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영 기자 2016.11.09 13:59:23
권력형 비리에 막장드라마 같은 통속적 요소를 골고루 갖췄기 때문일까. 하루 5000개가 넘게 쏟아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 중에는 유독 핵심을 비껴간 가십성 내용들이 많다. SNS 상의 자극적 표현을 그대로 내보내거나 관련 인물들의 사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추측성 기사들이 흥밋거리로 보도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순실 개인에 대한 보도는 가십을 가리지 않고 언론사들이 앞다퉈 보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31일 검찰에 출석한 최순실씨가 신발 한 짝을 남겨놓은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간 후 언론들은 일제히 최씨의 프라다 신발과 명품 가방에 주목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1일 최씨 신발 사진 밑에 “신제품 아닌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국내에선 70만원대에 판매된다”고 자세히 설명했고, 한국일보도 최씨의 가방과 신발을 나란히 보여주며 “실세의 명품 패션”이라고 명명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최씨 자택 압수수색 당시 명품 구두로 가득 찬 그의 신발장을 언론이 화려하게 조명한 뒤였다.
최씨의 일거수일투족도 단연 화제였다. 종교적인 문제부터 시작해 함께 사업에 참여해온 고영태 더블루K 이사와 내연관계라는 추측성 보도가 난무했고, 아예 최순실 전담 호스트팀이 있었다는 기사가 400건 넘게 온라인에 쏟아졌다. 동아일보도 지난달 27일 ‘최순실 20년 단골 강남 목욕탕 세신사가 본 최씨 모녀’라는 기사를 통해 ‘돈은 많지만 무례하고 상스러운’ 최씨와 딸 정유라씨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전했고, 조선일보는 8일 딸의 남자 친구를 떼어내 달라며 조폭에게 의뢰한 최씨의 기행을 지면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최순실과 연관된 인물들도 언론의 시선을 피해갈 수 없었다. 언론은 딸 정유라씨를 비롯해 언니 최순득씨, 조카 장시호씨 등 그의 친척과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정유라씨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신모씨 등에게 눈을 번뜩였다. ‘최순득 딸 장시호, 여직원에게 상습 폭행과 폭언했다 주장 나와…갑질 논란?’ ‘‘철저한 비밀주의’ 최순득, 가사도우미도 CCTV로 감시’ ‘‘최순실 게이트’ 고영태, 호스트에서 연예계 인맥까지 ‘과거행적’’ ‘정유라의 남자 신씨, 승마는 지원일 뿐…신림동 ‘삐끼’ 출신?’ 등등 국정농단의 본질과 무관한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최씨를 ‘강남 아줌마’로 지칭하는 등 여성 혐오 프레임을 가진 보도들도 상당수 발견됐다. 서울신문은 지난 1일 “최순실씨가 국정을 농락하던 ‘만인지상’에서 평범한 ‘강남 아줌마’로 돌아왔다”고 표현했고, 국민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등에서도 기사와 칼럼 등을 통해 강남 아줌마라는 표현이 여과 없이 보도됐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