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 기자 2016.09.01 23:04:51
‘이정현 녹취록’을 공개해 세월호 참사 당시 공영방송 보도개입을 폭로한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이 길환영 당시 KBS사장의 청와대 관련 보도개입 정황을 추가로 폭로했다.
김시곤 전 국장은 1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4·16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제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길 전 사장이 세월호 참사 발생 하루 뒤인 2014년 4월17일 KBS ‘뉴스9’ 13번째 꼭지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진도 방문 리포트(<박 대통령 현장 방문…“1분 1초가 급해>)를 더 앞쪽에 배치토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전 국장이 특조위에 제출한 길 전 사장과의 문자 대화를 보면 김 전 국장이 ”사장님~ 말씀하신대로 그 위치로 올렸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길 전 사장이 ”수고했네!“라고 답한 내용이 확인된다.

김 전 국장은 이에 대해 ”길 사장이 대통령 보도를 하는 원칙이 러닝타임 ‘20분’(대략 12~13번째 꼭지에 해당) 내로 소화하라는 것“이라며 ”해당 아이템을 제가 13번째에 해놓으니까 사장이 더 올리라는 주문을 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이 있고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 7번째로 올렸다“고 진술했다. 실제 KBS 홈페이지를 통해 당시 보도 순서를 확인해보면 이 보도는 7번째에 배치돼 있다. 이는 시청자들의 집중도가 높은 ‘뉴스 시작 후 20분 이내’에 대통령 관련 보도를 전하는 것이 공영방송사의 전 사장이 지닌 원칙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전 국장은 또 같은 달 23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했다는 기사(<박 대통령 시진핑과 통화…‘북핵 중단’ 설득 요청>)를 두고도 길 전 사장의 주문이 있었다고 밝혔다. 31번째 배치돼 러닝타임 51분대에 방영될 리포트를 ‘20분’ 내로 올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개된 문자에서 김 전 국장은 “사장님~ VIP 아이템 오늘은 뒤로 배치하고 내일부터 자연스럽게 올리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자칫 역풍이 불게 되면 VIP께도 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했다. 김 전 국장은 이에 대해서는 “(앞선 리포트들이 세월호를 집중적으로 다룬 만큼) 흐름상 맞지도 않고 세월호와 관련이 없어 올리면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사장에게) ‘대통령한테 누가 된다’고 하면 말을 잘 듣기 때문에, 원래대로 31번째 보도를 하기 위해 문자를 보내 관철시켰던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김 전 국장은 보도개입과 관련한 길 전 사장의 주문이 큐시트 제출요구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이뤄졌다는 답변도 내놨다. 길 사장이 취임을 하면서부터 큐시트를 요구해 매일 오후 5시 팩스 등으로 전달해왔다는 주장이다.
김 전 국장은 “보도국장 수행하는 동안 휴가도 한 번 못 갔고 토·일요일도 쉬지 못하고 일했다. 팩시밀리로 큐시트 보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인데 자청해서 보낼 일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길 사장이 처음부터, 취임하자마자부터 요구해서 보냈던 것”이라며 “월~금요일까지는 팩시밀리로, 길 사장이 출근하지 않는 토·일요일 해외출장 시에는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해서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보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길 사장이 ‘큐시트를 요구한적도, 편성에 개입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는 데 대해선 "(당시) 기자협회 진상조사단이 팩시밀리 통화내역을 다 찾아서 보고를 한 것으로 안다"며 팩스 전송기록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KBS 기자협회 진상조사단 실무자였던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이날 ”(당시) 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함께 근무하는 기자가 제보를 했고, 그 제보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팩시밀리 전송기록을 다 확인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언론보도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묻기 위해 증인으로 선정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전 청와대 홍보수석), 길환영 전 KBS사장, 박상후 전 MBC 전국부장, 김장겸 전 MBC 보도국장, 안광한 MBC사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또 이날 유병언 수사 관련 사안의 ‘백브리핑’을 통해 언론이슈를 전환하고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온 인천지방검찰청 측 증인 김희종 2차장 검사 역시 불출석했다.

한편 고대영 현 KBS사장은 앞서 지난해 인사청문회 당시 서면질의 답변서 등을 통해 “사장이 뉴스에 직접 관여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다만 방송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 어떤 내용이 방송되는지 파악은 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최종 큐시트는 점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