유성(여·24)씨는 “집에 가만히 있으니까 양심에 찔렸다. 머릿수라도 채우고 싶어 나왔다”고 했고, 나유정(여·22)씨는 “서울권 대학생들 50명 정도가 모인 ‘레드카드 행진단’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레드카드를 주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공영방송에 대한 생각>

지상파 신뢰할 수 없어
차라리 종편이 더 나아


언론에 대한 광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특히 KBS, 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은 극심한 수준이었다. 인터뷰 대상이었던 30여 명 중 이들을 호의적으로 평가한 시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진수(남·30)씨는 “MBC는 절대 안 본다, 신뢰가 안 간다”면서 “KBS도 신뢰도가 많이 하락한 거 같다. 요즘엔 많이 바뀌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영방송인지, 정권유지를 위해 북한 뉴스만 내보내는 곳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했다.


회사원 김 모(여·29)씨는 “KBS, MBC뉴스를 보면 화가 난다는 얘길 직장동료나 친구들한테 많이 듣는다.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보면 화가 난다는 의미”라면서 “KBS 기자들이 성명을 내고 싸우는 걸로 안다. 인사권을 가진 사람들이 막으니까 그런 거 아니냐. 그런 사람들이 KBS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주에서 온 대학생 임규진(남·23)씨도 “지상파는 보지 않는다. KBS는 공영방송이 아니고 중국 환구시보 같은 관영매체이기 때문”이라면서 “수신료를 받는 방송이 제 역할을 못하니까 그 분노로 국민들이 이 자리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윤아 엄마(52)라고 밝힌 한 시민은 “KBS와 MBC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가 이미 바닥에 다 떨어진 것 같다. 많이 바라지 않는다. 그냥 수신료 받는 만큼만 정확한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형식(남·48)씨는 JTBC 등 매체의 선전이 제 역할을 못한 공영방송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는 “지상파 방송이 뭘 할 거라고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인터넷 매체들이 역할을 해주니까 젊은 사람들도 거기서 정보를 얻지 않나”라면서 “공영방송이 편협하게 뉴스를 하니까 종편이란 선입견이 있었는데도 공정하게 뉴스를 하는 JTBC를 더 보게 된 거 같다”고 꼬집었다.


고등학생 권 모(18)양도 공영방송에 대해 “믿음이 안 간다. 이젠 차라리 종편이 나은 것 같다”고 했고, 회사원 정수영(남·37)씨도 “공영방송엔 권력이 아파할 만한 뉴스가 없다. 정부를 옹호하고 여당을 밀어주는 편파적인 보도만 있어 신뢰가 잘 안 된다”고 했다.


<언론에 대한 인식 변화>

“언론 잘했다” 긍정 반응
달라지지 않았다 시각도


이번 사태를 거치며 국민들이 언론에 일말의 기대를 갖게 됐다는 발언도 나왔다. 국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국면에서 JTBC나 한겨레신문, TV조선 등 일부 매체의 공을 인정하면서 “이번엔 언론이 잘 했다”는 평을 내렸다.


인천에서 광장을 찾은 이상진(남·60)씨는 “언론이 진짜 훌륭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부터 언론이 앞장섰으면 더 낫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전했다. 김유성(여·24)씨 역시 “이번만큼은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다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언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는 시선이 다수였다. 국민들은 당시 언론들의 전원구조 오보 등에 대해 거론하며 언론 전반에 가진 불신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중학생 박지원·서가흔·김수연·박수진(16)양은 “언론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이들은 “지난 주 시위 나온 미스코리아 사진을 걸고선 ‘예쁘다 몸매 좋다’하는 뉴스를 봤다”면서 “세월호 때 자식 잃은 부모한테 심경을 물어보던 데서 나아진 게 없다”고 말했다.


남동생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 김 모(여·22)씨는 “당시 수업이 없던 때라 은행 볼 일을 보다 뉴스에서 ‘구조됐다’는 걸 보곤 ‘별 일 아니네’ 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오보’였다”면서 “여전히 뉴스를 가려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참 서글프다”고 했다.


강은주(여·48·제주)씨는 “종편은 이미 줄서기를 하고 있는 거 아닌가”라면서 “본질을 파헤치기 보다는 국민 여론을 눈치 보면서 다음 정권에 기대 살아남으려는 꼼수 아닌가 싶다”고 했다.


<언론, 무엇을 해야 하나>

사실 제대로 전달해주고
소명의식 갖고 싸워달라


국민들이 언론에게 바라는 점은 아주 간명했다. 사실을 제대로 전해달라는 것, 기자로서 소명을 되새겨달라는 것이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특히 윗선이 보도를 막아도 계속 싸워달라고 부탁했다.


자영업자 양 모(남·49)씨는 “KBS 사장이 국회에서 ‘답변하지마’라고 하더라. 국회에서 안하무인으로 구는 걸 보고 국민을 개돼지로 아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선 기자들이 안 그러려고 해도 그럴 수밖에 없는 그림이 그려졌다”면서 “기자들이 역할을 해줘 이만큼이라도 된 거 안다. 안타깝고 어렵지만 먹고 살기 바쁜 국민을 대신해 소명의식을 갖고 싸워주길 바란다. 응원한다”고 했다.


정수영(남·37)씨도 “MBC 기자들이 나와서 제대로 보도하자 투쟁하는 모습을 봤다. 위에서 막으니까 따라가면서도 고민했을 거 같다”며 “이번 일이 목소리를 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강혜진(여·36)·최영진(여·38)씨는 “종편에서 얘기가 나오니까 박 대통령만 보던 부모님들 생각이 바뀌더라”면서 “국민들은 진실을 알기 힘들다. 언론사들이 뭘 어떻게 보도하는지를 보고 그걸 믿게 된다. 온전하게 사실을 전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은주(여·48)씨도 “세월호 참사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제대로 보도했으면 좋겠다”면서 “1%를 대변하는 언론이 아니라 99%를 대변하는 언론을 기대한다. 억압당하고 가난하고 빼앗기는 사람들의 삶을, 그 현실을 제대로 보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