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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물타기 하던 방송, 대통령은 아직도 성역"

[좌담회] 최순실 국정농단과 방송보도

이진우 기자  2016.11.04 15: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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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방송사들은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를 외면하고 침묵했다. 적극 취재해보자는 의견은 묵살됐고, 사건의 개요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보도는 겉돌았다. ‘이것이 나라인가’라고 탄식했던 시민들은 ‘니네가 방송이냐’고 묻는다. 취재를 하고 싶어도 못했던 현실, 타 언론의 특종을 쳐다만 봐야했던 참담함에 기자들은 절망했다.


최악의 보도참사에 경영진이나 보도책임자들은 자성은커녕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지금도 정권에 부담이 되는 기사는 물타기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기자들은 모멸감을 떨치고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기자총회를 개최하고, 청와대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공정보도 시스템 혁신 요구 등 비정상의 뉴스룸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방송보도’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지상파와 보도전문채널 보도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3층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좌담회에는 김성후 기자협회보 편집국장의 사회로, 이영섭 KBS기자협회장, 이호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간사, 이대욱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공방위원장, 김도원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공추위원장이 참석했다.


공영방송 보도 침묵 죄스러워

최순실 적극 보도 의견 묵살

최순실 사태 예견된 보도참사

보도책임자 사퇴촉구 투표 예정

 

사회=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 보도에 대해 말해달라.
이영섭 KBS기자협회장=공영방송 보도국 기자로서 이렇게 엄청난 사건에 대해서 사실상 거의 장기간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게 부끄럽고, 시청자들과 국민들께 고개를 못 들 정도다.


이호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간사=MBC 뉴스가 제 역할과 기능이 사라진 부분에 있어서 안에서 질책하고 싸웠어야 했다는 반성이 든다. 사실상 사건을 은폐하는데 MBC가 공조한 것이다. 민실위 회의에서 JTBC의 태블릿PC 보도 얘기가 나왔을 때 참석자 전원이 ‘MBC 였으면 못 나갔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김도원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공추위원장=취재 경쟁을 하다가 물을 먹은 거면 우리가 부족했다로 그치겠지만, 아예 취재를 안 하던 상황에서 앉아서 물을 먹은 거라서 비참하단 말로 다 표현이 안 된다. 거듭해서 이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가 결국은 치명타를 맡게 된 게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다.


이대욱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공방위원장=이명박 정권 들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비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 보도국 DNA가 상당히 사라진 분위기다. 자기 검열을 하는 기자와 권력에 대해서 눈치 보기로 일관하는 경영진, 이 두 가지가 이런 참담함을 낳았다.


사회=지난 9월20일 한겨레 보도 이후 거의 한달 간 최순실씨 관련 보도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는 지적이 있다. 내부 상황 전해 달라.


이영섭=한겨레 보도가 처음 나왔을 때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명시한 걸 보고 ‘이건 장난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확실한 취재가 있었을 때 이름을 박기 때문이다. 위에다 우리도 ‘최순실 보도를 적극적으로 하자’고 의견을 개진했지만 묵살과 무시 당했고, 편집회의에서도 그 어느 부서에서도 최순실과 관련된 얘기를 하지 않았다. 공영방송으로서 죄스러웠다.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달 31일 노사공정방송위원회 때 보도본부장이 "보도본부 수장으로서 책임을 크게 느낀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지금은 책임을 따지기 보다 취재 경쟁에 매진하기 위해 구성원이 힘을 모아 단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대욱=한겨레 보도 이후 하루 이틀 지나서 게시판에 TF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취재를 하고 발제를 하자는 의견이 올라왔는데 실제로 구성된 건 한달 뒤였다.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오고 다음날 나왔다. 우리 현장 취재기자들이 한겨레 보도 시점 전후로 비슷한 모찌를 받고 개인 취재했던 친구들이 있었는데도, 위에서 아무런 지시가 없으니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보도국장이 ‘각 부서의 전담 취재인력이 나눠서 취재하면 된다’며 TF 구성을 거절했는데 완전히 판단 미스였던 셈이다.


