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영 기자 2016.10.12 14:22:00
경향신문이 창간 70주년을 맞아 1면에 올려놓은 컵라면과 삼각 김밥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다. ‘신문의 얼굴’을 어지럽힌 면발과 라면 국물, 삼각 김밥 부스러기, 한 귀퉁이에 끼적인 메모에서 어떤 이들은 종이신문 위상의 하락을, 어떤 이들은 이 시대 고달픈 청년의 모습을 느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6일 ‘창간특집 1면 제작노트’를 통해 1면을 파격적으로 구성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경향신문은 “신문은 일상이다. 시대를 기록하는 엄중한 사초이면서 때로는 누구나 바닥에 깔고 쓰는 800원짜리 간편 도구이기도 하다”며 “1면 기사 ‘공생의 길 못 찾으면 공멸…시간이 없다’의 제목과 기사, 사진을 가린 한 끼 먹거리는 기성세대의 형식적인 엄숙주의를 조롱하며 청년 문제보다 더 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래용 경향신문 편집국장도 “70주년을 맞아 외부의 신선한 시각으로 1면을 제작해보자는 제안이 있어 한 달 전 쯤 이제석씨에게 의뢰를 했다”며 “‘내부에서는 신문이 너무 고상하고 엄숙하고 진지한데 바깥에서는 엉덩이 밑에 깔거나 그 위에 밥을 올려놓고 먹는 등 다용도로 쓴다’는 이씨의 말이 와 닿아 이 디자인을 선택하게 됐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이런 파격적인 시도를 한 것에 대해 평가를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문의 엄숙함을 탈피한 것에 독자들은 열광했다. 독자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경향신문 1면 사진을 공유하며 “너무나 일상적이면서 창의적이다” “어제 라면 먹고 안 치운 줄 알았다” “사발면 하나 못 먹고 떠난 성수역 안전문 젊은이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신문 주필의 명문보다 한 장의 그림이 더 큰 울림을 준다”며 호응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의 자조성에서 종이신문의 위상 하락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미혜 더피알 기자는 “70살 경향의 라면 묻은 얼굴에서 ‘헬’에 놓인 종이신문의 현주소가 동시에 보였다”며 “과하게 표현하면 짜장면 시켜먹을 때 밑에 까는 용도로 쓰이는 게 요즘 종이신문 신세다.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신문들의 미래가 새삼스레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이상국 아시아경제 기자도 “신문이 신문을 부정하는 자해적 편집이 과연 미디어 대전환기에 새로운 미디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틀 깨기’인지, 창간을 맞아 펼쳐놓은 과도하게 자극적인 신문의 ‘자살극’인지, 30년 편집기자의 촉수를 어지럽게 흔든다”고 했다.
청년 문제를 함축하고 있는 이번 1면을 통해 언론이 청년 문제 등 본질에 좀 더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번 광고를 디자인한 이제석씨는 “언론은 대통령이나 정치인의 말, 시위대의 시위 등 표면적인 것만을 보도한다. 한 발짝 들어가서 엑스레이처럼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본질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며 “1면을 청년 문제로 정한 건 그것이 대부분의 사회 문제를 발생시키는 씨앗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미래가 없으면 한국의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