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의 보도책임자들이 지난 2일 기자총회 참석을 끝내 거부하면서 총회 자체가 무산됐다. ‘국민의 방송’ 내부에서부터 자사의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보도에 ‘참사’라는 평가를 내놓는데도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고, 소통마저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KBS기자협회는 당초 이날 밤 9시께 일선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지환 보도국장(통합뉴스룸 국장)과 김인영 보도본부장 등으로부터 그간 KBS의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보도에 대한 변(辯)을 듣기 위한 기자총회 개최를 계획했지만 보도책임자들이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일정 자체가 취소됐다.
KBS기자들의 여론수렴 결과 ‘보도책임을 지는 지휘부 없이 우리끼리 얘길해서 뭘하나’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는 무력한 ‘최순실’ 보도에 대한 원인 진단과 향후 대책 등을 다루기 위해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총회(관련기사: 보도막더니 책임도 회피...KBS보도본부의 민낯)에 보도책임자들이 나타나지 않으며 재차 마련된 것이었다.

보도책임자들의 불참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보도국장은 2일 오전 편집회의와 사내 게시글 등을 통해 전한 <'통합 뉴스룸 국장' 입장>에서 "한편에선 ‘보도 참사’니 ‘베껴쓰기만 하고 있다’느니 하는 모욕적인 말로 이러한 우리 기자들의 노력을 폄훼하는 듯한 소리도 들리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저와 관련해서도 한겨레 관련 '취재건의를 거부했다'며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는데 솔직히 한 달 열흘 전 그 당시 이런 관계였다고 상상조차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즉시 정치부장이 ‘확인되면 기사화하겠다’라고 대답을 했는데 거두절미한 채 ‘거부했다’고 공격하는 것은 언론인답지 못하다"면서 "최씨 게이트는 태블릿PC가 공개됨으로써 비로소 구체성을 띠기 시작한 것. 그래서 그날 뉴스라인부터 즉각 받았고 즉각 전면 취재 체제로 돌입. 그 결과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앞서 KBS측은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가 지난달 31일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의 대화를 공개하며 ‘보도본부장이 사퇴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한 데 대해 "보도본부 수장으로서 책임을 가장 크게 느낀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면서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사퇴에만 초점을 맞춰 성명서를 낸 것은 진의를 크게 왜곡시킨 것"이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KBS 한 기자는 "이 정도 사달이 났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더욱이 보도국장은 반성을 하거나 자성을 하는 모습은 전혀 없이 ‘공격하지 마라, 폄훼하지 마라, 지금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나"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기자는 "후안무치라는 생각이 든다. 입사 3개월 수습기자만 돼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충분히 알았을 거다. (이런 관계였다고 상상도 못했다는 게) 말이 되나. 만일 정말 그렇다면 기자로서 소양이 없는 것"이라면서 "위의 지시에는 분주히 움직이지만 기자들에게는 소통이나 설명의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선 지난달 27일 이들의 불참 시에도 60~70여명(권리위임장 80여장)의 KBS기자들은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 대해 ‘지금부터 열심히 하자면서 소통을 거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태도’라며 실망과 분개를 표한 바 있다.
KBS기자협회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선 이제 더 이상의 총회개최를 보류하고 조속히 ‘보도책임자 사퇴결의문 채택’을 위한 투표에 돌입할 예정이다. 기존 기자총회 재적인원만이 아닌 해외 특파원까지 포함한 KBS모든 기자들의 투표로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총의를 전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BS 또 다른 기자는 “지난번 총회 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식으로 의견이 모였고 (보도책임자들도 이번 총회에는) 참석을 할 것 같다고 전해 들었는데 결국 이리 됐다”면서 “보도국장 입장발표를 보고 더 화가 많이 난 분위기다. 곧장 투표로 가자는 목소리가 다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