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하고 있는 이석수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누설했다는 MBC 보도를 놓고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불법 사찰 의혹’을 내놓으며 언론사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MBC는 지난 16일 ‘뉴스데스크’ 단독 보도를 통해 “우 수석을 감찰하고 있는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에 감찰 진행 상황을 누설해온 정황이 담긴 SNS를 입수했다”며 “현행법 위반”이라고 폭로했다.
MBC는 해당 리포트에서 이 특별감찰관이 “감찰하고 있는 대상은 우 수석의 아들과 가족 회사 정강” “특별감찰활동이 19일이 만기인데,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 “(화성 땅에 대해) 아무리 봐도 감찰 대상 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별감찰법은 감찰 내용의 외부 누설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다음날인 17일 이 감찰관은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SNS를 통해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에게 감찰 진행상황을 누설하였다는 기사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SNS를 통해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MBC는 후속 보도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공개하며 “모 언론사 기자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의 전화 통화 내용으로, 회사에 보고한 것이 SNS를 통해 외부로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야권은 물론, 조선일보와 한겨레 등 언론사들도 정확한 입수 경위를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다.
조선은 18일 ‘특별감찰관을 불법사찰했나’라는 제목의 1면 기사를 통해 “MBC가 입수 경위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특별감찰관 흔들기’ 차원에서 국가기관이 불법 도청이나 해킹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 사건은 정권의 운명이 걸린 초대형 스캔들로 번질 공산이 크다”며 “국가기관의 불법 사찰은 용납되지 않는 범죄 행위다. 특히 이번 SNS 유출 건은 현 정권의 최고 실세로 불리는 우 민정수석을 감찰하고 있는 특별감찰관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MBC가 입수했다는 SNS 대화내용이 어떻게 유출됐는지는 여러 가능성이 나온다. 먼저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합법적인 감청 절차를 거쳐 입수한 SNS 내용을 MBC가 나중에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내란죄나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 등으로 제한돼 있어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하다. 대화당사자들이 대화 내용을 제3자에게 알려준 것을 나중에 MBC가 입수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MBC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불법 도청이나 해킹의 가능성이다. 이 경우 정보를 빼낸 기관이나 이를 유포한 언론사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겨레 또한 3차 유출과 해킹 가능성을 거론하며 조선과 맥을 같이 했다. 또 MBC가 ‘특별감사관이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했다. 한겨레는 “특별감찰관법은 감찰 착수와 종료, 감찰 대상자의 신분 및 비위행위 등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우 수석에 대한 감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사실상 공개 감찰이 된 상태인데다, 이 감찰관이 언급한 감찰 대상도 당시 언론이 이미 보도됐다”며 불법이라고 보기 힘든 점을 부각했다.
한 일간지 정치부 기자는 MBC의 보도에 대해 “유출 경위를 떠나 ‘감찰팀, 아들 병역과 정강 의혹 수사의뢰’ 등으로 충분히 단독을 할 수 있었음에도 ‘감찰 내용 유출’을 중점적으로 보도한 것은 전형적인 권력기관의 사건 은폐 명분을 그대로 받아써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송사의 기자는 “유출을 떠나 현재 중요한 건 우병우 수석의 비리를 명확히 밝혀내는 일”이라며 “(이번 공방을 통해) 사건의 본질이 흐려져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날 오후 이 감찰관은 감찰 종료 시한(19일)을 하루 앞두고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우병우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그간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수사해야 할 필요성이 상당하다는 뜻이어서 우 수석에 대한 사퇴여론이 다시 고조되는 등 정치적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