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최승영 기자 2016.11.01 21:48:43
“(MBC는) 여기 왜 왔느냐. 부끄러운 줄 알아라!” “JTBC는 괜찮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지난달 29일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이 같이 외쳤다. JTBC 취재진은 환영을 받고, MBC 취재진은 야유를 받으며 현장에서 물러났다는 온라인 게시글, 영상물이 돈다.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이끌어 온 JTBC,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과 맥을 추지 못한 지상파·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보도참사’라는 평가가 KBS, MBC, SBS, YTN 내부에서부터 들끓으며 방송사 구성원들의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1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 로비에서 ‘최순실 보도 참사와 인사제도 개악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국정농단 사태에 침묵하고 외면한 보도책임자 사퇴를 촉구했다. 정국을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미진했던 KBS 보도에 대한 질책의 자리다.
이영섭 KBS기자협회장은 “청와대가 압수수색이 되고, 대통령 하야 요구가 나온다. 수신료 6000억원을 받으면서 KBS가 지난 한 달간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뉴스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나”라며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20일까지 KBS의 ‘최순실 보도(리포트 7건, 단신 1건)’는 같은 기간 JTBC의 9분의 1(65건), TV조선의 4분의 1(26건)에 불과했다.
앞서 보도책임자들은 특별취재팀 구성 요구에 ‘야당의 주장일 뿐’ ‘최순실이 진짜 측근이 맞나’라며 일축하다가 지난달 26일에야 TF를 구성한 바 있다. KBS본부는 31일 김인영 보도본부장이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사퇴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했지만, KBS측은 “보도본부 수장으로서 책임을 가장 크게 느낀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며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사퇴에만 초점을 맞춰 성명서를 낸 것은 진의를 크게 왜곡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이날 투쟁사에서 “고대영 사장은 당장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을 함께 사퇴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그외 ‘최순실 게이트 관련 7대 제언 이행’을 촉구하면서, 11월 중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조능희)는 지난달 27일 노보 등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 보도와 관련한 책임자들의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1일부터 ‘청와대방송 규탄 피켓팅’에 들어갔다. 2일부터는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측이 이날 피켓팅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조합원이 다치는 일도 발생했다.
MBC본부는 “국가대란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청와대 비호 방송을 자처한 MBC 경영진을 규탄하는 피켓들을 사측이 폭력으로 저지했다”며 “전례가 없는 불법 부당노동행위, 폭력 행사로 조합원들이 다쳤고, 그 중 1명은 병원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청와대방송 대표이사, MBC사장 안광한 즉각 물러나라’, ‘안하무인 실세 보도본부장 김장겸, 즉각 물러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앞서 조능희 MBC본부장은 지난달 31일 12개 언론단체의 시국선언에 참석해 “내부에서 싸우고 있고 열심히 부르짖고 있다. 제대로 돌리라고 얘길하고 있다. MBC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보도전문채널 YTN 내부에서도 그간 축소·방관의 보도를 주도해 온 간부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YTN에선 지난달 27일 사내 4개 직능단체와 노동조합이 3시간 동안 사원 총회를 진행한 끝에 소극적 보도행태를 규탄하고 대책마련을 하자는 결의안을 내놨다.
이날 총회에서 YTN 한 기자는 “지난 9월부터 최순실 사건이 터져나왔는데도 본격적으로 이슈화한 이달 21일까지 의혹으로만 간주하고 축소·은폐해 초기대응에 완전히 실패했다”며 보도책임자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결의안에는 진실규명을 위한 ‘기자협회장의 긴급발제권’ 제도화, ‘돌발영상 프로그램 부활’ 등이 포함됐다. 또 상시 이슈팀인 ‘국민신문고팀’ 도입, 효과적인 운영을 위한 인력충원 등의 내용도 들어갔다. 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는 세부적인 요구사항을 보도국장에게 전달했고 이주 안으로 답변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공영언론 방송사 구성원들이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권력’의 개입과 간부들의 눈치보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 지상파 민영방송 SBS 구성원들은 ‘실리’를 채우기 위한 경영진들의 눈치보기가 SBS 보도를 망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는 지난달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지상파 방송사들 중 가장 먼저 결의대회를 열고 정치권력과 경영진의 보도개입 중단과 공정방송을 촉구하기 위한 뜻을 다잡았다.
윤창현 SBS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언론단체 시국선언 자리에서 “회사는 ‘청와대와 척지면, 청와대에 밉보이면 어려워진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논리로 내부 기자들을 끊임없이 겁박해왔다. 많은 기자들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번만 넘겨보자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현실을 회피해왔다. 그리고 거대한 민심의 쓰나미에 이제 쓸려나갈 지경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SBS본부는 이날 SBS 보도국 출신 배성례씨의 홍보수석 임명과 관련한 성명에서 “SBS는 박근혜 정권, 아니 최씨 일가 무당 권력의 심부름센터가 아니다”라며 “사측도 더 이상 청와대 수석이 SBS출신이라는 이유로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