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 생각 없이 구성한” 팀이라고 했다. 연령대가 그랬다. 가장 고참인 김의겸 선임기자와 막내인 방준호 기자는 23살이나 차이 났다. 허리를 맡은 기자들도 10년 정도 간격이 있었다. 류이근 기자는 “최악의 조합”이라고 했고, “다들 뒤에서 욕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다행히 “각 부에서 뽑힌 훌륭한 기자들이라” 별 탈 없이 순항했다. 회의를 하고 각자 맡은 분야에서 뛰다가 벽에 부딪히면 모였다. 어떤 때는 지휘하고, 어떤 때는 취재하고, 어떤 때는 썼다. 그 결과 '최순실 게이트'의 처음을 열었고 '박근혜 게이트'의 끝은 어디일지 눈을 가늘게 뜨며 달리고 있다. 11일 저녁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만난 한겨레 특별취재팀의 얘기다.
한겨레 특별취재팀은 이날 ‘최순실 게이트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를 주제로 100명의 독자들과 만났다. 보도 과정과 취재 뒷이야기 등을 얘기하고 독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김의겸 선임기자는 지난 9월20일 언론 최초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이름을 드러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최순실을 찾기 위해 9월1일 나와 류이근, 하어영, 방준호 네 명의 기자가 모였다”고 첫 만남을 상기했다.
취재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방준호 기자는 “최순실씨와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이틀간 구글링을 하며 정 이사장과 함께 운동기능회복센터를 운영한 적 있는 이아무개씨의 번호를 알아냈다”며 “그에게서 최씨와의 관계, 재단 이사장 제안 등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의겸 선임기자는 “방 기자가 간단하게 얘기했지만 이아무개씨에게서 얘기를 끌어내기까지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면서 “아무나 전화 건다고 술술 말하면 다 기자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번 욕 먹어가면서 전화하고 이아무개씨를 직접 찾아가는 등 방 기자가 많은 고생을 했다”고 덧붙였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의혹을 보도한 류이근 기자도 제보를 받아내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류 기자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제보로 최순실씨에게 수모를 겪은 이대 교수가 있고, 그가 누구인지 전해 들었다. 바로 전화를 했는데 인터뷰를 거절당했다”면서 “한 시간 정도 붙잡고 매달려서 겨우 인터뷰 허락을 받아냈지만 그마저도 찾아가니 창구를 단일화했다며 거기로 가라고 하더라. 다시 붙잡고 늘어져서 기대치의 80% 정도 되는 얘기를 겨우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순실씨와 정유라씨의 독일 행적을 추적한 하어영 기자도 고군분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 기자는 “모녀가 독일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아무리 생각해도 부동산을 이용했을 것 같아 한인 부동산에 전부 전화를 걸었다”면서 “그 중 한군데에서 마장을 구한다고 하니 응답을 하더라. 최씨의 흔적이 남아 있던 곳이었고 그 장소들을 바탕으로 독일 연수를 간 송호진 기자가 그들 모녀를 찾아다닐 수 있었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팀장이었던 김의겸 기자도 취재를 위해 기꺼이 온몸을 내던졌다. 류이근 기자는 “이성한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전화번호 11자리를 알아내기 위해 팀장이 소주 열병을 마셨다”면서 “JTBC 보도 때문에 손석희 선배 얘기를 많이 하지만 우리는 손 선배를 준다고 해도 김의겸 선배를 내줄 수 없다. 이 국면까지 오는 데 김의겸 기자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하고 있는 역사의 현주소를 아마 누구도 못 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자와의 대화에서는 JTBC에 특종을 뺏긴 심정과 팀 구성 및 지휘 체계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언론의 책임을 묻는 질문은 날카로웠다. 류 기자는 “언론의 기능이라는 것이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인데 한겨레가 권력 안의 공생관계 언저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촉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면서 “다만 그들의 실체를 알고 있었음에도 방기하다 효용가치가 없어지자 물어뜯고 삿대질하고 손가락질하는 일부 언론의 모습은 안타까운 자화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