김도원=한겨레 보도가 나온 이후 TF팀을 구성하자고 보도국에 의견을 개진했더니 “알면서 왜그러느냐”고 했다. 그리고 한달 뒤 파문이 커질 때 지금이라고 하자고 했더니 그때도 보도국 간부들은 의지가 없었다. 취재 기자들은 자기 출입처 발생 기사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최순실 사건을 제대로 팔 수 있었겠나. 당시에 좀더 강하게 요구했어야 했는데라는 반성이 든다. ‘넌 JTBC, 야당 편 들려고 하는거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을 거라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이호찬=정부 비판 기사는 MBC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아예 내부 DNA가 달라져 있어서 저항의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내면 보도국 바깥으로 쫓겨난다. 최순실 이름은 금기어였고, 철저히 공방 위주로만 보도됐다. 최순실이 누구인지도 한 달 간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얼마 전에 보도할 정도였다. 심지어 대통령이 사과를 하기 전까지 단 하나도 관련 기획기사가 없었다.

MBC ‘최순실이름 금기어

정부비판기사 사라진지 오래

보도국 취재할 생각도 안해

공범 역할 보도책임자 사퇴해야

 

사회=보도책임자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보도를 회피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호찬=최순실 건은 MBC에서 최대한 물타기 하고 감춰야 하는 사안이었다. 내부 보도국 기자들은 발제해도 못 나갈 거란 걸 알기 때문에 취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취재 시작하고 보도하는 순간 나는 쫓겨나고 그 자리를 다른 경력기자가 메우는 게 공식화된 상태기 때문에 자기 검열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다.


김도원=지난 2008년 낙하산 사장이 임명된 이후 8년이 됐다. 지난 세월동안 친정부 인사가 경영진으로 채워지면서 정권에 부담이 되는 기사는 철저히 공방으로만 다루는게 사풍이 돼버렸다.


이대욱=결정적으로 날을 세워서 기사를 쓰는 상황이나 취재가 있을 경우 'MBC와 KBS가 저렇게 하는데 우리 너무 튀면 안된다' '이정도면 잘하고 있는거 아니냐'는 안일한 생각이 만연해졌다.


이영섭=보도 책임자의 문제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이정현 녹취록, 어버이연합 사건 등 이미 오래전부터 권력 비판 보도를 피해왔다. 최순실 사건은 실수가 아니라 예견된 참사다. 무방비 상태로 당한 것이다.


사회=보도본부 간부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대욱=신임 보도본부장이 사과에 준하는 발언을 했다. “조직의 역량을 더 몰입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지도부와 보도본부장의 귀책 사유”라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도본부장이 미흡했다는 점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임기가 두 달 밖에 안된 상황이라 책임을 묻기에 애매한 상황이다.


김도원=사원총회때 보도국장과 편집부국장이 참석해서 “특별취재팀을 꾸려서 제대로 해보겠다”는 발언을 하셨다. 현재로선 기대했던 것만큼 아주 잘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일주일도 안된 만큼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다. 상황에 따라서 책임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이호찬=정부 비판 보도에 대해서 일관된 태도를 보여왔고 공범 역할을 해왔다. 당연히 사퇴를 해야 한다.


이영섭=최순실 PC파일이 공개됐을 때 충격 받아서 밤잠을 못 이룬 기자들이 부지기수였다. 지난달 27일 1차 기자총회 때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모두 불참했다. 보도본부장은 개인적으로 저한테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보도국장은 아무런 답변 없이 참석하지 않았고, 2차 기자총회도 두 사람이 참석을 거부해 무산됐다. 일단 보도 책임자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를 하자는 의견이 모아진 상태고, 조만간 전체 기자를 상대로 찬반 투표가 이뤄질 예정이다. 총원 570명이 넘는 기자들이 참여하는 것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최순실 TF, 제안 한달 뒤 구성

정부 비판 기자들 내근부서로 옮겨

튀면 안된다안일한 생각 만연

기자들 증언 모아 백서 준비 중


사회=기자총회 등을 통해 내부 구조 혁신 요청이 거센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들인가.


