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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멩이...기꺼이 목소리 내겠다“ |
소문만 무성했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입증하는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12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제보자는 “지난해 5월 흔히 말하는 ‘블랙리스트’가 첫와대에서 내려왔고 우리 입장에서는 이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문체부 공무원들의 푸념을 들었다”면서 “실제 이 문건을 직접 보기도 했거니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사진으로 찍어두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는 저 말이 진짜일까 싶었는데 이후 예술계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들리면서 정부가 이 블랙리스트를 충실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총 9473명이 A4용지 100장 분량에 담겨있었다.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이 블랙리스트에 분명히 들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극계의 거장 이윤택 예술감독이 “순수한 예술행위에 대해서 어떤 좋지 않은 제약을 주거나 위해를 가했다면 그런 행동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며 문화정책 담당자들의 판단재고를 촉구했다.

이 감독은 소문만 돌던 블랙리스트 문건 존재가 공개된 데 대해 “담담하다”면서 겪은 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처음 밝히는 말이지만 제가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출가이기 때문에 문화재청에서 하는 숭례문 재개관 축제를 제가 연출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청와대 문화 담당 비서관한테 제가 이야기를 했다. 제가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한 사람인데 괜찮겠느냐고. 그때 그 여자 분이 괜찮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후보 TV찬조 연설을 했던 배경 등에 대해 “저는 원래 연극인이고 정치가가 아니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 (경남고 동기인) 문재인 후보 측에서 (동창회에서) 찬조연설을 해 달라고 했다. 거기서 정치적인 발언을 한 적은 없고요. 학교 다닐 때의 인간성이라든지 품격이라든지 이런 걸 위주로 얘기를 했다. 제가 했던 지지연설이 어떤 정치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이 감독은 2015년 문학창작기금 희곡 심사에서 100점을 맞고도 심사지원 대상에서 떨어지는 일을 겪었다. 그가 사실상 대표로 있는 게릴라 극장이 2년 전부터 매년 받아오던 지원이 끊겨 내년에 처분을 앞둔 상황도 밝혔다.
그는 심사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데 대해 “그때 정부 당국의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지금까지 혜택을 많이 받은 중견 원로 예술인들보다는 좀 더 젊고 혜택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돌리려고 한다. 그래서 떨어뜨렸다라는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에 저는 거기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극장지원이 끊긴 것에 대해서는 “이게 2년 전부터 지원이 끊겼다”며 “게릴라 극장이 혜화동 로터리 일대에 굉장히 연극의 메카인데 지금 내놨다. 작은 스튜디오로 이전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콜롬비아 보고타에 공연을 가게 됐는데 그것도 지원이 떨어졌다”며 “보고타 국제연극제는 국립극단이 초청하는 대단히 국가적인 행사인데, 그것도 지원을 못 받아서 비행기를 저가항공을 구해가지고 48시간을 타고 갔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이런 상황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했던 그 정책들은 그 뒤에 반드시 비판을 받게 돼 있다”면서 “순수한 예술행위에 대해서 어떤 좋지 않은 제약을 주거나 위해를 가했다면 그런 행동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가 종합적으로 말해서 정치적인 영역의 언어들이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이 자체가 사실은 야만적인 상태”라며 “문화는 문화대로 독립된 영역인데 정치적인 어떤 행위가 문화적인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옳지 못한 거다. 그래서 저는 이런 자체가 잘못된 행위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열의 형태가 다를 뿐이다. 70년대에는 오히려 물리적인 위해가 있었기 때문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당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방법이 너무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더 치명적인 위해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