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 기자 2016.10.12 14:02:35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11일 KBS 국정감사에서 고대영 KBS 사장이 ‘이정현 녹취록’과 관련한 질의를 받은 보도본부장에게 “답변하지마”라고 제지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청와대의 보도개입과 선대인 소장의 아침마당 하차 등 KBS 보도의 공정성·중립성·독립성 모색 방안을 두고 설전이 오갔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정현 현 새누리당 대표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해경비판 자제 등을 요구한 녹취록과 외압 정황을 언급하며 “27기 기자들이 ‘이정현 보도개입에 대해 법정 대응은 불구하고 작성한 단신기사도 무시했다’는 성명서를 썼다”며 “취재기자가 작성한 뉴스를 방송 못하게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보도본부장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고 사장은 유 의원에게 “제가 보기에 이건 좀 적절치 않은 거 같다”며 “내게 물으면 답하겠지만 기사가 나갔냐 안 나갔느냐를 보도책임자한테 묻는 건 ‘언론자유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반발했다.
이에 유 의원이 “지금 제게 훈시하는 거냐”, “저야 말로 표현의 자유가 있다”라며 재차 보도본부장에게 답변을 요구하자 고 사장은 보도본부장에게 큰 목소리로 “답변하지마”라고 지시했다. 고 사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미방위는 한때 정회됐다.
속개된 국감에선 고 사장의 답변태도를 두고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고 사장은 경고를 받은 끝에 유감을 표했다. 국민의당 간사인 김경진 의원은 “보도를 내보내라 마라 지시를 한다면 언론자유 침해가 될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도가 안 나가게 된 건가를 따지는 건 국감이 가진 권능”이라며 “유 의원의 질문은 국감행위고, KBS는 피감기관이다. 기관 증인으로서 선서를 한 거고 고 사장의 언동은 처벌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고 사장은 이날 향후 이정현 녹취록과 관련한 진상·실태 조사 의지를 묻는 질의에 대해 “쌍방간에 얘기한 것에 대해서 조사할 내용도 아니고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못 미친 것으로 안다”면서 “또 이 사안이 검찰 수사 중인데 KBS가 조사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출연자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일었던 지난달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의 KBS ‘아침마당’ 하차와 관련해서도 질의가 쏟아졌다. 이는 선 소장이 프로그램 내 규칙상 3주간의 출연을 더 보장받은 상황이었지만 돌연 하차하면서 ‘윗선의 개입’ 등이 거론된 사안이다. 야당 의원들이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비판하자 고 사장은 “(프로그램 내 패널 교체) 규정은 규칙이 아니고 시청자들 흥을 돋우기 위해 만들어 낸 거지 규정이나 규칙이 아니다”라며 “제작진 보고에 따르면 선 소장의 부동산 발언은 주관적이었고, 자칫 KBS가 오해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을 (제작진이) 검토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시청자들과 약속한 것을 아무렇게나 바꿔도 되는 일인가. 그렇게 사고하는 거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고 불편하게 여겨 퇴출시켰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MB정부 때도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정관용 등 ‘블랙리스트’ 논란이 제기됐는데, 이런 얘기가 다시 나오는 까닭을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인석 제작본부장은 “주부들이 주 시청자인데 아파트 분양을 ‘폭탄돌리기’라고 하는 등에 대해 우려가 있었다”며 “시사·다큐에서는 부동산 비관론도 낙관론도 얘기할 수 있지만 아침마당에는 적절치 않아 오인을 우려해 제가 우려를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예전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 있었다. 공영방송을 품에 안고 싶어하지 않는 정권은 저는 없었다고 단언한다”면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것은 청와대가 방송사 지배구조를 장악하는 그 제도에 문제의 근원이 있다. 공영방송을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에게 종사자에게 돌리는 데는 현재 정치환경이 적기라고 본다. 이번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