이대욱=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와 정책, 비서, 광고 등의 인사가 보도국 보직을 맡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나왔다. 또 기자협회 차원에서 기자들 증언을 바탕으로 백서를 남기기로 했다. 최순실 사건이 터지기 전후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기록을 남겨야 실수를 안한다는 취지고, 보도국장도 승인했다. 아울러 보도본부 혁신을 위한 진단과 대안을 마련하는 안도 나왔다.


김도원=보도국장 추천제를 다시 부활시키고 중간평가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보도국장 간부들이 일선 기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자는 전략이다. 또 기자협회장이 보도국에 이슈를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발제권도 구성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이렇게 제도 개혁도 중요하지만, 보도국 간부들이 보다 책임있는 사람으로 임명되는 게 더 중요하다. 


이영섭=기자총회를 다시 열면 그 때 혁신안이 나올 것 같다. 보도본부장과 국장의 책임있는 해명이 나오길 기대한다.


사회=특별취재팀 구성 및 활동에 대한 평가는.


이영섭=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이 “TF 뿐만 아니라 전 본부가 최순실 TF라고 생각해라”라고 강조하고 있다.  소속 기자들이 체감하는진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바뀌긴 했다. 하지만 보도에 너무 늦게 뛰어들어서 열심히는 하고 있긴 한데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도원=자유롭게 취재하고 새로운 의혹을 발굴할 상황이 아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위에서 효율적으로 지휘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대욱=취재 제약 없이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늦어서 단독을 해도 티가 안나 허망한 상황이다. 특취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그것이알고싶다' 팀에 PD 3~4명이 붙어서 2~3주 뒤에 방영될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준비 중이다.


이호찬=시사제작국장이 취재센터장한테 최순실 사건에 대해 설명을 하라고 할 정도로 내부에서는 이슈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아직까지도 대통령에 대한 내용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을 정도로 성역으로 남아있다.

알면서 왜 그러느냐일축

정권 부담기사 공방으로 처리

보도국장 추천제 부활 등 요구

특취팀 위에서 효율적 지휘 못해


사회=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말고도 권력비판적인 아이템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또 있었나.


김도원=백남기 농민 사태도 공방위주로만 보도했다. 또 우병우 수석 건도 마찬가지로 이슈로 지정이 되지 않았다. 정치 비판 기사를 보도한 때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이대욱=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다음날 아침 리포트 초고는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였는데 데스킹 과정에서 ‘시위 와중에’로 바뀌었다. 그 외에도 지속적으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들은 내근부서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호찬=이번 최순실 건 뿐만 아니라 국정교과서, 성완종, 백남기 등 굵직한 이슈는 모두 여야 공방으로만 처리됐다. 심지어 백남기 농민 사건의 경우에는 MBC에서 단 한번도 물대포 영상을 사용하지 않았다. 민실위가 이를 지적하자 ‘확인되지 않은 영상을 강권한다’고 반박을 할 정도다.


사회=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앞으로 구체적인 방안 대안은.


이영섭=결국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본다. 저널리스트인만큼 본연의 기자 정신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핵심이다. 믿음과 신뢰가 쌓일 때 자유로운 취재가 조성되고 보도도 되지 않겠나. 그게 제도로 되는 것 같지는 않고 각자가 두려워하지 않고 입닫고 있지 않는 본연의 자세를 찾는게 필요해보인다.


이호찬=사장 선임의 구조 자체가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정권의 눈치보기는 계속될 것이다. 물론 최소한의 기자 윤리가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직업적 양심, 실천의 용기를 조금 더 내야할 것 같다.


김도원=지난 8년간 이렇게 지내오면서 자포자기해온 일선 기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본다.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 삼아 각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기자가 바보가 되는 기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비판의식이 담긴 기사를 써보려고 노력하는 몸짓이라도 내야 한다.


이대욱=스스로 내가 기득권에 포함돼있다는 생각이 잠재의식 속에서 내면화되는 게 무서운 것 같다. 거기서부터 모든 원인이 암적으로 발생하는 게 아닐까. 경찰은 쉽게 조져도 검찰은 조지지 않는 것도 이와 같다. 검찰에 동질감을 느끼는 거다. 대기업을 생각할 때 그 속에 포함된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기사가 안 나오는 거다. 이번 기회에 이러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