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면 제겐 부채의식으로 남아있습니다.” 올해로 9년차가 된 양일혁 YTN 기자는 고개를 숙였다. 양 기자는 YTN에 입사하자마자 선배들의 힘겨운 투쟁을 목도했다. 그리고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수습이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온힘을 다해서 목숨을 다 바쳐서 투쟁에 참여하지 못했을까”하는 마음의 짐을 양 기자는 아직도 떨쳐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08년 대통령 특보 출신의 사장 선임을 두고 YTN에 투쟁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이 과정에서 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조승호, 정유신, 현덕수 기자가 해직됐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은 3명의 해직기자에게만 해고 무효를 선고, 이들만 복직됐다. 해직사태 8년째.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7일 밤 서울 상암동 난지캠핑장에서 열린 <YTN 해직 8년> 행사장을 찾았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밤 아래 8년 전 해고된 기자들과 60여명의 YTN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올해가 마지막 행사이기를 바란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해직이란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제는 그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하루빨리 남은 선배들이 돌아와서 같이 일했으면 좋겠습니다.”(김현미)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고 일상이 되는 것 같아요. 예민하게 날이 서게 보지 못한 게 죄송스럽죠. 게을러지지 않고 조금 더 살아있는 눈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김도원)
“YTN을 다시 비긴어게인 할 수 있는 시절로 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좋은 방송을 만들어나갈지 고민하겠습니다.”(양일혁)
“29살이었는데 올해 37이 됐습니다. 투쟁은 즐거운 거고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지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내년엔 난지캠핑장서 다시는 보지 않는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랍니다.”(권민석)

후배들의 속 깊은 이야기는 두 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당시 파업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까지 아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선배들이 모두 돌아와야 보도정상화와 치유가 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올해 입사한 이연아 기자는 “선배들이 과거에 보냈던 긴 밤을 잘 모르지만 당시 대학생으로서 멀리서나마 응원을 했다”며 “선배님들 부끄럽지 않게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다. 우리의 투쟁이 승리로 끝나게 응원하겠다”고 했다. 차정윤 기자도 “짧은 영상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진 느낌을 받았다. 조금이나마 얼마나 고통스러웠고 그 아픔이 어떻게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알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YTN은 해직사태 7년을 맞아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선보였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이들에게 기록은 고통이자 의무이다.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는 말없이 영상을 지켜보며 그날을 다시 떠올렸다. 노 기자는 “기록이 무서운 거지, 기록되고 나면 기록 이외의 것들은 잊는 경향이 있다”며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과 관련해서 영화에 담겨지지 않은 것, 파업 투쟁보다 더 어렵고 두려운 투쟁을 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린 지쳐있고 힘겹지만 함께 8년을 잘 버텨온 만큼 힘을 내자”는 말도 남겼다.
YTN 공채 3기 출신인 최광희 영화평론가도 행사에 참석해 “현재 한국 언론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은 영화지만 한편으로는 미완성”이라며 “이들이 복직하기까지의 장면이 담겨야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고 했다.
박진수 노조위원장은 “공정방송, 공정언론을 위한 파업 이후 수많은 해고와 정직, 징계가 쏟아졌다. 정치권에서 자행된 일인 만큼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지고 원상복귀를 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해직 8년은 언론사 유례도 찾아볼 수 없는 잔혹한 역사로,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부디 9주년 행사는 복직행사가 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