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5일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는 제목의 통단 사설을 실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문란’ 사태와 관련해 언론이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사설을 실은 건 경향신문이 처음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박 대통령이 여야, 국회, 시민을 설득하고 이끌 수 있는 정치적 지도력을 상실했고 ▲국가 지도자로서의 도덕적 권위도 땅에 떨어졌으며 ▲사법적 심사의 대상으로 통치권을 행사할 방법이 없고 ▲총리 내치·대통령 외치의 실험은 위험하기도 하고 현실적이지도 않다며 "이런 상태를 1년 3개월 지속하겠다는 것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여 즉시 사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사설은 박 대통령이 4일 발표한 담화문에 대해 “여전히 이 나라를 흔들고 있는 국정문란 사태가 단지 자신의 선의가 잘못 전달된 결과,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민을 위해 쓰여져야 할 국가권력을 개인의 재산 축적을 위해 동원하고, 공동체에 필요한 일을 하도록 맡겨진 국가관료 조직을 사병처럼 부리고, 기업과 대학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함부로 훼손하는 행위는 선의였다고 해서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설은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무위원과 청와대 참모를 마다하고, 집권당과의 협력도 포기한 채 1인 통치, 그것도 최씨의 조언과 지침에 충실히 의존한 1인 통치를 했다. 그 결과 정치는 전쟁터로 변질되고, 경제는 바닥에서 헤매고, 사회는 분열과 갈등으로 갈라지고, 안보는 불안해지고, 시민의 삶은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지금 나라를 파탄 지경으로 만든 사람을 한 명만 고른다면 바로 박 대통령이다. 그러므로 최순실씨를 사법처리해서 국정에 간여하지 못하게 막는다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설은 “우리는 불편한 진실 앞에 솔직해져야 한다. 정당들, 정치인, 대선주자들은 이 길을 피하고 싶어 했다. 박 대통령도 이 길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옳고 그름을 말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일단 대통령이 사임을 선언하더라도 실제 사임은 국정 안정을 위한 과도 기간을 고려해 미뤄둘 필요가 있다”며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서 국정 안정을 꾀하고 공정한 대선이 이루어지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