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른쪽으로 도니 판문점이 보인다. 살금살금 걸어서 몰래 비무장지대(DMZ) 안으로 들어간다. 사람의 손길을 닿지 않아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DMZ. 설렘만큼이나 긴장감이 감돈다.
“얼핏 실제 영상처럼 보이지만 추상적 공간에 정보그래픽을 결합시켜서 물리적 공간으로 재현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VR 콘텐츠의 미래’세미나에서 애나 세라노 캐나다 필름센터 창립자는 친숙한 공간을 VR로 시연해 보여줬다.
애나 세라노는 “가상현실을 활용해 얼마든지 우리가 가보지 못한 DMZ를 경험할 수 있고, 판문점의 역사 또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특정 공간이 개념적으로 남는다는 것,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공간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VR은 흥미로운 주제”라고 설명했다.
VR은 소통이 가능하고 몰입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의 연속성 안에서 상호작용이 가능한 VR은 일대일 교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시공간을 공유하는 사회성을 띠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내외 언론사들은 VR콘텐츠 개발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윤진규 KBS 방송본부 1TV 사업국 부장은 “자체 앱을 통해서 360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는데 일반 영상보다 2~3배의 조회수를 보였다. 아직 초보단계지만 확장성 면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VR의 장점을 뉴스 포맷에서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경닷컴 뉴스래빗의 김민성 팀장은 “현재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뉴욕타임즈와 가디언 등 해외 언론사가 내놓은 콘텐츠 또한 전혀 인터랙티브하지 못하다”며 “직관적으로 몰입을 가능하게끔 뉴스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VR이 저널리즘의 미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파워는 희소에서 나오기 마련인데, 저널리즘 사업자 입장에서 이전의 독점 형태를 버리고 모든 공간을 다 공개하게 되면 아무래도 큰 힘을 잃어버릴까 고민이 된다”고 했다.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도 VR콘텐츠의 현실 왜곡 가능성을 거론하며 “얼마든지 사실을 왜곡할 수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수용자 입장에서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애나는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고,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라며 “언론사들은 VR에 대해 심도있게 연구를 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며, 청중 또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플랫폼 전쟁 속에서 언젠가는 유저들이 스스로 VR 콘텐츠를 쏟아낼 것이다. 생일파티나 졸업식 등 우리의 일상에 발을 들여놓게 될 것”이라며 “언론사들은 이들보다 더 앞서 어떻게 360 화면을 저널리즘적으로 보여줄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타당성을 검증할 것인지 등에 대해 시급히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