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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보도참사 '뉴스룸 정상화' 목소리 분출

보도책임자 사퇴 촉구 본격화
KBS 총파업 투표 실시 합의
임명동의제 등 제도개선 요구

이진우·최승영 기자  2016.11.09 12: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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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침묵하고, 대통령에 대한 눈치보기로 집약되는 ‘최순실 보도 참사’를 계기로 뉴스룸에 만연한 비정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MBC 보도국 내부 게시판에 “뉴스 개선은 보도국장의 퇴진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회1부에서 데스크를 맡고 있는 김주만 기자의 글이다. 그는 “보도국장조차 어디부터 취재할지를 몰라 남의 뉴스를 지켜봤다 받으라고 지시를 하고, 부국장은 ‘오늘은 어느 신문을 베껴 써야하냐’고 묻는 현실이 이게 과연 MBC가 맞나”라며 성토했다.


내부에서는 보도국 내 기자가, 그것도 익명도 아닌 실명으로 보도국장 퇴진을 주장하고 나선데 대해 “곪아 터져 나왔다”는 반응이다. 그간 MBC는 조금이라도 자사 보도에 대해 비판하는 기자들이 있으면 해고나 징계, 전보 발령을 통해 입을 막아버린 만큼, 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 금기사항이었다.


MBC의 한 기자는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전락했으면 내부에서 징계를 감수하고 대놓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겠느냐”며 호소했다. 이호찬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 간사는 “최순실 이름은 금기어였고, 철저히 공방 위주로만 보도됐다. 심지어 대통령이 사과를 하기 전까지 단 하나도 관련 기획기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엔 김희웅 MBC 기자협회장이 그간 지상파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놨다. 김 협회장은 “뉴스에 사가 끼어서 그랬습니다”라는 제목의 반성문을 통해 “우리는 공범이다. 사람들은 MBC 뉴스에 기대하는 게 없다”며 “사가 끼어 지금 이렇게 대한민국이 욕을 보고 있듯 사가 MBC 뉴스를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1일부터 “청와대방송 사장과 보도본부장은 사퇴하라”며 피케팅을 하고, 해직기자 등이 번갈아가며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호찬 MBC 민실위 간사는 “사장 선임의 구조 자체가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정권의 눈치보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해서 공범 역할을 해온 간부들은 당연히 사퇴를 해야 한다”고 했다.


KBS와 SBS, YTN도 일제히 보도 정상화에 발 벗고 나섰다. KBS 기자협회는 지난 7일부터 총원 570명에 달하는 기자들을 상대로 보도책임자 사퇴촉구 결의를 위한 투표에 돌입, 오는 11일 개표를 앞두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8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KBS의 한 기자는 “천막 설치를 하려던 중 경비업체 직원이 천막을 탈취하려고 하는 등 소동이 일어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빚어졌다”고 상황을 전하며 “KBS노동조합과 KBS본부는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데도 합의한 상태”라고 했다.


SBS에서도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와 정책, 비서, 광고 등의 인사가 보도국 보직을 맡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나왔다. 또 기자협회 차원에서 기자들 증언을 바탕으로 백서를 남기기로 했다. 최순실 사건이 터지기 전후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3년 연속 적자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YTN 노조도 보도국장 추천제 부활과 중간평가제, 긴급발제권 도입 등을 결의했다. YTN은 기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 8일 최순실 보도 TF를 사회부에서 분리하고 별도의 사무공간을 구성해 집중취재를 할 수 있게 하고, 인사를 통해 정치부장과 취재1국장을 포함한 일부 부장단을 교체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