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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특종 뒤따라가는 KBS…"이러려고 공영방송을 했나"

최순실 보도참사 기자들 비판에
"상상조차 못했다" 황당한 해명만
시청률 최저 12%까지 떨어지기도

최승영 기자  2016.11.08 22: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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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이끈 것은 지상파 방송사가 아니었다. 지난 7월 TV조선이 시작하고 9월부터 한겨레신문이 이끌어 온 이번 사안은 JTBC의 지난달 24일 단독보도 후 박 대통령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적어도 이 국면까지 K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JTBC와 KBS를 통해 어떤 조건이 좋은 보도를 가능케 했는지, 또 보도참사를 야기했는지 살펴본다.

지상파 압도한 JTBC…손석희의 리더십
“…겸손하고 자중합시다…단독보도들은 사람들을 속시원하게 하는 면도 있지만 동시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지게도 하는 내용들입니다…우리는 이미 JTBC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이 지난달 25일 구성원들에게 보낸 전체 메일 중 일부다. JTBC 보도국 내부는 최근 “열심히 뛰어 새로운 팩트를 발굴했다는 점 자체에 서로 많이 격려하고 좋아하는 분위기”다. 보도는 물론 외적인 부분에서의 구설수를 경계하려는 손 사장의 리더십이 엿보인다.


최근 중앙 사보에 실린 손용석 특별취재팀장의 ‘끈기와 믿음 ‘최순실 파일’ 파헤친 비결’을 보면 이 리더십에 조응한 기자들의 분주함과 활기가 느껴진다. 지난달 5일에야 관련 첫 단독을 낸 JTBC가 후발주자로서 처음 한 일은 ‘모자란 부분과 더 알아야 할 부분을 명시화’하는 과정이었다.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다”라는 판단에서였다. 발로 뛴 기자들은 결정타가 된 태블릿PC를 입수해왔고, 이후엔 ‘보도 전략’이 중요해졌다. JTBC는 의혹 수준의 보도(고영태씨 발언을 토대로 한 연설문 수정 의혹)를 던지고 상대의 반박에 결정타격인 재반박 보도(‘PC파일 분석결과’ 등)를 날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JTBC 한 기자는 “고민의 원동력은 ‘두세 걸음이 아니어도 된다. 한 걸음만 더 들어가라’는 손석희 사장의 보도에 대한 주문사항이 아니었다 싶다”면서 “(손 사장에게) 숙제 검사받듯 하지만 그 리더십과 장악력은 굉장하다고 본다. 하나하나 기자들을 챙기며 의사소통을 많이 한다. 격의 없이 대화하는 문화가 이런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미 JTBC(‘뉴스룸’)는 최근 몇 년 새 이뤄진 언론사 등의 프로그램·매체 신뢰도 등 조사에서 꾸준히 1위를 차지해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 비판,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 어버이연합 게이트 등 민감한 이슈를 적극 다룬 결과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JTBC는 10월31일~11월6일 기간 종편 주간시청률에서 2위(7.45%)를 기록하며 한 주 전 1위(6.80%)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간대 MBC ‘뉴스데스크’와 SBS ‘8뉴스’는 지난 주 손석희 사장이 빠진 주말을 제외하고 ‘뉴스룸’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제보가 몰리는 ‘1등 프리미엄’의 조짐도 보인다. ‘최순실’ 보도에 대한 양과 질 모두에서 지상파를 압도한 JTBC의 현재다.

‘보도참사’ KBS…다시 ‘거버넌스’ 문제
“…한편에선 ‘보도참사’니 ‘베껴쓰기만 하고 있다’느니 하는 모욕적인 말로…노력을 폄훼하는 듯한 소리도 들리고 있어 안타깝다…솔직히 한 달 열흘 전 그 당시 이런 관계였다고 상상조차 못했다….”


정지환 KBS 통합 뉴스룸 국장(보도국장)은 지난 2일 자사의 ‘최순실’ 보도에 ‘참사’라는 내부 평가가 나오는 데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일선 기자들의 ‘보도참사’ 비판, 뒤늦은 보도와 ‘상상조차 못했다’는 보도책임자의 고백은 KBS의 자화상이다.


KBS는 지난달 26일이 돼서야 최순실 TF를 구성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의혹 제기 끝에 대통령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까지 연 이후에야 이뤄진 조치다. 노조나 기자협회 차원에서 “최순실 보도를 적극적으로 하자”고 요구한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최초 제안 당시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은 ‘야당의 일방적인 주장’ ‘정말 두 사람이 측근이 맞나’라며 일축했다.


보도국장이 이런 그림을 “상상조차 못했다”면 ‘무능함에 따른 경질’이 상식적이지만 KBS는 요지부동이다. 사장 선임·연임 등을 위해 정부여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공영방송사 거버넌스의 현실이 ‘보도참사’ 원인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이정현 녹취록’, 고대영 사장 선임 당시 청와대 낙점설 등도 이를 방증한다.


뒤늦은 TF구성에도 KBS ‘뉴스9’의 지난 1~6일 시청률은 최고 19.8%, 최저 12.0%로 하향세다. ‘박 대통령 지지율과 KBS의 지지율이 함께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KBS 메인뉴스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할 만한 지표도 보인다. ‘2015 MBC 경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5년 KBS ‘뉴스9’의 뉴스 시청률은 2.3%가 감소해 MBC(0.6%)와 SBS(1.4%)의 메인뉴스보다 그 폭이 컸다. MBC ‘뉴스데스크’는 2012년 말 뉴스 편성을 밤 8시로 옮겼다. KBS ‘뉴스9’은 이 기간 지상파 경쟁사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크게 시청률이 떨어졌다.


KBS 기자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KBS뉴스가) 8시에 편성돼 경쟁한다면 시청률 1위를 할 지 의문”이라며 “백화점식 나열보도, 고령의 시청층도 문제가 있다. 기자와 앵커의 대화식 뉴스진행도 일부 시도는 있었지만 JTBC가 안착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 취임 후 잇따랐던 기자 징계로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KBS 관계자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의 보도기조가 바뀐 지난달 20일 이전 기자들이 관련 사안을 발제한 사례 자체가 한 건도 없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KBS에서는) 자신의 자리보전 목적 때문에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JTBC의 경우 보도에는 100% 손석희 사장의 철학이 들어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의 선택이다. 편향된 언론구조 속에서 중립만 지켜도 호응을 얻을 수 있고, 조중동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철저한 경영가로서의 판단인 것”이라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